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부에 긴장 요소가 생기고 이중의 팽팽한 삼각관계 덕에 읽는 속도가 붙었다. 끝엔 공개적 '파국'이 공연되기에 이 책은 소설로 읽기 보다는 미니 시리즈 (5부작 정도) 시청에 더 나을 듯하다. 


에미라와 알릭스는 흑,백의 피부 말고도 8살의 나이 차이, 경제적 차이에 더해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는 에미라와 공들여 쓰는 손글씨, 캘리그라피 블로거 알릭스로 대비된다. 보통은 보모와 엄마 사이에 아빠가 함께 불륜의 삼각형을 그린다면 이 소설에선 과거의 남성 캘리가 작위적으로, 미심쩍은 모습으로 끼어든다. 그의 진심은 뭔가? 이들은 자신의 열쩡, 욕쩡을 채우는 대신 (바람도 좀 피워도 되겠구먼...) '체면' 혹은 '피씨함'을 내세우며 상대의 위선, 혹은 페티쉬를 동반한 과장된 (역) 인종차별을, 십오 년 전 고딩 때 책임을 묻는다. "네 가면을 벗겨주게써!" "저 애랑 놀지마, 걘 bad person이야!" "내가 이러는 건 다 널 위한거야" 단순명료한 공격은 반복할수록 유치해진다. 그 최고봉은 역시 알릭스. 그녀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며 '토니 모리슨을 다 읽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 어서 책을 쓰고, 힐러리 선거 캠페인에 합류하고, 미남 앵커 남편이랑 함께 더더 유명해 지는 게 당연한 사람. 그런데 애매하게 악랄해서 더 답이 없다.   


여러 이야기 요소들이 쌓여있고, 별별 자잘한 디테일들에 (복선을 생각할 필요 없는 그냥 많고 많은 설정과 짜잘한 단추들) 인물들은 바쁘고 독자도 예열 시간을 가질 새 없이 다음 챕터, 다음 싸움으로 급하게 넘어간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강남 사모님들, 아니 뉴요커 레이디즈의 조언들에 어지럽다. 여자들 끼리의 시스터후드의 (좋건 나쁘건) 장면들이 많지만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백인 주인마님과 흑인 메이드의 밑그림 위에 백인 남녀의 과거사에 얽힌 자존심 싸움, 혹은 정당성 우기기가 도드라진다. 그래서 20대 '쿨한 흑인 여성' 에미라의 '주인공 다운' 행동보다는 안티 히어로들인 백인들의 분량이 크다. 흑인 여성 작가인 Reid가 그간 모아온 감정들이 비쳤나 싶기도 했다. 최후의 일격 혹은 개선의 가능성은 모성/육아을 향한다. 하아.... 이쯤되면 아무리 모든걸 다 가진 알릭스라도 동정표를 받아야 겠... 지만 네, 이런 식의 결말은 FUN 하지 않아. 부커상 롱리스트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라더니 소문만 좋았고 많이 아쉬운 독서였다. 난 토니 모리슨도 많이 읽은 사람이라 눈이 높단 말이지.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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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11-07 0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원서라 읽는 건 꿈도 못 꾸지만-_- 번역되어 나와도 유부만두님 글 읽은 걸로 패스할까 합니당^^ 마지막 에헴에 큰 박수를♡♡♡♡

유부만두 2021-11-07 17:14   좋아요 4 | URL
이번 소설은 그닥 ... 이었어요. 하지만 작가의 첫 소설이라니 다음엔 더 멋진 이야기를 쓸지도 몰라요.
혹시 셀레스트 잉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를 안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

mini74 2021-11-07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매하게 악랄해서 더 답이 없다 ㅎㅎ 뭔지 알거 같아요. 토니 모리슨이나 더 읽어야 하는건가요 ㅎㅎ*^^* 유부만두님 편한 일요일 보내세요 ~

유부만두 2021-11-07 17:16   좋아요 3 | URL
토니 모리슨 읽기! 비장하지 않습니까?! ^^

진짜 가을 같은 날씨의 입동 일요일입니다. 미니님도 편안한 주말 마무리하세요.

scott 2021-11-07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 킨들로 읽었다가 급 실망 ㅎㅎ

만두님 리뷰 격하게 공감 합니다!

그러나 영화로 제작 된 다는 루머가!

유부만두 2021-11-08 06:28   좋아요 1 | URL
그럴것 같아요. 리즈 위드스푼 북클럽 선택이니까요.
긴장 상황은 영상에서 잘 표현될 듯 싶어요. 하지만...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