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곰씨, 혼자서 느긋하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곰씨. 여유있는 긴 의자에 혼자 앉아 있다가 여행가 토끼와 무용가 토끼를 만나 친구가 된다. 그 두 토끼가 결혼을 하고 아기들을 낳고 낳고 또 낳고 .... 단란하고 복닥스런 가족을 이룬다. 이 가족은 계속 곰씨 의자로 놀러온다. 곰씨는 견디다 속병이 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색도 칠하고, 돌도 놓고, 누워도 보고, 응가도 하지만, 결국, 비를 맞고 몸살에 걸린다. 따스한 마음의 토끼 대 가족은 곰씨 간호를 해주는데.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은 그거, 나 혼자의 시간을 빼앗긴건 이거.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곰씨는 고백을 한다. 너네를 좋아해...그런데 나는 나대로 음악도 듣고 책을 읽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아, 이 마음 나도 너무 잘 알겠고요. 친구에게 상처를 줄까봐 차마 말을 못했었어. 까톡이 .... 전화가....모임이.....때론 너무 부담스러워. 매번 무슨 답을 그렇게 자상하고 따뜻하게 달겠어... 티타임도 부담스러운데 갑자기 우리집 앞이라고 온다고 하면 아 어쩌면 좋아.... 난 집순이야... 덜 친절해도 곰씨라고.
이런 ‘각자의 시간’ 각 개인의 공간과 자유는 덩치가 작은 동물에게도 필요하다. 책을 펼치면 귀여운 생쥐들의 다양한 활동 그림이 가득. 색칠하고만 싶고요. 생쥐 가족은 구성원이 많....안 세어봤지만....많은 대가족. 하지만 대장쥐가 지휘하는 군대가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는 가족이다. 나이에 따라 기상 시간이 다르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아침 식사를 하고 스스로 치운다. 엄마 생쥐가 애들 깨우고 밥차리고 아빠랑 애들이 반찬투정하다 가버린 자리를 엄마가 혼자 라디오 들으면서 치우는 게 아니다. 옷은 내키는 대로 스스로 정해서, 스스로의 스타일 대로 입고 각자의 장소로 떠난다. 학교로, 일터로, 어린 아가들은 소풍하는 집앞 뜰로. 점심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족이 아닌 다른이들과 한다. 만약 가족들과 점심도 함께 먹는다면? 아, 그건 재미없대. 매일 그렇다면 할 말도 나눌 이야기도 없을거래. (아마 그럴지도) 버스 안에서 생쥐들은 생각한다. ‘가족과 늘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아.’ 집에 있을 때는 각자의 방에서 각자 쉬면서 휴식을 취하고 다른이의 방에 들어갈 땐 ‘허락’을 구한다. 메이 아이 커민? 저녁식사는 가족이 함께하는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 때론 티격태격 하기도 하지만 집안일을 누가 맡을건지 서로 이야기 나누고 정하는 문제 때문. 그러고나선 나이대로 늦게 혹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평화롭게 쉰다는데, 아, 이것이야 말로 이상적인 가정 공동체가 아닐까. 늘 서로 엉겨붙어서 강요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누르지 않는다. 가족의 달, 오월에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나도 우아하게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서 혼자 그림책을 쌓아놓고 읽었다. 어린이날이다. 동화책을 몇 권 사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