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400.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장강명 소설을 이제야 처음 읽었다. 저자의 약력이나 인기를 떠올리며 이 작가는 김영하와 김훈을 합쳐놓은 걸까, 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처음 읽는 낯선 작가의 글은 깔끔 하고 매끄러웠다. 처음 두 어 장은 따옴표 없는 대화와 과거, 현재를 오가는 서술에 더듬거렸지만 이내 계산한듯 딱 들어맞는 이야기에 정신을 뺏겨가며 다 읽었다. 뭐지, 이 사람? 잘난 척이나 허세는 없는데 은근 얄밉네. 그런데 그 이야기 바닥은 조용하고 말갛고. 얇은 소설로 내 속의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한숨을 다 건드려놓았다. 큰 반전이나 놀라움을 던지는 소설은 아니었는데, 이름도 없는 주인공 남자의 이야기는 서늘할 만큼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책을 다 읽지도 못할까봐 그에게 우주 알이라거나 시공간 개념 너머 초능력을 입혀놓았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아 어쩌면 이 소설은 기억에 대한 거니까 해피 엔딩이 선택적으로 있을 수도 있어. (어느정도 내 생각도 맞았잖아, 라고 주장합니다). 그나저나 그 ...그...아줌마 너무 무섭고, 여자의 엄마도 싫었다. 내가 주인공들 보다 그 주변의 지겨운 냄새나고 시끄럽고 집착하는 아줌마(그리고 아저씨)들에게 더 가깝다는 게 자꾸만 생각났다. 공포소설인가. 그래도 별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