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에 짜한 소문이 도는 이 책을 주저하다가 결국엔 샀다. 너무 노골적인 제목의 표지라 무섭기도 하고 좀 부끄러운 심정도 들었는데 (왜?;;;) 의외로 두껍다. 공개채용과 문학상공모를 파헤친 르포이고 자료가 많으니 당연한 일인데 왜 나는 얇은 '현대 사회 요약본'을 기대했을까.
신입사원 공채에는 주로 경력사원들이 합격한다고, 문학상 공모에도 이미 등단하고 출판 기회를 갖지 못한 작가들이 응모한다고 한다. 십수 년을 과거에만 매달렸던 조선시대 청장년들 이야기도 언급되는데 수능을 몇번이고 다시 봐서 이번에는 의대에 가겠노라 칼을 가는 친척 아이도 생각났다. 그 아이 뿐이 아니라, 삼수 까지는 한국에서 버텨보다가 소위 스카이에 불합격하면 외국 유학으로 방향을 트는 학생들을 몇몇 봤다. 그뿐인가 대학에 가고도 삼학년 쯤이면 군대가 아닌 '진로 고민'으로 휴학을 신청하고 편입학원에 등록하기도 한다. 무얼 위해서. 시험 준비와 통과, 실은 그게 편하고 공식화 되었기 때문이다. 뽑는 사람에게 뿐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시험 한 번이 편하다. 붙는다면.
얼마전 문학상 수상작에 실망했고 의리로 사는 이상문학상집도 그닥 재밌게 읽지 못한지 오래다. 저자 장강명이야 그쪽 사람이니 문학상 문제가 큰 화두겠지만, 난 부차적으로 언급되는 취업 이야기에 눈길이 더 간다. 엘리트 주의 아래 '1등만 살아남는' 세상의 현실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아, 더럽네. 많은 '천재 아닌' 아이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휘둘리다 어디로 가는건가. 아직 절반을 다 못 읽었다. 주말에 붙잡고 있자니 마음이 더 무거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