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북플로 깨작깨작 올리다가 컴퓨터로 쓰니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더 멋진 포스팅이라고는 차마....)

 

지난주에 에디트 피아프 영화 <라 비 앙 로즈>를 보았는데 첫장면이 1918년 파리의 슬럼가, 벨빌이다. 1915년생 에디뜨가 서너 살 무렵, 가수인 엄마는 아이를 내버려둔다.

 

 

그런데 바로 이 슬럼가 Belleville, 이름 대로라면 '아름다운 마을'은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의 꼬마 모모가 사는 동네다.

 

 

모모는 창녀의 아이들을 키워주는 로자 아줌마와 함께 산다. 기구한 운명의 유태인 할머니 로자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갈곳 없는 아이들은 창녀촌에서 자라났다. 어린 에디뜨는 엄마에게 버림받고 (방임되고) 아빠가 데려가더니 브루곤느 지방의 친할머니 (네, 그쪽 직업을 가지신 분)에게 맡겨졌다. 영양실조로 눈이 멀기 까지 했다니 얼마나 끔찍한 상태에서 꼬마가 살았을지 상상이 된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사진 왼쪽의 머리 긴 여인 티틴느가 엄마 못지 않게 (아니, 진짜 엄마 처럼) 에디트를 아껴주었다. 그리고 오른쪽의 여인은 친할머니.

그런데...어쩐지 저 친할머니가 자기 앞의 생의 영화 속, 로자 아줌마 역을 맡을 시몬느 시뇨레와 너무 닮았다. 하지만 시몬느 시뇨레는 1985년에 사망해서 2007년 영화에 나올리가 없....그래서 다시 검색을 했더니, 아, 이 여인은 바로 시몬느 시뇨레의 친딸 캐서린 알레그레뜨였다.

 

 

 

초로의 나이가 된 에디뜨, 해변에 앉아 뜨개질을 하면서 여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 기자가 젊은 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에디뜨는 말한다. "Aimez" (사랑하세요). 더 어린 소녀들에게도 역시 같은 말, "사랑하세요".

이 말은 우리의 모모가 로자 아줌마를 보내고나서, 사람은 사랑해야한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생각나게 했다.

 

 

 

표지의 이 꼬마는 로맹 가리, 였을까. 새벽의 약속, 을 읽다보면 자꾸만 시몬느 시뇨레를 닮은 그의 엄마가 떠오르는데 (학습효과), 그 엄마가 애지중지 키운 이 꼬마의 밝은 미소는 이미 '사랑'을 아는 표정이다.

 

사랑해야 한다..... 지나온 세월이 후회스럽지 않다고 노래하는 에디뜨, 그리고 그녀의 장밋빛 인생에서도, 모모 앞에 놓인 그 아이의 인생에도 사랑만큼 중요한 것 없다. 내 인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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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2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시 피씨로 쓰는 게 좋아요. 할 말을 다다다다닥 막 할 수 있어요. 북플로는 잘 안하게 되죠. 피씨에 길들여진 세대인가.. ㅎㅎㅎㅎㅎ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할 줄 알고, 또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을 받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에디뜨의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부만두님.

새벽의 약속을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정말 다시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유부만두 2015-07-27 18:47   좋아요 0 | URL
그쵸. 사랑을 받아야 주는 법도 배우게 되겠죠. 에디뜨의 인생도 모모의 인생도 그리 수월해보이지 않지만 그들 모두 사랑을 주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레이야 2015-07-2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너무나 맘에 드는 페이퍼에요. 젠 체 하지않고 편안하게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아요. 라비앙로즈,는 봤는데 자기앞의생,도 영화가 있었는지 몰랐어요. 사랑,에 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굿나잇해요

유부만두 2015-07-29 08: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프레이야님. 다정한 댓글 감사합니다. ^^
제가 사진 넣은 페이퍼를 (거의) 처음 썼어요;;; 저도 자기앞의 생은 영화 존재만 알고 보진 못했어요. 얼마전에 프랑스 tv5에서 영화로 또 만들었다는데 예고편만 봤고요... 시몬느 시뇨레랑 딸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고요...사랑... 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비오는 수요일을 시작합니다. 멋진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