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는 '그믐'으로 처음 만났는데 '표백'으로 실망하고 '한국이 싫어서'나 '댓글부대'는 내 취향이 아닌듯해서 멀직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엣세이 '5년만의 신혼여행'과 팟캐스트에서 야무지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거부감은 없는데....뭐랄까, 너무 똑부러지고 빈틈없는 얌체 같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 책 '당선, 합격, 계급'은 표지를 꽉 채우는 세 단어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입신양명 제도, 그 부작용과 피해자들, 혹은 낙오자의 좌절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분석한다. 표도 나오고 실명과 연도가 언급되며 숫자도 나온다. 좋은데? 이런 똑똑한 기부니가 드는 '문학계' 이야기라니. 시험으로 구성원을 뽑는 기업, 대학, 사법계 등과 문단이 함께 갖는 조직적 한계와 정체성, 그리고 에너지 낭비와 어두운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비교하는 다른 집단보다 유독 문단이 더 고질적으로 느껴진다. 사실 등단이 대단한 부와 명예를 보장하지 않기에 그안에서는 더 폐쇄적으로 뭉치고 단단해지는 건지도. 그 고생을 했는데! 억울하겠지. 그리고 이슬만 먹고 사는 고매하신 신분이라 하찮은 독자란 숫자로도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끼리끼리 뭉치고 정부 보조금도 친한 사이 끼리 나누는 소설가들, 은근하게 비등단 작가를 배제하는 분위기, 등의 예시등을 자세히 읽자니 갑갑하다. 그.래.도. 문학 공모제도는 나쁜게 아니니 잘 사용하자,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그 이후의 게으른 행태는 척결하고 힘차고 창의적인 문학을 일구어 보자고, 두 손 높이 들어 작가 장강명은 외친다. 그 여러 해법 중 하나는 '문학 공동체' .... 라구요, .. 잉? 하는 순간 정적.

 

그러니까, 자유롭게 비판 혹은 비평을 소비자인 독자층에서 자발적으로, 소통하며, 읽고 쓰면서 많이 하자고.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작가 소설을 많이 읽고 그러면 좋은 날이 온다고. 말은 맞는데, 뭐랄까, 마지막 결말 부분에 와서 이러시면 저같은 독자는 참 애매한 느낌이 들지요. 그러니 '문학 공동체'는 누가요, 독자가요? 이 책은 독자 보다는 문청, 예비 등단 작가들을 위한 거 같았고요... 그 많은 도서전의 사람들, 그 많은이들이 소설을 사랑하고 책을 사고 (쌓아두고) 읽지만 작가, 출판사와 함께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는데. 뭘 읽어도 '제대로 못읽는 무지랭이' 취급을 하신단 말입니다, 작가님들께서.  전 사실, 소설은 재밌어서 그 주인공의 다른 삶에 매료되어서 읽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1920년대에도, 2010년대에도, 방구석에서 장판 긁으면서 혼자 세상 욕이나 하고 여자나 팬다면 ... 뭐, 이런게 많던데, 그럼 아, 읽기 싫은데, 하는거죠. 그 안의 인간의 부조리와 비애를 몰라준다 하시기 전에 독자의 비애도 좀 헤아려주세요. 흔하지 않게, 뻔한 폭력 말고, 살아있는 인물들을 읽고 싶단 말이죠. 아, 이건 장강명 작가에게 보내는 푸념이 아니라, 그러니까 문단 선생님들께 하는 말이에요. 사실, 공동체라는 생뚱하고 낭만적인 해법을 꺼냈지만 저자의 쓴소리, 통계와 함께 그의 힘찬 발언 역시 문학계 내부, 문단 내 그 고색창연한 성 안쪽을 향한다고 보인다. 그의 소리에 내 마음도 곁다리로 껴서 그곳에 가 닿길 바란다. 독자인 나도 재미있고 새로운 소설을 읽고 싶다.

 

룰루, 최은영 신간 예매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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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6-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에 도달하니 실망으로 치닫게 되네요. 문학 공동체를 찬양할지어다라니요... 짜비

유부만두 2018-06-26 09:51   좋아요 0 | URL
네... 좀 그렇죠..

이런저런 속 이야기와 자료를 통해서 묵혔던 고민을 꺼낸 건 대단하지만 결말 부분에는 어쩐지 도돌이표를 찍는 기분이 들어요. 책 읽는 내내 ‘독자‘의 위치는 어디일까 계속 궁금했고요.

라로 2018-06-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최은영작가 신간이 나왔다고욧!!! 히힝~~~부러워요. ㅠㅠ

유부만두 2018-06-28 10:37   좋아요 0 | URL
어제 받아서 천천히 읽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