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의 21세기 미국 남부판 (+길리언 플린 식) 재해석이다. 가난한 (하지만 예쁘지 않은) 23살 여주인공 제인은 앨러배마주 부촌 손필드에서 매력적인 남자 에디 로체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한다. 제인은 강아지의 가정교사가 아니라 산책시키는 알바생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사망한' 전부인 베(버사)의 이야기가 뭔가 석연찮다. 베와 어린시절부터 친한 사이였고, 한 동네에 살았던 블랜치는 작년에 사망했다는데 베는 실종상태이다. 에디의 집에 들어와 사는 제인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진짜 정체를 숨기며 부촌의 사모님으로 변모하려 애쓰는 중인데 어느날 집안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 윗 층엔 아무도 없는데...
200쪽 부터 읽으면 된다. 그 이전엔 너무나 지루하고 유치한 설정들이 이어진다. 꾹참고 200쪽을 넘으면 (하지만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상황 전환들과 사람들 관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진짜 신기한 것은 이 소설의 세계에는 <제인 에어>라는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인의 어린시절 단짝 친구 이야기나 이런 시그니처 문장이 나오는데도.
원서 제목은 The Wife Upstairs고 제인보다 베의 비중이 크다. 제인은 베와 다르지만 꽤 닮았고 작가의 애정은 베와 에디에 쏠려있다. 이 소설에서 로체스터는 뻔뻔한 중년 범죄자가 아니라 파괴적 사랑의 안타까운 희생자로 그려진다. 아무리 그가 잘생기고 근육질이라도 이건 좀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