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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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장애를 앓는 아이라고 부모가 덜 사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힘들다. 아이도 힘겨운 몸짓으로 계속되는 발작을 견뎌낸다. 경제적인 부담도 이루 말할 수 없고, 부모들은 이혼하기에 이른다. 다른 형제들은 상대적으로 방치되고 만다. 이 가족에게 사랑이 남아있을까.  

그래도,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다소 위험한 방안을 꺼내든다. 아이가 갑갑한 몸뚱이 안에 갇혀있으면서 고통 받는 상황을 끝내는 것이 사랑인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부모가 진정으로 해 주어야 하는 보살핌이라고. 위험하고 끔찍한 주제이지만 이 책은 열네살 사춘기 소년의 발랄함으로, 하지만 중증 장애인이니 그 말이나 생각을 밖의 사람들에 하나도 전달하지 못하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 소년이 끝까지 애타게 부르짖(고자 노력하)는 말은 제목 그대로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들에 미련이 없을 수 없다.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참고 견딘다. 하지만 정작 가장 무거운 짐을 진건, 당사자. 그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답은 없다. 아무도 모른다. 저자는 션 같은 장애아를 아들로 두었기에 잔인한 이런 상황의 글을 쓸 수 있었을 게다. 그리고 전혀 알 수 없었을 아들의 눈으로 무력한 아버지인 자신의 모습을 그렸을 게다. 감동의 인간 승리 이야기가 절대 아닌데, 읽다보면 눈물이 난다. 그리고 내 자신의 부모된 마음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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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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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는 그리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전작 <미실>을 꾸역꾸역 읽으면서, 뭐, 이런 작가가 있을까, 왜 역사를 들먹이며 성애장면을 이리 멀미나게 썼을까, 왜 여자 작가가 여자 (위인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어쨌거나 여주인공) 이야기를 사랑 빼면 시체요로 썼을까, 하면서 그녀의 이야기 푸는 솜씨를 제대로 못 보았다. 신문 칼럼에서 만나는 그녀는 그에 비해 너무나 생활 속의 '엄마' 를 강조해서 더 낯설었고 계속 <미실>의 망령이 그녀의 이름과 겹쳐 있었다. 이름은 왜 이리 이쁜건지. 김 별아. 혹시연예인들이 쓰는 예명이 아닐까.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광기에 희생된 조선의 청년들을 소재로 쓴 이야기이다. 첫 장부터 발랄하게 '유서 깊은 백정의 집안 ' 내력을 읊는다. 강한 생명력의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어 독불장군으로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뛰는 아버지, 우아한 하지만 허당의 신여성 어머니, 출생의 비밀에 무릎이 꺾이는 엄친아 형, 그리고 주인공 또라이 '나',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배경은 구한말 부터 1945년 까지 이어지지만 감각은 매우 현대적이다. 껄렁껄렁한 부잣집 스무살 청년에게 생은 심드렁하고 뭘 바라고 나서자니 모든게 우습다. 낯설지만 의미가 화악 와 닿는 의성어 의태어들이 <미실> 때와는 다르게 이야기에 맛과 향을 더한다. 속도를 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재미'라고 얘기하기가 죄스럽다.  

 백정이 싫어서 왜구를 따라가려고 했다는 임란 때 어찌 어찌해서 백정집 양아들로 들어간 이 집안의 시조,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미친 왜구의 전쟁에 끌려가는 모던 백정집 아들까지, 참, 인생이 기구하고 운명이 복불복이구나 싶다. 얼마전 읽은 <강남몽>의 김진 회장도 떠오르고, 형대신 징용가는 소년의 이야기 <검은 바다>도 생각났다. 저자의 말처럼 비극적인 역사를 희화시켜서 풀어놓아서 더 서글프고 더 와닿는다. 발랄하고 귀여운 표지 덕에 제목이 뜻하는게 어쩌면 일제 강점기의 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광기에 서린 일제의 전쟁 속에 휘둘린건 이 땅의 모든 이들이었다. 저자가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 시대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휘둘리면서 읽어냈다. 모던걸이나 신여성, 그리고 독립 투사나 친일파까지, 어쩜 지금 이 시대에도 다 살아 숨쉬는 인간 유형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소설이면서 현대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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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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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까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다. 사회 교과서 단원마다 딸려 나오던 "쉬어가는 코너" 가 생각났다.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아두면 재미있고 좋은 그런 구석 구석 지식들, 티비 프로그램 "스폰지" 성격의 지식들 말이다. 예를 들면 "북극에도 사막이 있을까?, "싱가포르에서 바다를 메우기 위해 산 것은?"  

진짜 재미있는 것은, 이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주는 것은, 지금 우리가 보는 지도는 하나의 역사책이고, 지구자체가 몇십 억년 동안 자라온 유기체라는 것이다. 국경과 마을의 모양에는 사연이 있고, 해안선, 사막, 산맥에도 이유가 있다. 짧은 지식들이 다다다다 하고 나와서 하루에 읽기엔 버겁고, 짬짬이 두어쪽 씩 읽으면 신선할 듯 하다. 물론, 큰아이의 방학숙제 필독 도서다. 아이는 한 쪽 읽고 "엄마, 이거 알아요?" 하면서 내 상식을 테스트 하는데, 한 두번 당해 줬더니 맛을 들여서 자꾸 덤빈다. 짜증나서 내가 먼저 읽어버렸다. 뭐, 나도 아는 내용이 반은 넘더군.  

일본의 "재미있는 지리학회"에서 만든 책을 번역하고, 몇 몇 내용은 우리나라 한반도에 맞추어 각색한 책이다. 여러 학교에서 필독 도서로 정해놓은 듯 하다. 2004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내책은 2010년에 나온 개정판 43쇄다. 43쇄! 하지만,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님께서 감수까지 해 주신 책이니, 원저자들은 절대 언급하지 않을 독도 문제 만큼은 머릿말에서는 짚고 넘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또, 책의 군데 군데에서 선진국, 후진국의 구분이나 멕시코 시티에는 범죄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 등, 편협한 시각의 내용이 나와서 거슬리기도 한다.  

지도책이라지만 그림도 적고, 지도는 표지의 안쪽에만 간략하게 나와있어서 많이 아쉽다. 총천연색 사진과 지도가 더 많았다면 책값도 올라가고 제목도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무거운 세계지도>가 되었겠지. 
 
참, 예로 든 두 질문의 답: 북극에도 사막 있단다. 싱가포르는 간척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흙을 산단다. (오~ 이건 나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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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직업에 관한 고찰 1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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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탁석산 선생님은 TV 책을 말하다에서 몇 번 본적이 있다. 작은 체구에 흰 머리, 그리고 깐깐한 말투가 기억에 남는다.  

그가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직업 탐구 (와 자기 주도 학습법 이라는 세대의 흐름에 도움이 되는) 책을 냈다기에 찾아 읽었다. 공대 입학과 자퇴, 내신에 발목이 잡혀 두 번째 대학 입시에 실패, 세번째로 정한 영문학 전공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후, 철학을 공부한 다음에야 자신의 길, 직업을 찾은, 사연 많고 경험도 많은 선생님이다.  

글은 그가 보여준 인상과는 많이 다르다. 조분 조분, 차근 차근, 쉽지만 경박하지 않다. 그렇다고 현실을 마냥 아름답게, 꿈은 이루어진다! 라고 외치고 있지만는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직업은 필요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이 보람을 느끼며 살기 위해 더 중요하며, 주위에서 하는 말과 대중 매체 속의 피상적인 '멋진' 직업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뭣보다 이 착한 탁 선생은 매 장마다 청소년들에게 당부한다. 열심히 살라고, 괴로워 하거나 화내지 말라고, 세상은 어차피 불공평하고 엄친아 엄친딸들이 넘치고 나만 못난 것 같아 힘들 때가 있다고. 하지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라고, 인생은 바하흐로 장기전 돌입이고 (수명연장), 직업도 몇 번을 바꾸어야 할 시대가 왔노라고. 지금 당장 내신 성적 때문에 적성이나 직업에 대한 고민, 혹은 생각을 미루지 말라고. 뭣보다 "보람있게" 살자고.  

글이 바르고 따뜻하고 착하다. 그래서 살짝 읽다가 졸리기도 한 것이 교과서 분위기도 나는데, 그래서 더 내 아이가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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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샘깊은 오늘고전 8
김이은 지음, 정정엽 그림, 김시습 원작 / 알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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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용으로 쉽게 고쳐 쓴  김시습의 <이생규장전> 과 <만복사저포기> 다.  아들 녀석의 방학 숙제를 도울 목적으로 읽었지만, 아래 리뷰는 전적으로 어른 독자의 감상이다. 아이에겐 다른 말을 할 게 백프롭다. (아해야, 사랑이 아름답지 아니하더냐? 죽음도 이 세상의 규율도 다 뛰어 넘는단다. 또 김시습 이 양반이 이야기 속에서 뭘 말 하려는지 잘 생각해 보려므나. 시험에 많이 나온단다. 응?) 


장안에 이름난 엄친아 이생이 엄친딸 최씨댁 처녀와 연애를 한다. 버드나무가 늘어진 담장앞을 지나다 최씨 처녀의 독백시에 시로 답하고, 그 둘은 서로가 인연임을 알게 된다. 바로 그날 최씨 처녀는 이생을 자신의 방 옆 정자 아래로 불러 들이고, 그 아랫방, 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작은 방에서, 사 계절을 그린 그림과 노래한 시를 읊으며 사랑을 불태운다. 공간도 시간도 필요없다, 모든 것은 이 두 연인을 위해서만 존재했다.  

하지만 부부로 맺어졌어도 전쟁이 나자 이생은 혼자 몸을 숨기고 부인은 능멸을 당할 위기에서 잔인한 죽음을 맞는다. 그후 지대한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이생을 다시 만나 은둔 생활을 한다.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어서 그녀는 떠나고, 이생도 시름시름 앓다가 떠난다, 는 이야기. 

이미 꽃이 흐드러지게 핀 담장 안의 최 씨 여인은 이승의 사람 같지 않은 분위기로 총명한 이생을 홀렸고, 자신이 고른 이와는 규범과 예절 따위는 따지지 않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만복사 저포기의 양씨와 연을 맺는 처녀도 마찬가지였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만복사 뜰에서 외로움에 몸을 떨던 양씨는 짝을 만나길 바라고, "왠지 이상한" 처녀와 만나게 된다.  

자식 없이 죽은 부인의 혼령과 몇해를 은둔하다 죽은 이생, 외로운 혼령과 만나 사흘의 연을 맺은 양씨, 모두들 어렵게 글공부를 하던 선비들이었다. 슬쩍 고시촌 총각들 생각도 났는데, 그들이 기다리는 건 역시나 아름답고 재산과 지조를 겸비한 여인네였다. 귀신이거나 아니거나는 상관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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