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의 레누와 릴라의 삶이 그려진다. 어쩐지 릴라의 미친 행보를 한 박자 늦게 따라가는 듯한 레누. 노조와 사회주의 운동,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더하고 함께 고민하지만 절대 휘둘리지 않는 릴라와 어쩐지 모두를 편한대로 이용하지만 아닌척, 속으로는 온갖 고민과 열등감, 혹은 욕망과 엉뚱한 망상을 끌어안은 레누.

 

외.완.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라는 새 공식을 배웠다. 농부 니노, 여러 여인들과 사랑하는 니노, Like father, like son.

 

사건과 인물들이 티나게 계산적으로 배치되어서 3권은 레누와 릴라, 그리고 니노 외의 다른이들은 역할을 위해 놓인 인형 같고 덜 생생하다. 주말 드라마 속 인물들 처럼 저들끼리 얽히고 섥혀서 '아, 옛날이여'를 반복하며 관계와 욕심들이 꼬인지라 자꾸 발이 걸려 넘어질 것만 같다. 이제 남은 삼십 년 동안의 세월 동안 다시 레누와 릴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던진 것들을 수습하고 (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상처 주며 다치겠지. 그 누구보다 시뇨르 페란테를 기다리고 있다.

 

많이 힘들게 읽었다. 인물들이 이기적이고 짜증나도록 제 욕심을 남탓으로 돌린다. 폭력과 무지함, 뻔뻔함과 억지가 넘친다. 그 상황들이 지금 내가 사는 시간과 공간에 겹쳐지기도 해서 섬찟하다. 게다가 이태리, 그것도 나폴리 이야기인데 음식 이야기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서 읽는 맛이 없다. 자기들끼리만 먹고 마시는데 그게 어떤 맛인지 좀 나눠주질 않아. 레누의 사람에 대한 인상도 외모 평가로만 반복되어서 그녀에 대한 내 의리가 무너진다. 키가 크고 옷 잘입고 머리결이 좋아야만 사람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피에트로 처럼 공부를 잘해야 하는건가요. 야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도 뭐 그닥 아름답지 않았다. 그나마 그녀의 육아 스트레스와 고난에 동감했기에 4권은 읽어야겠지. 그런데 벌써 부담으로 다가오는 책, 이라면 읽지 말까.

 

1, 2권의 생생한 이야기가 이리 망가지다니,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나폴리 피자 대신 비빔국수를 해먹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8-03-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을 잡았어요. 이왕 잡았으니 내용이 궁금해서 읽긴 읽어야 하는데 목이 넘 아파요ㅜㅜ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들이 이젠 좀 벌써 피곤해져서 잡았다가 다른 책 좀 읽었다가~~ㅋㅋ

비빔국수 아침인데도 군침 넘어가네요^^

유부만두 2018-03-05 09:57   좋아요 1 | URL
3권 읽으면서 늙은 기분이에요. ㅎㅎㅎ

비빔국수에 맥주 마셨더니 아침에 퉁퉁만두가 되었어요.

단발머리 2018-03-05 10:09   좋아요 2 | URL
전.... 레누 때문에 좀 그랬어요.
왜 이렇게 릴라에게 매달리는지 잘 모르겠구요. 자꾸 제가 레누가 되서는 릴라를 미워하곤 했습니다.
두 분의 나폴리 일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4권은 비닐포장임을 다시 한 번 안내드리며~~~
그나저나...

외. 완. 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이거 어쩐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3-05 14:3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맞아요. 레누 땜에 속도 터지구요, 얘가 왜이리 엉뚱하게 구는지 납득이 안돼더라구요. 그리고 레누가 은근 속물이쟈나요.

외.완.니. 이건 어쩔 수 없는 팩트 같아요. 비니루에 싸여있다는 4권도 그걸 확인해줄거 같아요. 아 그런데 너무 지쳐서 좀 다른 이야기들로 쉬었다가 읽을래요. 나폴리 사람들 느무 쎄요.

공쟝쟝 2022-09-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는 아직 다 읽진 않았고 현재 레누-니노 잤습니다. (레누에게 완존 이입해서 그럴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하다가.... 결국 잤잤...ㅜㅜ 되니까 으아아.. 대체 니노 나도 맛좀보자ㅋㅋㅋ 엥?ㅋㅋㅋㅋ) 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란 그런 거 아니겠스빈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