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400.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장강명 소설을 이제야 처음 읽었다. 저자의 약력이나 인기를 떠올리며 이 작가는 김영하와 김훈을 합쳐놓은 걸까, 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처음 읽는 낯선 작가의 글은 깔끔 하고 매끄러웠다. 처음 두 어 장은 따옴표 없는 대화와 과거, 현재를 오가는 서술에 더듬거렸지만 이내 계산한듯 딱 들어맞는 이야기에 정신을 뺏겨가며 다 읽었다. 뭐지, 이 사람? 잘난 척이나 허세는 없는데 은근 얄밉네. 그런데 그 이야기 바닥은 조용하고 말갛고. 얇은 소설로 내 속의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한숨을 다 건드려놓았다. 큰 반전이나 놀라움을 던지는 소설은 아니었는데, 이름도 없는 주인공 남자의 이야기는 서늘할 만큼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책을 다 읽지도 못할까봐 그에게 우주 알이라거나 시공간 개념 너머 초능력을 입혀놓았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아 어쩌면 이 소설은 기억에 대한 거니까 해피 엔딩이 선택적으로 있을 수도 있어. (어느정도 내 생각도 맞았잖아, 라고 주장합니다). 그나저나 그 ...그...아줌마 너무 무섭고, 여자의 엄마도 싫었다. 내가 주인공들 보다 그 주변의 지겨운 냄새나고 시끄럽고 집착하는 아줌마(그리고 아저씨)들에게 더 가깝다는 게 자꾸만 생각났다. 공포소설인가. 그래도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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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김영하와 김훈을 합쳐 놓은 듯한 글이라구요? 계속 북플에 이 책이 올라와 눈에 띄었는데 님의 문장들에 읽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장강명이라!!^^

유부만두 2015-09-18 08:58   좋아요 0 | URL
ㅎㅎ 아뇨~ 작가의 약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고요...
글은 그 두 작가와 아주 달라요. 깔끔하고 생생한데 이야기가 가볍지만은 않아요.
전 쉽게 감동받는 독자이기도 하지만 ... 장강명의 이 작품이 좋았어요. ^^

붉은돼지 2015-09-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리뷰나 페이퍼로 장강명이 하도 많이 올라와서 읽어봐야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어요

`강명`이라는 이름은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흔히 들어보기 어려운 이름인듯...
그리고 글자가 모두 `o`으로 끝나는 것도 특이한 것 같아요....

뭐...다 쓸데없는 소리 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9-18 19:08   좋아요 0 | URL
저도 작가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간장공장공장장 ... 생각도 났고요. ^^
사람마다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이 다르던데요,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해요.
전 사전지식이나 기대 없이 읽어서인지
아니면 제가 워낙 쉽게 감동을 하는 사람인지 .... 꽤 빨려들어가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