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00. 멍청한 편지가! (황선미)
4학년 동주는 헐랭이다. 키가 작지만, 더 클거라며 부모님이 큰 옷만 입혀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같은 반 반장 아이는 키도 크고 벌써 변성기도 왔는데. 유치원 동창생 영서도 이젠 동주보다 머리 하나 만큼은 더 커버렸다. 그런데 영서가 동주 가방에 이별/고백 편지를 넣었다. 이걸 동주는 가방이 같은 메이커인 반장에게 보낼 것을 잘못 보냈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어찌 처리할 줄 몰라한다. 묘하게 일은 꼬이고, 영서와 반장 사이의 분위기를 지켜보는 동주의 심정도 복잡하다.
오늘 우리집 막내도 새학년을 위해서 가방을 샀다. 3학년 씩이나 되었으니 귀엽게 이런 저런 장식이 달린 건 싫다고 하면서 심플한 검정색을 고른 쿨한 열 살 소년. 자신의 세뱃돈으로 사겠노라, 큰소리 였지만 요즘 가방 값이 .... 그걸로 될 리가 ... 없잖아.
난 아홉 살만 지나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 한 자리 숫자랑 두 자리 숫자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어린애랑 소년처럼. 근데 12월 31일 다음에 1월 1일이 되는 거랑 똑같더라고. 아홉 살이나 열 살이나. 보라고! 열한 살도 다를 게 없잖아.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