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씨와 덕봉이가 역할을 바꿔서 덕봉씨와 사임이가 되었다.
혼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영재 덕봉이를 키우는 사임씨가 맹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덕봉이 학원 라이드에 숙제 도우미에 열심이다. 그러다 병이 났는데, 아마도 몸살에 속병이 겹쳤는지도 모른다. 강남으로 이사하자니 돈이 벅차지, 학원과 숙제는 늘어만 가고 챙겨서 함께 다니는 일이 고되지, 이혼한 전남편과 양육비 문제가 해결이 안나지.그 걱정을 눈치가 빤한 덕봉이가 본다. 아이는 힘들어도 참고 학원에 다닌다. 병원 입원도 마다하고 집에서 누운 사임씨, 덕봉이는 이제 엄마 챙기기에 나선다.
삼봉산에서 만난 신비한 할아버지가 일러준 '요술샘물'. 욕심을 부리지 말라 했지만 효성이 지극하여 부리고 만 덕봉이. 다음날, 자신보다 어린 아이가 된 사임이를 만나 보살피게 된다. 그리고 그 사임이가 자기 또래가 되고, 모든 말에 퉁명스레 대하는 중학생 누나로, 멋만 부리는 십대 소녀로, 또 꿈을 좇는 아가씨로, 또 엄마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덕봉이는 사임씨 엄마가 했던 방법, 학원에 보내고 밥을 해주고 책읽기를 시키는 것으로 육아를 해보는데 정작 사임씨 엄마가 다시 엄마로, 이번엔 걱정을 많이 덜고 행복한 어른 엄마로 돌아오는 데엔 '멍하니 하늘 보기'가 답이었다.

털고 포기해야 하나보다. '난 괜찮아' 소리도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애쓰며 무리하고 병나는 건 바보짓이다. 아이의 능력과 내 한계를 너무 넓게 잡지 말아야 한다. 대신 매일 조금씩 오늘도 잘 살았다, 고 혼자 다독여야 겠다. 애 밥 챙기고 깨워서 이런 저런 공부, 숙제 시키기도 벅찬 방학. 만약 내가 어린이로 돌아간다면? 막내가 나를 챙길 수 있을까. 불닭볶음면만 매일 줄까봐 걱정이다. 난 이러케 저러케 삼시새끼 챙겼는데?

전통설화의 틀을 되살려 쓴 이야기의 의도와 교훈이 강렬해서 예전 처럼 '김리리 책'을 읽는 재미는 덜했다. 공부 덜하고 재밌게 살라는 글과 그림 작가들 소개에 대학교 이름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