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한글날까지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세상엔 멋진 팔자를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 같은 아줌마도 있고. 어쩌겠나. 나는 지금의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크흐, 멋지네. 나 지금 시댁에서 귀환해서 맥주 마시는 중) 그래, 남편님아, 너를 택하고 나는 지금 이 운명으로 들어섰어. 그리고 요즘엔 남편 만큼 정보라님도 안톤 허님도 좋아졌어. 그래서 이 책.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 활동 시작은 아홉 살 때였다고 했다. 그 아홉살 꼬마의 심정을 내가 너무나 잘 알겠기에 눈물이 났다. 그 아이는 (그리고 미래의 독자는) 지금 여기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세계로 도망치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러시아 문학은 ...

"들여다보면 볼수록 러시아와 폴란드 작가들 중에는 광기와 천재적 창조력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사람 혹은 그 양쪽 모두를 당당하고 편안하게 손에 쥐고 세상에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거침없는 상상과 표현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나도 저렇게 창의적으로 제정신 아니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과 겹치는 정 작가의 경험과, 불타는 러시아 소설을 향한 애정을 안다. 그래서 명절에 시댁에서 몰래 몰래 읽던 이 글에 (시댁에 갈 때 읽을 책 두 권 챙겨가는 아줌마 여기 있습니다) 토란 만큼 굵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명절이란 그간 밀린 친척들의 소식과 정치 뉴우스를 듣는 시간.  


"산다는 것의 무서움을 알려고 하지 않는 놈들 중에는 사기꾼 부류가 있으며 세상은 넓고 사기꾼은 아주 많다." 


그렇다. 그런 놈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정보라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려는 강한 열망의 작가들과 그 이야기를 읽고자 주먹 불끈 쥔 독자들이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투쟁. 그렇다. 나는 이번 명절도 살아냈다. 집에 왔다. 설날 까지 또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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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9-29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명절도 살아냈다.... ㅠㅠㅠㅠ

..........에 제가 기립박수 칩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유부만두님!
이제 집으로 돌아오셨다니 너무 반갑고 다행입니다. 푸욱 쉬시구요!!
내일은 매일글쓰기8일차임을 알려드립니다^^

유부만두 2023-09-30 08:18   좋아요 1 | URL
시댁에 가는 건 숙제 같아서 매년 무게가 더해집니다. 나중에 제 아이들도 이러겠죠. 지금도 자기들 방에서 나오질 않아요. ㅋ
자, 오늘은 8일차 입니다. 벌써 일주일을 채웠네요. 많은 분들은 이미 매일 리뷰나 책 이야기를 쓰고 계십니다만 전 컴 앞에 앉으려면 각오가!!!! 으얏!! 기합이!!! 필요합니다!
(더하기 카페인도요) 단발님도 명절 잘 지내고 계시나요?

단발머리 2023-10-01 21:53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친정 식구들이랑 식사해서요 ㅋㅋㅋㅋㅋㅋ지금 재활용 마치고 막 앉았어요.
일단 오늘의 일정은 끝났고요. 내일은 다시 놀리, 놀리, 놀놀놀놀놀놀놀놀놀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29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 첫째줄 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연휴 시작!

유부만두 2023-09-30 08:1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명절 전에 시험 문제 던지고 연휴에 들어가신 자냥선생님!

moonnight 2023-09-30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많으셨습니다. 유부만두님^^ 시댁에서 (무사히) 귀환해서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부만두 2023-10-01 08: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 책이랑 영화를 즐겨보렵니다! 문님께서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