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펭귄판과 민음판은 2부의 제목은 물론 전체 시리즈 제목을 다르게 번역해 두었다. 


이미 1부 콩브레에서 '잘못 얻은 부인' 때문에 평판과 옛친구 모두를 잃은 스완씨를, 자신의 출타 중에 부인이 다른 남자를 저택에 초대하는 불쌍한 스완씨를 보았기에 과거로 조금 돌아간 2부에서 (소설의 배경은 1871-1887 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게 그 시기의 사건들을 대입하기는 어렵다 - 민음2, 317, 주석) 스완이 하는 사랑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순전히 그의 입장에서 - 아주 몇 번 성인 화자(1부에서 엄마에게 매달리던 그 소년 아니고 아저씨)가 참견하는 이야기를 읽는다. 



의식의 흐름이라지만 의식은 그 흐름의 강물 바닥에 가만히 누워있고 시퍼렇게 눈을 뜬 채 떠내려오는 사랑을, 시간을, 향기와 색깔을, 말과 음악을, 촉감을, 이 모든 것들의 기억을 바라본다. 강렬한 그 시선은 기억을 멈추게 해서 흐름은 얼어붙기도 다시 녹아 흐르기도 한다. 이 진행이 스완의 사랑과 함께 이루어진다. 사랑의 발단부터 ... 아, 안다고요, 결혼하는 거 알지 않냐고요? 하지만 이건 K드라마가 아니다. 결혼 말고 그 전에 2부가 끝난다. 사랑이. 확실하게. 피니. 


2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스완은 생각한다. 스완의 의식이 눈 부릅뜬다. 오데트와의 첫 만남은 별로 였는데, 그 첫 만남이 사랑의 시작과 같은 순간도 아니었고, 사랑이 끝나도 그 만남은 이어질 수도 있었노라고. 자기 스타일도 아니고 별것도 아닌 여자에게 몇 년을 허비했다고 쓰게 내뱉는다. 읽는 내 눈에도 차가운 그 현타의 확인. 아씨, 죽을 각오 까지 했쟈나! 이 몇백 쪽에 이르는 죽어버린 스완의 사랑기를, 굳이 펭귄판의 역자는 '어떤'이라는 형용사를 넣어서 그 하찮음을 강조한 그 사랑의 순서를 따져 볼까, 말까, 그러면 나도 되는 걸까.

변.태. 

스완의 그 집요한 묘사와 확인 후에 UHD 8k 로 되살려주는 그 장면 하나 하나를 따라가다 옮아 버린 그 변태스러움을. 

잠깐만요, 숨 좀 고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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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1-02-13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조의 호수 떠오르네요. 스완에 오데뜨에 ㅎㅎㅎ 여튼 완독 축하드립니다!^^

유부만두 2021-02-13 23:08   좋아요 3 | URL
swann 스완입니다. ^^ 아직 완독은 멀고 멀었어요. 이제 원서 기준 7권에서 첫권 에서도 2/3를 읽었습니다.

persona 2021-02-13 23:09   좋아요 3 | URL
아하!! 계속 응원합니다! ㅎㅎㅎ

붕붕툐툐 2021-02-14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의 전개 살짝 보고 갑니다~ 알아요, 이래도 소용없다는거~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님, 파이팅입니다~👏👏

유부만두 2021-02-14 07:26   좋아요 2 | URL
응원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연휴 잘 쉬셨어요?
개학이 다가옵니다. (공포 사운드 틀어드릴까요?)

scott 2021-02-14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끝까지 홧팅!바라며 마들렌과 커피 요기 ㅋㅋ☕️O🥐

유부만두 2021-02-14 07:27   좋아요 3 | URL
홧팅! 감사합니다. 향긋한 커피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