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400. 빵의 지구사 (윌리엄 루벨)
서문에서 이 책은 빵의 일반 역사라기 보다는 실제 빵 굽는 사람을 위한 역사책이라고 했다. (이 서문은 '빵을 좋아하지 않는' 주영하 선생의 글이다.) 하지만 처음 4장에 걸쳐서 실린 내용은 기존에 나온 빵의 역사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효'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랄까. 저자의 심심한 문체 때문인지 소금도 넣지않고 자연 발효 시킨 사우어도 빵을 씹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 장, "특집"에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서양떡, 빵의 역사가 근래 골목마다 들어선 빠리바케뜨와 뚜레주르 이야기와 함께 실렸다. 이 마지막 장은 책의 감수자 주영하 선생이 썼다.
이 책은 애매하고 심심하다. 빵의 역사를 다룬 부분(170여쪽) 에선 무난하고 익숙한 내용인데 책 마무리에 우리나라 사정을 끼워넣어 (20여쪽) 어째 전체 그림을 이그러뜨린 느낌마저 든다. 이어서 잘 익은 빵 겉껍질 색의 종이로 된 부록 부분은 어두워 읽기 힘들지만 작은 글씨로 빵 이름들과 이런 저런 레서피들도 담았다.(40여쪽) 빵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빵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드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