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라기보다는 음식을 좋아한다. 식재료와 식습관 문화를 좋아하고,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무엇보다 함께 모여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지금은 어려워진 일. 요즘은 그저 매일매일 습관 처럼 아침엔 떡이나 빵을 데우면서 점심 메뉴를 생각하고 점심은 덮밥이나 국수류를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고 오후 간식을 챙기려 냉장고를 열어 정리도 좀 하고,  저녁 이전에 슥 배송을 받으면 채소를 다듬는다. 부엌일을 하면서 <한국인의 밥상>이나 요리 다큐멘터리를 틀어 놓는다. 김치 감자 수제비를 만들면서 이탈리아의 뇨끼 영상을 본다. 먹는 게 뭐라고, 어쩌면 전부이고 어쩌면 하찮고 시시한 일. 


2년 전 6월 앤서니 보데인이 자살했다. 그의 거침 없는 여행기를 좋아했는데 그 뻔뻔함은 백종원과도 많이 달랐고, 그가 가진 많은 것들이, 백인 1세계의 그 거만함이 싫은 만큼 그가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며 먹는 모습을 챙겨 봤다. 다른 곳의 다른 사람들이 먹는 다르고도 비슷한 음식들. 백종원의 작년 우한 미식 탐방기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못 가보겠구나. 장강, 적벽과 가깝다는 그 곳을. 


절판 된 보데인의 책을 중고로 사서 읽고 있다. 음식과 식당 주방의 거칠고 상스러운 이야기, 펄펄 끓고 진하고 온갖 차별과 욕설이 넘치는 이야기라 질리는 기분이다. 백종원이 나오는 '맛남의 광장'의 순한 주방과는 달라도 아주 다른 무서운 주방이다.


보데인이 책에서 추천하는 칼을 한 자루 샀다. 백종원 주방에도 있던 칼. 이 칼로 아이들 점심급식을 한참 더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도 이제 유투브 영상 링크 올릴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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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도 모르는 저이지만... 위의 칼은 진짜 요리사 칼 같아요. 뭐든 싹싹쓱쓱 맛난 요리로 만들어줄것 같구요 ㅎㅎ

유부만두 2020-05-12 21:37   좋아요 0 | URL
진짜 새 칼 쓰는 기분 냈습니다. 왼손도 좀 베고요. 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0-05-1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칼이었군요???
음....날카롭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뭔가 진짜 주방장 같은 칼!!!
저도 무슨 칼인지는 봐도 잘 모르겠지만요ㅋㅋ
요즘 저도 설거지 하면서 심지어 밥 먹으면서 넷플릭스에서 하는 요리하는 외국 프로그램 틀어놓고 보거든요!!
이젠 애들도 넋놓고 보고 있구요ㅋㅋ
디저트 만드는 걸 보면서 밥 먹으니까 밥이 엄청 달게 느껴지더라구요????
요리하지도 않으면서 요리책 보고 요리 프로그램 열심히 재밌게 보는 심리는 뭘까?싶었는데 유부만두님도 그러시군요???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아녀서 기쁘네요^^

유부만두 2020-05-13 13:53   좋아요 1 | URL
공부하는 사람들이 Study with Me 같은 영상을 본다는데
부엌일에도 동반 ‘노동자‘의 영상이나 뭔가 다른 볼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지금 내 일이, 채소 다듬기, (칼 쓰는 일 빼고) 식재료 정리가 덜 힘들어지니까요. 아 그나저나 이눔의 부엌일은 끝이 없네요.
정리하고 준비하고 익혀 차려 놓아도 금방 먹고
또 설겆이가 산더미.... ㅜ ㅜ
정말이지 시지푸스의 밥상 라이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