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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이야기이지만 매월 소개되는 책보다는 북클럽의 뉴비, Ava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북클럽 책들은 정말 곁다리라 큰 이야기의 양념으로 보기에도 미미한 정도.

 

Ava의 가족 비극은 어린 시절 여동생과 어머니를 잃고, 결혼후 이십년을 함께한 남편의 배신, 방황하는 딸의 막가는 행동으로 첩첩 산중이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너무 전형적이고 파리에서의 딸 메기의 기행도 뻔해 보인다. 파리에서 글을 쓰겠다고 하고, (21살의 여대생이 헤밍웨이가 자기 Hero라며 그 족적을 더듬는건 ...뭐랄까, 엄마 옷 입은 아이 같...) 우연히 만난 프랑스 남자는 돈많고 예술일을 하고 술과 마약을 .... 앗, 이런거 너무 많잖아요. (피츠제럴드의 '밤은 아름다워라'가 생각나고요...뭐 롤리타 설정도 좀 보이고요) 미국 중부 아줌마들의 판타지 같은거죠. 아들뻘 젊은 남자랑 사랑은 아닌 육체적 관계. 자긴 책을 읽고 프랑스어도 해, 그런데 책 안읽는 아버진 너무 무식해서 싫었어, 이런거요. 독서를 즐긴다는 게 무슨 대단한 특별계급인거 마냥....그러면서 책토론 장면도 너무 무식해 보여...(아 괴로웠어요) 문장들도 참...말이 얄팍하게 많다는 거. 책읽기를 통한 치유...가 안 보이더라구요.

 

에바의 과거 이야기에선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먼로나 스트라우트 흉내내는 티가 너무 났다. 그런데 문장과 이야기 마무리가 너무 촌스러워서..특히 마지막 장면...하아....한숨이 나왔다. 그냥 먼로 이야기를 읽을걸 그랬어요. 인생의 책 이야기라며 넣은 마지막 책이 ... 어쩐지 그럴거 같더니만, 딱 고만큼의 쉽고 적당히 감동적인 '파리' 이야기에요. (저자의 로망이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함) 행크의 회상에서 샬롯 대신 부인 얘기만 나오는거 우스웠고, 에바 남편의 '다시 우리...'하는 부분은 헛웃음만 나오게 했다. 그러니까 인생과 책을 가지고 뻔하지 않고 아프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먼로나 스트라우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깨닫게 되는 값진 독서였다고 위로를 .... ㅜ ㅜ 궁금하신 분들은 번역본 소개(내 인생 최고의 책)를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책 소개는 정말 혹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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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8-23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가서 책소개 보고 왔잖아. 정말 혹하게 쓰여있네. 근데 인생의 책 이야기 마지막 책은 뭐야? 이것만 궁금하다는 ㅎㅎ
얼마전에 처음(ㅜㅜ) 먼로책 읽었는데 (라로님 처음 만난날 선물로 주셨다는..) 아 좋더라구. 대가가 괜히 대가가 아니었어. 내가 그동안 왜 안읽었지? 싶기도하고 내가 이번에 읽은건 dear life 인데 다른거 추천 좀 부탁해용

유부만두 2017-08-26 17:05   좋아요 0 | URL
실은요.....저도 먼로 책은 사놓기만 하고 ..... 흠....

마지막 책은 가상의 책으로 스토리상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끝엔 그 다음해 책 주제를 노벨상 수상작가로 정하고, 먼.로. 책으로 시작하기로 하죠. 나름대로 오마주겠죠? ㅎㅎ
 

친구들이 추천했고, 빨책 방송도 괜찮아서 읽기 시작했다. 완독이 힘겨웠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각오는 했지만 저자의 '엄마' 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아들의 '가해자' 이면서 '피해자'인 상태가 힘들고 아프다.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자동발사 장총을 준비하고 여러 달 동안 자살을 꿈꾸고, 가학적인 일기와 작문을 했는데도 부모는 모를 수 있.다. 아이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정신 불안/불안정 상태라면 (저자는 mind 보다 brain 이라는 어휘를 택했다) 자학적인 자살이 밖으로 향한 타살로, 그것도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개인의 노오력으로 막거나 치유할 성질이 아니다. 자살로 향하는 뇌이상(?)은. 주위에서 지켜보고 북돋고 교훈이나 설교대신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숨죽여 감추고 죽어가는 청소년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끝까지 불편하고 무서운 독서였다. 저자 Sue는 지금도 그 고등학교 동네에 산다. 자신이 괴물을 키운 게 아니며 청소년의 폭력적/자살 성향은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폭력적 웹사이트를 미리 알지 못한 건 불찰이며 자녀들을 계속 주의깊게 살폈어야 했다고. 자녀를 너무 믿고 희망적으로 생각한 것은 후회한다고. 여러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고 슬프다고. 그래도 자기는 딜런을 사랑하며 딜런 역시 희생자였다고. 이 강렬한, 어쩌면 뻔뻔한 주장이 계속 반복된다. 독자 입장에선 흉칙한 사고 영상/사진의 기억 속에서 차라리 어느 '책임자' 혹은 괴물을 맞닥뜨리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저자는 자살방지를 위해 강연과 연구활동을 한다. 18년전 벌어진 그 일은 바뀌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선 컬럼바인 사건 보다 더 '강한'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은 지겠다만 내 아들은 '심신미약' 상태였다. 하아.... 도돌이표를 찍는 기분이다. 다만 이 끔찍한 상황이 나와 내 가족을 비켜가기만 바랄 뿐.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책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자, 피해자 측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에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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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책 출간된대?

유부만두 2017-07-27 11:17   좋아요 0 | URL
david cullen의 Columbine 번역본이 나온대요.

psyche 2017-07-27 11:2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구나. 저번에 나는 가해자의.. 읽고 그 책 읽었는데.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썼기때문에 저 책 읽을때처럼 힘들지 않고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읽을수있었어. 근데 이게 과거로 갔다 현재로 갔다 이렇게 내용을 배치해서 정신이 좀 없더라구. 앉은자리에서 좍 읽는 그런게 아니다보니 이게 누구였지? 하면서 앞을 뒤적뒤적이게 되고.

유부만두 2017-07-27 11: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당분간 콜럼바인 관련 책 못읽을거 같아요. 이번책 너무 힘들었어요. 겁나고요 슬프고 ...ㅠ ㅠ

psyche 2017-07-27 11:29   좋아요 0 | URL
나는 저 책읽고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편집증까지 걸릴 지경이더라구. 그래서 오히려 콜럼바인을 막 팠었다는.

라로 2017-07-28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은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저런 글을 읽지 못해요~~^^;;

유부만두 2017-07-31 16:18   좋아요 0 | URL
쎕니다. 이 책은 사춘기를 앞 둔 아들을 키우면서 읽자니 더더욱 공포였어요. ㅜ ㅜ

얄라알라 2017-07-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참 많이 추천받았는데, 전 인터뷰 동영상만 보아도 너무 무거워서 차마...아직...

유부만두 2017-07-31 16:19   좋아요 0 | URL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대쳐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가까운 미래, 미국 영토위에 펼쳐진 끔찍한 디스토피아. 도망갈 곳이 없다. 찻길 하나, 골목 하나를 감시 없이 혼자 다닐 수 없다. 편견과 계급으로 구분지어진 세상, 그 안에서 안전을 찾는 사람들. 이름도 의미 없고 친분이나 가족, 혹은 선전으로 떠드는 '도덕'도 끔찍하다.

 

Then 가까운 과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름답고 완벽했나? 그렇지 않다. 화자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손가락질 당할 위치였다. 여성의 몸은 이리저리 대상화 되기는 마찬가지. 은행구좌가 닫히고 Luke의 위로를 받는 화자의 뜨악한 기분이 너무나 잘 이해된다. 순간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화자는 자기 혼자 편안한 Commander의 특별한 관심을 즐기게된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가.

 

살얼음판을 걷듯 매순간이 아슬아슬하다. 수수께끼 같은 Nick, 거리의 벽에 내걸리는 처형자들. 긴장하며 읽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마지막 챕터는 어쩌면 열린 결말을, 작은 소망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 묶어버린 게 끔찍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현재가 과거를 바꾼다고 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는 너무나 설득적인 문장이었지)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현재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가 벌어지는 머언 미래에 용기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들, 기록하는 자들이 있을 뿐.

 

글로만 읽어도 이리 생생하고 무서운데 영상으로 펼쳐보이는 미니시리즈는 더하겠지. 담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더 읽고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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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이야기!!! 작가가 1985년에 썼다는데 어쩜 이리 현실적일까. 신정국가로 돌아간 미국/길리어드, 예전의 자유 시대에도 만연했지만 극도로 치닫는 성차별과 통제. 글을 못읽게 하다니??!!! 저출산에 대응하는 국가의 태도. 개똥같은 컬러 코드와 신분 차별. 모든 책임과 비난이 쏟아지는 여성. 분노와 공포를 느낀다. 너무 생생하고 본듯해서...

이제 중반, 의외의 scrabble 장면. 문자와 문화, 인권의 관계를 생각한다. 강추. 무겁고 힘찬 디스토피아의 소설. ˝멋진 신세계˝ 따위 대신 읽어야 할 책. (이라고 적고 보니 '멋진 신세계'의 해설을 Atwood가 쓴 판본을 발견...)

그리고! 지하철의 임부 배려석은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한게 아니라고! 임부 자신, 그녀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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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7-04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부만두님이 애정하시는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헤어진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이렇게 대단한 작품은 조금 숨 돌리고 읽고 싶은데...
자꾸 눈이 갑니다.
아끼지 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7-07-04 14:48   좋아요 0 | URL
아끼신다구요? 뭘요? ㅎㅎㅎㅎ 내쳐서 읽으세요. 그리고 저랑 같이 상처 받으시고, 무서워 하시고 감동도 하시고 그래주세요. 아 정말 왜이리 멋진 책들이 많은거죠?

에이미와 이저벨 좋았죠? 스트라우트 My name is Lucy Barton 이 곧 번역되 나온다고 하니 그것도 챙겨 읽으세요. 물론 Olive Kitteridge 가 짱이구요.

psyche 2017-07-0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윤이가 얻어준사인본 있다고 자랑했었지? ㅎㅎ 체구가 작은 할머니라고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고 하더라구. 나는 예전에 한글책으로 읽었는데 영어로 다시 읽어볼까. 드라마로 만들어서 그런지 요즘 다시 뜨고 있어 기분 좋네

유부만두 2017-07-04 14:50   좋아요 0 | URL
아.....그게 이 책이었구나요!!! 언니, 제가 왜 이제야 이걸 읽는지 막 억울한거 있죠? 하지만 너무 섬뜩해서 빨랑 못 읽겠어요. 작가가 정말 정말 스마트하고 이리 저리 비틀고 헤비고 쑥 들이대서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scribble 장면은 너무 공감되는거구요. 드라마는 책 다 읽고 찾아 보려구요. 작가가 카메오로 출연도 했다더라구요. ㅎㅎ

레삭매냐 2017-07-04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영화보다 이번에 만든 드라마가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원작의 재구성이란 이 정도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전범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책은 못 읽었네요.

유부만두 2017-07-04 14:51   좋아요 0 | URL
책은 책대로 드라마는 드라마 대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중반인데 무서워서 더 빨리 못읽겠어요. 레삭매냐님 포스팅으로 오리엔테이션 했는데 강렬한 이미지가 책읽는 데 상상력을 부채질 하구요. 멋진 책이에요!

akardo 2017-07-04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세계는 시녀이야기보다 반세기 전에 쓴 거니까요. 아무래도 요즘의 문제의식과 더 가까운 건 시녀이야기일 수밖에 없지요. ㅎㅎ 전 둘 다 좋아합니다. 이 장르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게 더 재미있더군요.

유부만두 2017-07-04 14: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멋진 신세계 읽으면서 아, 하나도 안 멋져서 막 속상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여자 캐릭터가 너무 멍청하고, 끝까지 다른 이들도 폭력적이라 도망갈 틈이 없는 거에요.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죠. 디스토피아가 재밌으려면 현실이 어느정도 달라야 할텐데 전 자꾸 유사점만 보고 있어요. 이 소설 정말 대단하네요! 끝까지 정신줄 바짝 붙잡고 읽어보겠습니다.

akardo 2017-07-04 15:09   좋아요 1 | URL
30년대 남자 작가의 한계인 거죠. 여주가 그 사회의 룰에 단단히 세뇌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남자 작가가 그리는 여성캐릭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반대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일 듯.

유부만두 2017-07-04 15:17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그러니 여성작가에겐 조금 더, 뭔가를 기대하게 되는가 봅니다. 1930년대...정말 까마득한 옛날이네요.

꼬마요정 2017-07-04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현실감 있어서 읽으면서도 소름 끼치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두번은 읽고 싶지 않지만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4 14:54   좋아요 0 | URL
정말 무서운 책인데요? 다시 안 읽고 싶어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니!
걸작이란 거죠? 그러니 독자를 잡아 먹고 있죠. ㅎㅎㅎ
 

이미 스트라우트의 소설로 아픈 마음. 더 어둡게 괴롭게 가 볼까. 컨셉은 자학. 3000원에 중고로 건진 Handmaid‘s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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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7-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인데... 3000원인데...
책 상태가 참 좋네요^^
오른쪽 음료랑 깔맞춤입니다^^

유부만두 2017-07-03 10:50   좋아요 0 | URL
네~ 음료랑 깔맞춤 맞아요. ^^
영국판 펭귄인데 거의 새책이었어요. 득템이죠.
그런데 외서는 아무리 비싼걸 사도 알라딘에 팔 땐 거의 1000원 (페이퍼백 기준)이에요....저도 많이 눈물 참고 팔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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