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피들을 존경한다. 내 동생 같은.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패션 아이템들을 기억하고 활용하며 멋지게 조화시켜 입는다. 명품도 사랑하고, 잘 알며 동대문 시장도 자주 간다. 나는 동생의 옷이 명품인지 아닌지, 지난주 만났을 때 본 옷이 새 옷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난 보통 교복삼아 같은 옷을 줄창 입고 다닌다. (요즘은 동생이 골라준 민소매 회색 원피스) 안목도 없고 귀찮다. 그런데 가끔 패션에 대한 궁금증이 동할 때 이런 책을 산다.

 

 사고 늘 후회한다.

 

여전히 난 패피가 아니고, 패피들을 위한 옷 입기 가이드였으니 내가 볼 책은 아니었나 보다, 생각한다. 이 책은 옷 잘 입기 책이 아니고 현대의 의류 산업이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점, 조금이라도 지구를 위하고 멋지게 옷을 입고자 한다면 이 책에 실린 많은 패피들 처럼 옷장 정리, 옷 제대로 관리, 버리는 대신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기, 헤진 옷 리모델링해서 재활용하기, 등을 하라고 소개한다. 엣세이도 하니고 짧은 토막토막으로 각 방법들을 나열하는데 너무나 일반적이고 대략적이라 (주석 번호가 달려있지만 원문에 해당되는 영문기사들 웹주소 등이라 큰 도움이 안된다) 미장원에 있는 여성잡지의 특색 없는 특별 기사를 보는 기분이 든다. 사이사이 들어있는 멋진 인물들의 사진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렇게 예쁜 몸매의 사람들이라면 뭘 입어도 패피겠다.

 

이 책에서 선행과 함께 하는 예로 드는 톰스 신발 기부에는 좀 거부감이 든다. 톰스 신발 한 컬레에 한 두 컬레 기부하게 하는 시스템은 그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지만 정작 아프리카의 산업/취업 구조를 망가뜨린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늘 원조와 기부를 기다리는 곳으로 만드는 것도 불편하다.

http://miainafrica.tistory.com/entry/TOMS-Shoes

 

또한 이 책은 화학약품 사용 (세탁, 특히 드라이크리닝)을 경고하며 천연,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할 것을 권하는데 자세한 정보는 없이 두루뭉실 넘어간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서로 돕는 멋진 패피!!! 라는 것은 좋지만 내용도 없고 엣세이도 아니라 읽는 맛도 없고 (차라리 언급된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기사였다면 더 흥미로웠겠지) 반복은 많아서 실망이었다. 결론은 이 책은 나처럼 패피 아닌 사람이 낚여서 사기 쉬운 책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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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1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금껏 유부만두가 멋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부만두 2018-08-16 09:27   좋아요 1 | URL
실은 언니 만날 땐 옷을 신경 써서 입었어요. 언니는 제게 소중한 사람이라서! ^^

라로 2018-08-1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패피가 뭐에요??

유부만두 2018-08-16 09:28   좋아요 0 | URL
줄임말이에요. 옷 잘 입는 ,패션 피플, 에서 첫 글자만요.
영어를 우리말 식으로 쓰고 줄이기 까지 하니까 영어가 아닌 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