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추월당했다. 나보다 먼저 어슐러 르 귄 소설을 읽다니. 얕보고 훈수 두었던 일을 반성한다. 르귄의 동화라니 고양이,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에게 (그리고 한 마리 더) 날개를 달아놓다니. 이런 판타스틱한 이야기가!
그런데! 판타지를 향한 내 기대를 꺾듯이 이 날고양이들은 의외로 현실세계에서 산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고양이들 등에 달린 날개뿐. 도시의 쓰레기통 옆에서 태어나 길고양이로 사는 고달픔, 엄마의 다정함, 그리고 적대적인 다른 동물들과 인간들 모두 현실세계에서 나왔다. 여느 고양이처럼 날개 없는 제인 부인 고양이는 훨훨 날아서 힘든 도시 생활을 벗어나는 '태몽'을 꾼 후에 날개를 단 네 아이 고양이를 낳았다. 철새가 아비라는 둥, 시덥잖은 이웃들의 농을 무시하고 살뜰하게 아기들을 키운 엄마 제인 부인. 아기들에게 이제 멀리 떠나라고, 독립하라고, 도시를 벗어나 살라고 말한다. 어설픈 날개짓과 통통한 몸의 네 마리 고양이들은 도시를 건너고 공장 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숲이라고 마냥 고양이들을 환영할 리는 없다. 고양이들을 거부하고 공격하는 이들이 있다. 다행히 '다정한 손'을 만나서 발라당 누워버리는 행복을 찾는 고양이들. 그러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도시로 가는데 ...
네 마리의 날고양이들 외에도 검은 날고양이 제인과 혼자 잘난 집고양이 알렉산더도 나온다. 고양이 시선을 어린이 독자들이 감당할 만한 긴장과 흥미 수준을 지키며 그려내고 있다. 어린 제인이 겪는 트라우마와 후반부 모험담이 꽤 흥미롭지만 현실세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괴물이기도 천사이기도 하고 날고양이들은 게으를만큼 '안락'에 쉽게 정착해 버리지만 이야기 흐름은 세련되게 독자를 이끈다. 모험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편안함과 가족의 사랑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 모험담, 고양이가 함께 한다,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