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구판절판


신앙은 재칼처럼 무덤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고, 이런 죽음의 회의 속에서도 가장 활기찬 희망을 주워 모은다.-71쪽

우리는 이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매우 잘못 생각해온 것 같아. 여기 지구상에서 소위 그림자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진정한 실체인지도 몰라. 우리가 영적인 것을 바라봄에 있어서 그것은 마치 굴조개가 바다 밑에서 태양을 바라보며 흐린 물을 가장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지도 몰라. 내 몸뚱이는 더 나은 존재의 찌꺼기일 뿐인지도 몰라. 원하는 사람은 내 몸뚱이를 가져가도 좋다. 맘대로 가져가. 이건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 낸티컷을 위해 만세 삼창! 구멍 뚫린 보트, 구멍 뚫린 몸뚱이는 언제든지 올 테면 와라. 하지만 제우스라 할지라도 내 영혼에 구멍을 뚫을 수는 없으리라. -71-72쪽

하지만 단언하거니와, '피쿼드'호만큼 낡고 진기한 배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피쿼드'호는 좀 작은 구식 배였는데, 갈고리 모양의 다리가 달린 구식 가구와 어딘지 모르게 비슷했다. 사대양의 태풍과 고요 속에서 오랫동안 단련되고 비바람에 시달리며 얼룩진 선체의 빛깔은 이집트와 시베리아에서 싸운 프랑스 척탄병의 얼굴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오래된 뱃머리는 턱수염이 난 것처럼 보였다. 돛대 - 원래의 돛대는 일본 해안 어디선가에서 강풍에 부러져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 들은 옛날 퀼른의 세 왕의 등뼈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 낡은 갑판은 토머스 베케트가 피를 흘려 죽은 뒤 순례자들의 경배 대상이 된 캔터베리 대성당의 포석처럼 닳고 주름져 있었다. 이런 오래된 유물에 놀라운 특징들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는데, 그 특징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그 배가 종사해온 거친 작업과 관련되어 있었다.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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