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엔 아이가 수영 강습을 받는다. 저녁 산책 겸 따라 나섰더니 .... 덥다.... 들고 온 책은 운동 테마. 하루키 달리기 책이다. 때늦은 선택인줄은 알지만 마라토너를 존경하기로 했기에 구매 했다.
하지만 시원한 수영장을 바라보면서 달리기 책을 앉아서 읽자니 뭔가 어색해서, 가방에 넣어간 '도쿄의 부엌'을 꺼냈다. (다들 동네 마실 갈 때 가방에 책 두 권씩은 넣고 다니시죠?!) 살림여왕의 깔끔 화려한 부엌 화보가 아니라 도쿄 지역의 다양한 부엌 50곳을 들여다 보고 사연을 약간 곁들은 책이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다양한 가족 형태, (지만 디자인계통 근무자들의 1인 거주가 많은 편) 오래된 건물의 철거전 낡고 묵은 느낌의 부엌, 냉장고도 스토브도 없는 곤로 하나의 부엌, 노숙 부부의 부엌 까지 여러 '삶'을 보여준다. 저자가 조심하며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건들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보인다. 몇년 전 여러 사람들의 가방 속 아이템을 보여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정말 지루했던 것에 비해 부엌은 여러 이야기와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내 부엌은 .... 참 특색도 없고, 너저분하다. 긴 부엌 창으로 보이는 길 건너쪽 병원과 하늘. 그리고 쨍한 여름 기운. 보리차를 끓이기에 너무 더운 날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만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