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책 소개 방송을 듣다가 찾아본 영화. 1962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이다. 그 이듬해에 예순을 채우고 세상을 떠나서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꽁치의 맛'.
잔잔한 일본 영화 스타일의 원조 격이라 큰 사건 없이 사람들의 일상과 인생을 보여준다. 배우들은 웃으며 이야기 나누지만 보는 내내 세월과 인생의 쓸쓸함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다. 일본의 60년대, 산업화로 바쁜 나날 중에 그들은 패전의 기억을 꺼내 군가도 부르고 술을 마신다. 패전은 이전 시대와 다른 지금을 만들었고 중학생이었던 소년들은 사회의 중역이 되었다. 40년만에 모신 은사님은 번듯한 제자들 앞에서 절절 매며 어쩔줄 모른다. 제자들이 은사에게 대접하는 음식은 꽁치가 아닌 '붕장어', 고급 요리를 연실 맛있다며 먹고 위스키에 취해 쓰러지는 은사. 이제는 허름한 동네에서 '맛없는' 국수집을 하는 그에게는 아버지 수발에 자기 인생을 따로 펼치지 않은 늙은 딸이 있다.
맞벌이 하며 중고 골프채 사는 문제로 옥신각신 하는 큰 아들 부부, 집안 살림과 아버지 부양의 책임감을 느끼는 딸, 누나에게 '밥줘'라고 외치면서 아버지를 걱정하는 막내아들도 있다. 이 삼남매를 키우는 홀아비 사장. 쇠락한 은사에 자꾸만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슬프다. 이제 다 온건가. 그 바쁘고 긴 여정이. 중산층 가정의 일상을 보면서 어쩐지 김수현식 90년대 주말 가족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땀과 눈물, 술집 마담과 아들이 위로하는 아버지의 인생. 결혼식으로 맞는 해피엔딩.
일어로는 秋刀魚가 꽁치구나. 가을의 갈치인가. 찬장에 있는 꽁치를 꺼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