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인간의 말과 글을 (독학으로) 배워서 편지를 남겼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이 여우8은 철자법이 매우 서툴지만 지적 능력과 공감 능력은 어느 인간 못지 않다. 그가 비관적인 미래를 바꿔보려 인간에게 협력을 구하며 애쓰는 것이 안타깝다. 그에 더해 책이 기대보다 재미가 없어서 더 안타까웠다. (어쩜 조지 손더스의 전작 '바르도의 링컨' 만큼이나 재미가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동물의 목소리, 더 나아가 동물의 글을 '그대로' 전하는 소설은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소세키의 고양이는 글을 쓰지는 않았고 이야기만 전했지, 아마?) 직접 타자를 쓰느라, 혹은 글자를 쓰느라 (해부학적 어려움을 안고) 고생하는 개를 두 마리 안다. 온다 리쿠의 '충고'의 개는 주인에게 닥친 위험을 경고하고 장자자/메시의 개 리트리버는 타자기를 사용해서 오랜 시간 주인과의 인연, 인간의 생활사를 관찰하고 있다. 



자연의 친근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인간의 파괴적 행동을 묘사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여우8의 편지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해요, 투의 어느 정도 귀엽고 (하지만 애써 안 귀여우려 쿨하게 군다) 망가진 철자로 수십 쪽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는 지치는 일이다. 나 역시 멍청한 인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시나 저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에 관심이 생기는 분들께, 재미 없어요. 읽지 말아요. 저도 이 책 추천한 친구랑 싸웠어요.) 


그나저나 동물 목소리 (여우8 보다 덜 똘똘한) -새오체는 영화 <검은 사제들>의 돼지의 편지글 패러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게 다 인간 편의주의고 인간 중심이고 인간 나쁘고 못됐고. 압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6-26 1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추천한 친구랑 싸웠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6 18:55   좋아요 3 | URL
친구 추천을 믿고 꾸역꾸역 완독했는데, 정작 친구는 책 앞부분만 읽고 재미있다고 했던 거였어요. ㅎㅎㅎ

미미 2021-06-26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내용으로 싸우셨을지 궁금해오ㅋㅋㅋㅋㅋㅋ저 <아무튼 스릴러>에서 읽고 다짜고짜<나와 춤을> 사서 ‘충고‘읽었어요~♡ 짧지만 넘넘 귀엽고 마음아팠어요! 흑흑

유부만두 2021-06-26 18:55   좋아요 2 | URL
책이 재미가 심하게 읍드라고요. ㅋㅋㅋㅋ ‘충고‘는 은근 슬프고 번역체가 귀여웠어요.

붕붕툐툐 2021-06-26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움을 부르는 책이군요!ㅎㅎㅎ
기대보다 재미가 없어서 안타까운 거 넘 웃겨요!ㅎㅎ

유부만두 2021-06-27 07:47   좋아요 0 | URL
붕붕툐툐님께 웃음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네. 전 그걸로 오케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