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맞는 죽음
한스 팔라다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893년 독일제국의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치안판사의 아들, ‘루돌프 빌헬름 디첸’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한스 팔라다. 아버지는 치안판사에서 시작해 나중에 최고법정 판사까지 지냈다. 전형적인 중류 집안 출신으로 음악에 열정적이었으며, 문학애도 흥미가 있던 어머니. 팔라다는 이들 사이의 아들이었는데,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주목하시라, 내 생각이 아니라 60여 년 동안 아동 도서관 사서를 역임한 프랑스의 빠뜨 여사가 강조에 강조를 한 바를 그대로 일러드리니, 한스 팔라다의 법관 아버지는 한스, 당시 이름으로 루돌프가 어렸을 때부터 셰익스피어와 실러 등의 작품을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로 낭독을 해주었단다. 어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보는 일이 아니고, “어른들의 목소리로 듣는” 일이며,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진지하게 책을 읽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즈느비에브 빠뜨, <사서 빠뜨> 재미마주, 2017) 한스 팔라다의 법관 아버지는 아이들 교육 하나는 제대로 시킨 것이니, 어린 아이를 키우거나 주위에 어린 조카들 있는 분들은 유념하시기 바란다.

  16세 때인 1909년에 말이 끄는 짐차에 치었을 때, 설상가상으로 말이 한스의 얼굴을 걷어차는 사고를 당한다. 1년 후 17세 때는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는데, 이 두 번의 장기 입원 당시 오랜 시간에 걸쳐 강한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다량 투여한 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성인이 되고 한스 팔라다는 자기 인생의 작지 않은 동안을 정신병원과 감옥, 요양소에서 흘려보내야 했으니 말이다. 이이는 나치 치하에서도 독일을 벗어나지 않고 독일에 남아 집필을 계속했다는데, 그 와중에 폭격 맞아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다행. 그래서일까, <홀로 맞는 죽음>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은 비록 정상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게슈타포에 체포된 이후 변호사로부터 정신이상의 핑계를 대라는 권유도 받고, 베를린 폭격의 와중에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의사는 스스로 자신의 팔뚝에 약한 모르핀을 주사하는 걸 낙으로 삼기도 하고.

  이 작품 <Jeder stirbt fuer sich allein: 누구나 혼자 죽는다>는 빽빽한 편집으로 770쪽을 넘어간다. 실제로 나치에 저항했던 함펠 부부의 기록을 모델로 해서 한스 팔라다가 불과 4주에 걸쳐 1947년에 완성을 했지만, 작가는 작품의 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2월에 베를린에서 죽고 만다. <소시민, 이제 어쩌나>와 더불어 한스 팔라다의 대표작으로 일컫는다고 한다.


  책은 4부로 되어 있다. 크방엘 부부, 게슈타포, 역풍, 종말.

  제3제국의 노동계급인 오토와 엘리제 함펠 부부는 1935년에 결혼을 해서, 1940년 엘리제의 남동생이 2차 세계대전 초기에 전사하는 바람에 반 나치 저항운동을 하기로 결심을 한다. 방법으로는 우편엽서에 반 나치 구호와 내용을 손으로 써서 우체통이나 공공장소의 계단 같은 곳에 놓아두어 베를린 시민들을 향해 나치에 협력하지 말 것을 선동한다. 이들은 1940년 9월부터 1942년 가을까지 모두 287통의 우편엽서를 써서 살포했으나, 나치의 공포정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거의 모든 엽서들은 즉각 신고와 함께 게슈타포의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다. 이들은 결국 2년만인 1942년에 체포되었고, 오토 함펠은 히틀러와 제3제국에 저항할 수 있어서 그동안 행복했다고 발언한다. 나치의 국민재판에서 부부는 국가전복 예비음모로 사형을 선고받아 1943년 4월 8일 한날한시에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진다.

  한스 팔라다는 남편 이름은 그대로 오토, 라 하고, 아내의 이름만 ‘안나’로 해서 크방엘Quangel 부부를 만들었다. 나이도 오토 크방엘이 오토 함펠보다 열 살 정도 많게 했는데, 이는 아내의 동생, 오토의 처남 대신 크방엘 부부의 아들 오토헨의 전사를 이들 부부가 나치에 저항하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각색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남의 죽음보다는 아들의 죽음이 행동변화에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당연할 터이다. 여기에 픽션이니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첨가한다. 먼저 이들이 거주하는 5층 아파트의 구성원들을 보자.

  2층엔 전직 최고재판관 프롬 씨. 한스 팔라다의 아버지가 최고재판관 출신임을 기억하리라. 전쟁이 끝나기 전에 지하실에서 고통스럽게 죽기는 하지만 무뚝뚝하게 친절하고 정의를 신봉하는 키 작은 노인. 최선을 다해 주위에 있는 약하고 고통받는 자들을 돕는데 위험을 무릅쓴다.

  3층은 전직 선술집 주인이었다가 본인이 술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술 때문에 파산 직전에 몰렸던 페어지케 씨 댁. 아들 셋 있는 건, 위에서 둘은 SS, 나치친위대, 막내 발두르는 HJ 히틀러 소년단을 거쳐 최고의 나치 지도자 양성기관인 나폴라에 재학중이며, 딱 하나 있는 딸 역시 여성 수용소에서 곱게 살아 노동능력이 없는 나이 든 여성 죄수에게 복잡다양한 고통을 주는 걸 취미로 여기는 골수 나치 집안이다.

  4층에 크방엘 부부가 살고, 5층엔 여성 내의 전문점을 수십년 해온 로젠탈 부부가 살았다가, 2주 전에 로젠탈 씨가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소식이 없고, 내의 가게에서 비싼 제품들을 모두 집에 가져온 로젠탈 부인 혼자, 불운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이를 가엽게 여긴 크방엘 부부는, 자신들 역시 보통의 독일인이라 유대인을 그리 곱게 보지는 않지만 로젠탈 부부가 아무 잘못도 없이 고통받고 있다는 건 확실하게 알아서, 로젠탈 부인을 보석, 귀금속, 현금 등과 함께 밤 동안 자기네 집에서 머무르게 한다.

  여기에 기생충 같은 두 명의 독일인이자 염탐꾼이자 게슈타포의 밀정이자 노동거부자인 에밀 바르크하우젠과 에노 클루게도 등장시킨다. (아오, 난 카를 오르프가 작곡한 <Die Kluge: 재치부인>을 무척 좋아해서 ‘클루게’라는 인물의 등장에 관심이 무척, 무척, 또 무척 컸다가, 팍 실망했다.)

  5층 로젠탈 부인의 집에 바르크하우젠과 클루게가 들어와 도둑질을 하려다 정작 하라는 도둑질은 하지 않고 생전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술을 퍼마시고 세상 모르게 취했다가 2층의 전직 최고판사와 오토 크방엘의 방해로 곤욕만 치루는데, 이 일을 기점으로 선한 판사 프롬 씨는 로젠탈 부인을 자신의 집과 방에서 거의 감금수준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부인은 프롬 씨를 친절하지만 냉정한 사람, 정의 때문에 의무감으로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여긴다. 로젠탈 부인은 소외를 견디지 못해 나흘만에 수면제를 한 움큼 삼킨 다음 몽롱한 상태가 되어 프롬 씨의 집을 나와 5층 자기집으로 올라갔다가 악당 발두르 페어지케와 게슈타포에 잡히지만, 창문으로 몸을 던져 죽고 만다.

  4층의 크방엘 부부는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유일하게 해피엔드를 쟁취하는 우편 집배원이자 현명한 재치부인, 에바 클루게로부터 타자로 작성한 군사우편을 받은 순간, 인생이 결정적으로 바뀌어버린다. 라디오 조립을 좋아하여 대단한 실력을 갖게 된 오토헨. 그래 여러 라디오 회사에서 영입제의를 받기도 한 어린 친구는 입대하기 싫어 엉엉 운 적이 있음에도, 군사우편은 “총통과 민족을 위하여 장렬히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이게 뻔한 허위라는 게 너무도 원통한 엄마 안나 크방엘은 히틀러와 나치에게 극도의 악감정을 품게 된다. 이 순간을 맞춰 아래층 페이지케의 집에서는 파리 함락을 기념하기 위한 건배소리가 시끄러운데, 아내는 화를 참지 못해, 정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누구에겐가 화풀이를 해야 해서, 남편에게 “당신과 당신의 총통”이 아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퍼붓는다.

  가구예술가이자, 목재가공회사의 작업반장이자 구두쇠로 널리 알려진 오토 크방엘 씨는 “당신과 당신의 총통”이란 말을 도무지 수용할 수 없어 궁리에 궁리를 하다가 좁은 책상에 앉아 쓴다.

  “어머니, 총통이 제 아들을 죽였어요.”

  그리하여 오토는 아내에게 엽서를 통한 나치 저항행위를 설명하고, 겨우 엽서 나부랭이란 걸 듣고 히틀러 암살 정도를 생각했던 안나가 실망한 모습을 보이자 이렇게 대답한다.

  “미흡하건 지나치건 간에, 안나, 그들에게 걸리는 날엔 우린 목숨을 잃게 돼……. 만약 내가 목을 내놓아야 한다면 남들의 어떤 멍청한 짓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에 목을 걸고 싶어. 내가 어떤 짓을 하겠다면, 오직 당신과 하지. 이게 옳다고 하지 않겠어.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어. 난 그런 사람이야. 변하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고 오직 홀로 할 수 있는 저항은 이것 뿐이었다고 오토는 생각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나치 치하에서도 저항은 있었다. 아무리 미미했다 할지라도.


  7백 쪽을 훌쩍 넘어가는 장편이지만 잘 읽힌다. 나는 얼마나 바보인지. 같은 작가인데 제목이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에 쓴 다른 작품이겠구나, 싶어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누구나 홀로 죽는다>도 샀다. 그건 편집에 좀 여유를 두었다. 둘 다 괜찮지만 읽기는 이 책만 읽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잉에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한스 숄과 누이동생 조피 숄이 뮌헨 대학의 학생과 교수를 규합해 반 나치 전단을 뿌리고 20대 초반의 나이에 사형을 당한 사건. 읽을 때는 훅훅 속도감 있게 지나가지만 읽고 나서는 개운하지 않다. 어쩔 수 없이 그저 체제에 쓸려가는 소시민이라서 그럴까?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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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1-13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또 마구 끌리네요~찜합니다!
작가가 말에 얼굴을 걷어 차이다니 죽지않은게 다행이지만 치료하느라 고통도 겪었네요.ㅠ
다른 출판사에도 이 책이 있군요.

Falstaff 2022-01-13 10:36   좋아요 3 | URL
말한테 걷어 차이는 건, 상상도 못할 고통이었을 겁니다. 아이고, 얼굴 뼈 몇 개는 부러졌을 텐데, 아, 두개골은 함몰이라고 하죠, 을매나 아팠으면 모르핀 성분의 진통제를 장기, 과다 복용했을지. 에휴.

유부만두 2022-01-13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장미 책 사놨는데… 사놓기만 했는데요…

Falstaff 2022-01-13 10:37   좋아요 3 | URL
백장미 책도 사실 재미는 별로 없어요. 나치 시절에도 저항을 해 희생당한 실패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잠자냥 2022-01-13 1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찾아보니, 같은 해에 비슷한 제목으로 두 출판사에서 나왔군요? 그런데 그걸 다 사신 분이 여기 또 있고... ㅋㅋㅋㅋ
이 작품에도 술 좋아하는 인간이 나오는군요? ㅋㅋㅋㅋ 한스 팔라다 이 인간 엄청난 술꾼인가봐요.... 꼭 누구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2-01-13 10:39   좋아요 4 | URL
같은 해에 설마 같은 책을 찍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아, 근데 작년에 문둥이네하고 민음사에서 동시에 <패싱>을 낸 걸 기억했어야 했건만. 흑흑흑....
오늘은 새벽에 열이 오르고 근육통이 있어서, 요즘같은 세월 그저 컨디션 의심스러우면 집에서 쉬는 거다, 싶어 진통 해열제 먹었더니 까무러쳤다가 지금 일어났습니다.
근데 진통 해열제 먹는 인간이 술도 마시면 인생 조기에 졸업한다고 조심하라네요. ㅋㅋㅋ

2022-01-1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4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침묵
돈 드릴로 지음, 송은주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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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앞으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급속한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몽땅 녹아 상승한 해수면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침수시키거나, 여의도만 한 운석이 충돌해 한 방에 지구 생명체의 90 퍼센트가 멸종하는 참사가 없더라도, 인간이 가장 오래 존속할 수 있는 가장 선의의 전망은 3만 년이다. 최장 3만 년 안에 지구에 대 빙하기가 닥칠 거란 지구과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의견을 따르면, 이 때 지구인구 90 퍼센트가 지금의 적도 지방을 빽빽하게 메울 것이고, 극심해질 식수와 식량 고갈로 인해 여태까지는 그저 책 속에 쓰여 있을 뿐인 ‘만인의 만인에 대한 이리 상태’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 한다. 그때가 되면 인류가 만들어 유지시켜왔던 모든 문명과 문화는 하루 아침에 사라질 것이며 인간종 간의 투쟁으로 자연소멸 하거나 급속도로 과거 석기시대로 돌아가리라고 경고한다. 이들이 적도지방에 바글바글 모여 벌일 제3차 혹은 제4차 세계대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몽둥이, 짐승의 뼈, 돌로 만든 칼과 창 그리고 도끼일 것이다. 그러면 지난 시절의 대 빙하기엔 인류의 조상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당시 인류는 원시 상태로 빙하기 정도의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는 야수적 적응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인류학자의 의견이다. 문명은 인간의 덩치를 크게 만들었으나 자연 적응력은 오랫동안 조금씩 빼앗아 가버렸다.
  이야기를 꺼낸 건, 책을 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구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차 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우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4차대전에서는 몽둥이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이다.”

 

  다이앤 루커스, 맥스 스태너. 이들은 딸 둘을 둔 부부로 큰 아이는 결혼해 보스톤에서 가정을 이루어 하여튼 겉으로 보기엔 아이들도 낳고 키워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고, 작은 아이는 세계여행 중이다. 맥스는 술꾼으로 작품 속 이이가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내내 미국산 오크 통에서 십년 이상 숙성한 버번 위스키 ‘위도우 제인’을 혼자만 마시고 있다. 다이앤은 자신이 37년간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끔찍하게 지겨운 매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데, 이들 부부와 함께 TV를 통해 2022년의 56회 슈퍼볼을 보기 위해 초대한 옛 시절의 제자 마틴 데커와의 딱 한 번 불장난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은근히 몸을 달구고 있다.
  30대 초반의 청년 마틴 데커는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를 지냈던 다이앤의 제자이지만 이젠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 1912년 원고에만 집중해 연구하고 있는 교사다. 오래 전에는 다이앤의 말에 집중해야 했던 시절이 있으나, 이제는 마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다이앤이 오히려 가르침을 받기 위해 집중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를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다.
  이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기로 한 커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소설은 도착하지 않은 커플, 보험회사의 손해사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짐 크립스와, 카리브해 지역, 유럽, 아시아 혈통이 복잡하게 믹스되어 까무잡잡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지닌 매력적인 여성, 문예지에 종종 작품을 싣는 시인이기도 한 테사 베런스가 시간에 맞춰 TV 중계를 보기 위해 파리 공항을 떠나 JFK 공항으로 가는 대서양 상공의 비행기 안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서 시작한다.

 

  뉴욕에 거의 도착한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에 편히 누운 짐은 머리 위의 액정에 표시된 정보들, 고도 3만 3002피트, 외기온도 영하 58도, 뉴욕은 지금 12시 55분 같은 걸 자주 바라보며 지루한 비행을 견뎠다. 그러다가 한 순간 액정이 다 꺼지고, 비행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기장의 안내 방송도 없이 고도를 낮춰 뉴욕의 비행장에 비상착륙을 하기에 이르렀고, 바퀴가 지상에 닿은 순간의 충격 때문에 자리에서 튀어나와 창문에 부딪힌 짐의 이마가 찢어지면서 창 밖으로 연료통이 있는 날개에 불이 붙은 걸 알아차렸다. 모든 것이 아무런 정보도, 안내도 없이 그저 비행 간식을 기다리다 생긴 일이다. 다행히 비행기는 그나마 폭발하지 않았고, 짐은 테사와, 세 명의 승무원과 함께 벤을 타고 의료기계가 먹통이 된 병원으로 간다. 이들은 병원에 도착해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가 눈을 마주치더니 자신들이 항공기 불시착에서 생존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병원의 빈 화장실에 들어가 선 채로 갈급하게 섹스부터 한다. 죽음의 위협이 지나가자마자 번식 욕망이 들이닥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 후에야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네거리 신호등이 한 순간 먹통이 되어 갈팡질팡하다가 등등의 이유로 갑자기 다친 수많은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가 치료를 받고, 걸어서, 형광등 또는 LED 등이 아니라 촛불을 밝힌 다이앤과 맥스의 집으로 간다.

 

  맥스는 2022년 슈퍼볼의 마지막 경기에 큰 돈을 걸었다. 일찌감치 TV를 켜고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좀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작품 전체로 보아도 초청해서 함께 풋볼 시합을 보기로 한 손님들은 모두 다이앤의 친구들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맥스는 이들과 겉돌고 있다. 드디어 중계방송을 시작, 상당한 시간동안 광고가 쏟아지는 것도 맥스는 짜증을 내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처럼 즐긴다. 그러다가 국민의례가 시작, 조금 있으면 국가 Star spangled banner가 울려 퍼지려는 순간, 갑자기 맥스네 QLED TV 화면이 일그러지더니 추상적인 패턴을 그리다가 다시 리드미컬한 파동으로 직사각형, 삼각형, 정사각형 등의 도형으로 변하고, 화면이 텅 비어버린다. 놀란 맥스가 자기 집만 그런지 다른 집, 다른 건물도 그런지 알아보려 휴대전화를 들었으나, 휴대폰도, 이젠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나처럼) 아직 철거하지는 않았던 집전화도, 노트북도 작동하지 않는다. 오직 남은 건 회색 모니터. “내 판돈은?”
  판돈을 걸지는 않았지만 다이앤과 마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이앤이 아는 한, 심각한 문제를 놓고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는 스타일이 아닌 마틴이 의견을 낸다. 중국인에 의한 알고리즘의 통제일 것이라고. 책이 나온 것이 2020년.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극도로 예민해지던 시기다. 마틴은 중국인들이 아메리칸 풋볼을 시청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인들이 경기를 보기위해 미국인들의 시청을 막는 인터넷 대재앙을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불친절한 돈 드릴로는 모든 디지털이 한 순간에 멈춰버린 이유에 대해서, 입 한 번 꿈쩍이지 않는다. 다만 전력도 공급되지 않아 전기난로와 냉장고도 꺼지고, 8층에서 거리로 걸어 내려갔다가 다시 걸어서 올라와야 하고, 불안에 차 거리에 몰렸던 사람들은 다시 어느 새 셧다운과 번아웃을 받아들인 듯 행동하지만, 완벽하게 어두워진 센트럴 파크를 건너가는 일은 어느때보다 위험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즉, 세상의 모든 디지털은 리마스터 됐다. 아인슈타인의 1912년 특수상대성이론을 숭배하는 마틴은, 지금 이 현상을 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게 바로 그것이라고 말한다.
  비상착륙에서 생존하고, 병원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섹스를 했으며, 치료를 받고 하여튼 침대가 있는 집 안으로 들어온 짐과 테사 커플은 마치 자아분열을 일으킨 듯 침실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고, 맥스는, 우리는 지금 좀비가 되고 있어, 새대가리가 되고 있다고, 라는 말을 남기고 이웃과 거리를 관찰하기 위해 집을 나섰으며, 옛 사제지간인 다이앤과 마틴은 3차 세계대전, 전쟁의 불안 속에서 자신들도 확실하게 의식했는지도 모르지만 불 꺼진 냉장고에 기대 허겁지겁 섹스를 치룬다.

 

  괜찮은 문명비평적 노벨라.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창비의 놀라운 편집술을 통해 억지로 140쪽의 단행본 한 권으로 출간을 했는데, 원래 미국에서 나온 것도 그랬을 터이지만, 그저 독자의 욕심으로 한 마디를 보태자면, 이 정도 분량의 다른 작품과 합쳐서 좀 경제적인 책을 만들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평소 현재의 문명이 갑자기 소멸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갖던 나는 아주 흥미로웠다. 다른 독자도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공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문명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다. 문명은 인류의 자연 적응력을 아주 조금씩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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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11 11: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 드릴로 두 권 읽은것 같은데 다 어렵다는 느낌이 남아 있어요. <화이트 노이즈>, <마오> 인데요. 딱히 재미있게 읽지도 않았고 어렵다고 느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아마도 화이트 노이즈에 그런게 나오거든요. 신약이 개발되어서 책 속 등장인물인 여자가 테스트를 하겠다고 자원하는거요. 그 약이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약‘이었을 거예요. 제가 그 부분에서 되게 놀랐던게요, 이게 보편적 감성인가 보구나, 약이 나올만큼. 하는 거였어요. 돈 드릴로,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신약... 이 바로 떠올라버립니다.

어려워서 그 뒤로 돈 드릴로 안찾아읽게 되었는데, 이 책 뭔가 무섭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140 페이지라니. 도전해볼만하다 싶습니다. 검색하러 가야겠어요.

Falstaff 2022-01-11 12:10   좋아요 4 | URL
이 책도 술술 읽히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의 리뷰도 그리 좋지 않고요.
근데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라 아주 흥미롭게 읽은 것이지 다른 분도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짧으니까, 읽으셔도 무방하리라 싶어요!

yamoo 2022-01-11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 두릴로...몇 권 읽어 봤는데 나하곤 안맞더라고요. 그나마 화이트 노이즈가 잴 나았죠. 침묵도 봤는데 의미심장한 작품 같기도 했지만 더럽게 재미없다는 인상도 받은 작품이었슴돠~ 근데 드릴로 작품은 대체로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아젠 안 읽을 거라는..ㅎ 받

Falstaff 2022-01-11 19:2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이 책을 누구나 다 좋아하시리라, 애초에 생각을 하지 않았습지요. 그저 마음에 닿는 작가들만 읽기에도 돈과 시간이 읎더라고요.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1-12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재밌게 읽었습니다^^ 30년 후도 구체적 상상이 막히는 지라 ˝000˝ 동그라미 세 개 더 붙은 미래는 생각해본적 없었어요. 아인슈타인이 4차 대전 몽둥이 이야기를 한 게 골드문트님 글 읽으니 뭔 뜻인지 알겠네요...

저도 요새 책 중에는 경제적이고, 친환경 편집을 하면 몸집 줄일 수 있는 책들이 왜 이리 헤비급으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아쉬워요. 그점이..골드문트님께서 140쪽 책에 아쉬우시듯..

Falstaff 2022-01-12 12:5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이 책은 다만 전기하고 디지털만 없어졌을 뿐인데도 세상이 난장판 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미 문명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일수록 더 힘든 미래, 역설 아니겠습니까.

책은 좀 두꺼워야 해요. 이런 책은 비슷한 중편을 합해서 내주면 좋잖아요. 독자는 돈 적게 들고, 종이와 나무 덜 쓰고, 물론 작가와 출판사는 그만큼 덜 벌겠지만 말입죠. 아, 그래서 안 되겠군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1-12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먼자들의 도시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Falstaff 2022-01-12 14:36   좋아요 2 | URL
<눈먼 자들의 도시>가 언제 나올까,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그 작품 만큼 노골적이 아니라서 그렇지,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섬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하고는 궁합이 제대로 맞는 책이었습니다.

mini74 2022-02-10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낮술? 중이신지 ㅎㅎ 감축드리옵니다. 뭐 책 사겠지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10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2-02-10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하라 2022-02-10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2-10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축하드립니다. 역시 술 보다는 책이 좋은거 같아요 ^^

독서괭 2022-02-10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Falstaff 2022-02-11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윽,어제 꽐라의 밤을 보내고 눈을 뜨니 많은 분께서 축하를 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
 
낙원상가 한국희곡명작선 36
정상미 지음 / 평민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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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극작가 정상미. 1979년 7월, 서울 강남 출생. 이이의 프로필을 보면 “어울리지 않게 강남에서 태어났다.”라고 썼다. 막내 이모가 1979년, 당시 기준으론 상 노처녀, 서른을 훌쩍 넘기도록 결혼을 하지 않자, 강남에서 농사짓는 사내에게 시집갔다고, 불쌍하다고, 언니, 그러니까 정여사께서 눈물을 찔끔거리던 시절이다. 거기 가려면 앞으로 들어설 서초역 1번 출구부터 걸어서 ‘40초’씩이나 걸리는 저 무지렁이 시골 동네였다. (끝까지 땅을 팔지 않아 나중에 진짜 부자가 돼 아직도 돈방석을 깔고 앉아 산다.) 어울리지 않기는 뭐가 어울리지 않나? 사방에서 땅 위로 솟은 건 칠성사이다 입간판 하나밖에 없던 동네였는데.
  하여튼 점점 자라서 추계예술대학 문창과에 진학해 소설을 전공한다. (그 여자 데려다주느라고 숱하게 가봐서 아는데) 161번 버스를 타고 굴레방다리 정류장에서 내려 공업학교 길 건너편 방향으로 쪽 올라가면 나오는 추계예대 문창과엔 장르별로 전공이 따로 있나보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4강에 오르는 바람에 전국민이 우리나라 자체가 세계에서 4등쯤 하는 줄 알았던 2002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한 4년 구성작가도 하고, 논술강사, 기자생활도 했다지만 번듯한 기자였다면 어디 기자였는지 밝혔을 테니 하여튼 그저 그런 기자 생활도 하며, 이때 아마추어 연극에 관여를 했다고 한다. 이러다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 서른 살”이 된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가 극단 “문학좌 文學座”에 입단해 3년 동안 연출을 공부했었나보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의하면 처음 써본 희곡 <그들의 약속>이 201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극작가로 등단한다. 에이, 설마 정말로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신춘문예에 당선할 수 있었을까. 습작은 죽어라 하지 않았겠어? 나 좀 알아달라고, 발표한 첫 작품이란 뜻으로 이해 해야지. 근데 이 해, 2012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극작가 가운데 계속 극작을 해서 희곡집을 출간한 이는 아직까지 정상미밖에 없는 거 같다. 그러니 이이의 재능을 뽐내지 않을 이유는 없다. 가뜩이나 극작가의 일을 시작한 것에 “혹독한 대가를 치루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사람한테. 그래도 정상미는 “극장을 찾는 이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말이지.
  시중에 나온 이이의 책은 <낙원상가> 외에는 그림까지 포함해 50쪽에 불과한 작은 희곡집 <제발, 결혼>과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 작품집> 뿐이다. 이것들 외에 2014년에 공연이 이루어진 것으로 <내 마음의 슈퍼맨> 등이 있는 것 같다. 희곡 단행본 말고 예를 들면 좀 거창하게 ≪정상미 희곡집 1≫ 같은 걸 냈으면 좋았을 뻔했다. 뭐 사정이 있겠지.

 

  <낙원상가>는 종로3가 탑골공원 노인들 이야기다. 할아비 셋과 할어미 둘.
  장기풍. 76세. 이름에 어울리게 탑골공원 장기계의 고수다. 바둑, 장기 할 때 그 장기. 젊은 시절에는 단역 영화배우로 이이의 말을 곧이 믿자면 신성일보다 출연작이 더 많단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러던 어느 날, 안방 옷장 구석에서 영화감독 주머니에나 들어 있을 지포 라이터를 발견하고, 그걸 모른 척했다. 아내는 장기풍이 모른 척하는 걸 모른 척하다가, 결국 당신이 하는 연기가 지겨워 못살겠다며 나가버렸다. 그래 자기도 단역배우 때려치우고 색소폰 연주를 배웠는데, 다 늦게 배운 가락이라 정말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해 겨우 단계에 올라, 미군부대 클럽부터 시작해 전국 각지에 안 가본 카바레가 없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토록 많던 카바레가 싹 사라져버려 이젠 쪽방에서 홀로 지내며, 나름 연예인이라고 쪽 빼 입은 차림으로 탑골에 나와 장기도 두고 기분을 낸다. 요새는 낙원 빌딩 문화센터에서 이문희라는 75세의 여인을 만나 왈츠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으며, 사랑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자기 신세가 좀 그렇다.
  김주식은 79세. 맹호부대의 일원으로 베트남 참전 용사다.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인헌 무공훈장을 수훈했다.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살지만, 말이 좋아 아들 며느리가 모시는 것이지, 부자지간 세대차이로 날마다 또다른 전쟁터다. 요즘엔 죽은 아내와 조상의 묘를 파헤쳐 화장해 산골을 하겠다고 아버지한테 날마다 대드는 아들 때문에 환장할 지경이다. 이러니 탑골에 나와 장기를 두어도 마음이 즐거울 리가 없다. 어느 날, 원각사지 12층 석탑 근처에서 이말자라는 70대 할미를 만나 모텔에 대실을 하고 나오는 걸 훈수꾼 최만동에게 들킨다. 김주식은 이말자가 생긴 것도 곱고 마음도 착한 것 같아 은근한 생각도 들었지만.
  최만동은 쪽방 보다는 좀 나은 곳에서 혼자 산다. 가족은 있으나 떨어져 살고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온갖 모멸을 받으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하지만 탑골에 모인 모르긴 해도 독거노인들에게 몇 백 원씩 푼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만동은 2백원, 3백원, 5백원, 천 원을 위하여 서울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노인한테 무료로 제공하는 대중교통과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다니고 있다.
  75세 여인 심남순은 이른바 탑골 삐끼. 찻집으로 손님을 데려가 매상을 올려주면 찻값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이는 남자 노인을 상대로, 차 한 잔 마시러 가요, 커피 한 잔 사주세요,를 수없이 시도한다. 그래 영감들한테 얻어 마시는 커피, 생강차, 쌍화차 때문에 늘 위통에 시달린다. 물론 상대를 골라 가능하면 몸을 내놓기도 하지만 가끔은 늙은 자신의 가슴을 보고 ‘납작만두’라고 비아냥 거리는 치사한 노인도 있다. 그런 것들은 벗겨보면 어떻게 하나 같이 미더덕이나 오만둥이하고 닮았는지 말야.
  역시 75세 이문희는 소위 박카스 아줌마다. 그러나 심성은 낭만파. 낙원상가의 문화센터에서 왈츠를 배우다가 색소포니스트 장기풍과 친해진다. 장기풍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며 손주들은 해외유학중인 줄 안다. 그러니 집안 좋고, 말하는 거 보면 배운 거 많을 거 같고, 손주 유학 보낼 정도의 재산이면 그것도 괜찮고, 무엇보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인격이 있어, 가능하면 그와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몸의 매매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나 장기풍은 분위기가 삼삼해지면 손주들이 귀국하는 날이라 가족끼리 식사가 예약되어 있다고, 터치를 삼간다. 그런 그의 몸가짐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오직 하나의 의심은, 장기풍이 한 말이 사실일까? 하는 것. 탑골에 나온 노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전직 대기업 사장, 임원, 장군출신의 퇴역군인, 유명학교 교수들을 필두로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왕년의 명사들이 모두 출동한 것 같으니.
  그러나 정작 이문희는 가명. 한 시절의 명배우 문희의 이름을 따, 딱 그녀만큼의 삶을 살고 싶어 이문희라고 거짓 이름을 사용하는 박카스 아줌마로 본명은 이말자. 나중에 베트남 참전 용사 김주식과 모텔에 두 시간 동안 들었던 인물이다.
  이 다섯 노인들이 펼치는 일상극. 애초부터 비극으로 준비했지만 정상미는 이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나간다. 하마터면 무거운 저기압이 팽배할 노년과 죽음의 시간이 인생이 뭐 다 그런 거지, 경쾌한 뽕짝 리듬을 타고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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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10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탑골 삐끼가 있었다니ㅋㅋㅋㅋ지나가며 보기에는 그저 평화로운 곳이던데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군요. 골드문트님 마지막 문장이야말로 경쾌해요.👍

Falstaff 2022-01-10 10:15   좋아요 3 | URL
옙. 막내 사촌동생이 종로 성당에서 혼인미사 올릴 때 한 번 가봤는데요, 아이고, 거기 은근히 살벌하더라고요. ㅎㅎㅎㅎ 늙어도 수컷들만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mini74 2022-01-10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여정 나온 죽여주는 여자가 떠오르네요. 안그래도 엄마가 노인정가면 다들 한 가닥 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네요.

Falstaff 2022-01-10 10:27   좋아요 3 | URL
ㅎㅎㅎ 저도 윤여정 생각했답니다!
은제 한 번 봐야지 안 되겠습니다.
전 그래서 늙어도 노인정엔 안 가는 걸로.... ^^;;

바람돌이 2022-01-10 1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교사 출신들은 노인정 가면 안돼요. 노인정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전직 교장출신, 다음이 교사출신!!! 어디서든지 가르치려 들어서..... 다 똑같은 노인들인데 제가 생각해도 왕재수일듯요. ㅎㅎ
여기 나오는 노인들은 모두 제 부모님 세대라 좀 짠하네요. 요즘 들어서 부모님들 보면서 아 저분들은 무슨 힘으로 이날 이때까지 버티고 살아왔을까싶은 생각도 하고, 어제는 친정엄마랑 얘기하면서엄마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편한 때 아냐? 라고 물었던 것도 떠오르고 하네요.

Falstaff 2022-01-10 11:02   좋아요 4 | URL
ㅋㅋㅋ 정여사께서도 노인정에 잘 가지 않으셨습죠. 그게 다 이유가 있군요.
에휴. 더 늙어봐야 알게 될 거 같아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2-01-12 1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탑골GD 연예인 기사 뜨거울 때, 알고리즘 떄문에 탑골공원 자료 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코로나 이전엔 지나다 보면, 장기(? 바둑?) 하시는 데 모여계신 분들 많았는데 이젠 코로나라 완전 다른 풍경이겠죠. 직접 접근하긴 어려우니 이렇게 [낙원상가] 읽으며 알아봐도 좋겠네요 ㅎㅎ

Falstaff 2022-01-12 13:00   좋아요 3 | URL
저도 가보진 않고, 그냥 지나가봤는데도 위에 댓글로 썼다시피 조금 살벌하더라고요. 노숙인들, 박카스 할머니들, 눈매가 사나운 노인들이 공원 밖 인도에서 서성거리는데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더군요.
에휴, 그런 데 가서 소일거리 안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말입죠.

그레이스 2022-01-12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언제적 161번이예요?
왠지 낯설지가 않아서 생각해보니 대학 다닐때 버스였네요^^

Falstaff 2022-01-12 14:38   좋아요 2 | URL
ㅋㅋㅋ 학교 앞에 161번이 정차했었나봅니다!
하긴 신촌 로터리 쪽으로 갔으니 한 두 학교가 아니긴 했습니다만.
 

첨부한 사진보다 더 있는데, 지금 알라딘 창고에서 책 찾고 있거나, 배송중입니다.

일단 오늘 도착한 것까지만.

기다렸다 한 방에 다 올리는 것이 예의겠지만 말입죠, 사진이라도 찍다가 아내한테 걸리면, 이거 다 새로 산 거니? 부터 시작해 아이고, 바가지를 어떻게 견딥니까. 자기 뽕브라 세트로 사는 건 하나도 안 아깝고 서방 책 사는 게 그렇게 아깝니? 제가 번 돈가지고 내돈 내산이다, 해봤자 이도 안 들어갑니다. 사는 게 이렇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마누라가 친구들 만나 칼국수 먹으러 간 사이에 얼른 사진 한 장 박고 일단 손에 들어온 것들만 재빨리 올리겠습니다.



크... 보기만 해도 배부릅니다. 하긴 지금 멸치장국 말아서 배추김치 하고 국수 한 그릇 먹었더니 실제로 배도 부르네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정말 오래오래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꺼내고 다시 넣었다가 꺼내길 반복했던 책입니다. 워낙 비싸서 말입죠. 이제 정가인하 해서 팔고 있지만 아직도 비싸서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살까 망설이다가 저질러버렸습니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아이스퀼로스 전집,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은 그래도 집에 책 읽는 방 있으면 책장에 꽂혀 있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해서 올해 무조건 읽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애증의 디킨스. 그의 첫 번째 작품 <픽윅 클럽 여행기>. 하여튼 디킨스는 기대도 하지 않으면서, 하여튼 사서, 하여튼 끝까지 읽고, 하여튼 뭔가 좀 그러네, 하는 하여튼 시리즈입니다. 하여튼.


한스 폰 그리멜스하우젠의 <모험적 독일인 짐플리치시무스>는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발음 조심!)도 아니고 17세기 작품이라 안 읽는 걸로 했는데, 작년말에 읽은 어느 책에서 계속 거론을 하는 바람에 사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오에 겐자부로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고딩 시절 삼중당 문고판으로 읽어서 지금은 작품의 분위기만 생각납니다. 그래 다시 한 번 읽으려고 작정을 했는데 마음이 그렇지 쉽지 않더군요. 올해가 시작하자마자 무조건 <마의 산>부터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아인 랜드는 상당히 이름이 높은 작가인데 그의 작품은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파운틴 헤드> 철학적 분위기로 쓴 로맨스라고 합니다. 틀림없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다가 길기까지 합니다. 1,570쪽에 달하는 대작으로, 2022년의 가장 큰 도전이 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아, 끔찍해!


이외에 나이폴 <자유국가에서>, 트레버 <밀회>, 나스피니 <불만의 집>, 루슈디 <피렌체의 여 마법사>, 서울연극제 희곡집, 몇 권의 시집, 킨케이드 <루시> 등이 보이는군요.


앞으로 도착할 것 가운데 주목하고 있는 건,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 펠레빈의 <스너프>, 막장 졸라의 <대지>, 유제니디스의 <불평꾼들>,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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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1-08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년치 양식 쌓아놓은 것처럼 든든하시겠어요~!!

Falstaff 2022-01-08 13:53   좋아요 4 | URL
ㅎㅎㅎ 므흣하지요 뭐.

얄라알라 2022-01-08 22:15   좋아요 3 | URL
저도 나름 책 열심히 읽는 편이지만, 이 정도면 햇살과함께님 말씀처럼 저같은 사람에겐 ˝1년치 양식˝이네요. 하지만 골드문트님은 3개월이면 다 읽어버리실 듯^^ 아직 창고에서 포장으로 못 나온 책들도 있다 하시니, 정말 많이 구매하셨네요. 와우!

햇살과함께 2022-01-08 22:31   좋아요 3 | URL
ㅋㅋ 맞아요 저에겐 몇년치 양식이지만 골드문트님껜 3개월도 안되실 듯^^

Falstaff 2022-01-09 09:5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읽어봐야 알지요!

단발머리 2022-01-08 13: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책 중에서 저는 <루시>를 도전해볼만 합니다. ㅎㅎ 저희집 앞 도서관에 <픽윅 클럽 여행기> 새거로 꽂혀있던데 골트문트님 리뷰 읽고 나서 읽을지말지 결정해볼께요 ㅋㅋㅋㅋㅋ 끝내 걸리지 않으시고 사진 계속 올라오기를 바랍니다^^

Falstaff 2022-01-08 13:54   좋아요 4 | URL
ㅎㅎㅎ 무슨 겸양의 말씀을.

다락방 2022-01-08 1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인 랜드는 저도 시도해보고 싶은데 계속 뒤로 미뤘거든요. 서평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에 도착하는 책들도 사진 찍어 보여주세요! 호호

Falstaff 2022-01-08 13:55   좋아요 4 | URL
그죠? 아인 랜드, 쉽게 손이 가지는 않지요? 아, 저도 이거 참. ㅎㅎㅎ

페넬로페 2022-01-08 14: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쳐다만 봐도 제가 왜 뿌듯한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숲출판사 책은 그래도 몇 권 읽어서 반가워요. 마의 산은 을유문화사인가요?
죄다 어렵고 두꺼운 책들이네요^^

Falstaff 2022-01-08 15:10   좋아요 6 | URL
ㅎㅎㅎ 책 좋아하는 분들 마음이야 다 비슷합지요.
<마의 산> 을유 맞습니다. 을유가 두 권짜리로 냈잖아요. ㅋㅋㅋ
아무리 어려워도 하여튼 시작을 하고 봐야지요 뭐. 끝까지 가던, 도중에 작파를 하던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고요. ^^

프레이야 2022-01-08 15: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자랑 귀엽습니다.
로마제국쇠망사만 겹치네요 ㅎㅎ
자명한산책도 귀엽게 살짝 끼워놓으셨네요.
참 다양하게 폭넓고 깊게 읽으시니 대단하십니다. 희곡도 관심있게 보시는 것 같은데 그 분야 관련해 무슨 작업을 하시는지 급 궁금합니다 ㅎ. 근데 더럽게 부자되는 법 ㅋ 재테크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 소설이네요. 저는 책이든 음반이든 뭐든 옆지기 뭐 사는 걸로 한마디라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ㅎㅎ 경처가 골드문트 님.

Falstaff 2022-01-08 15:14   좋아요 5 | URL
ㅎㅎㅎ 희곡 가지고 감상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음반 사는 건 일단 크기가 책과 비교해서 작으니까 무조건 회사로 배송을 시켜 가방에 넣어 집으로 배달하는 전략을 썼다가, 걸렸습니다. 그저 몇백 장 정도 적당하게 사면 별 말이 없을 텐데, 천 장이 넘고, 이천 장이 넘고, 삼천? 단위가 자꾸 올라가니까 아이고, 말이 달라지더라고요.
책도 그렇고 음반도 그렇고 하여튼 선을 넘어도 보살인 사람은 요괴인간 말고는 없을 거 같습니다. 흑흑흑....

프레이야 2022-01-08 15:34   좋아요 5 | URL
아무래도 전 요괴인 듯요 흐흐흐 ㅋㅋ

망고 2022-01-08 14: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저 어제 갑자기 아인 랜드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미드 ˝매드맨˝ 안에서 언급되었던 소설이라고 구글 검색해서 찾았는데 이런 우연이ㅋㅋㅋ아인 랜드 책들 읽고 싶은데 다 너무 어마어마한 벽돌들이라 겁나서 시작도 못 하겠어요ㅜㅜ 골드문트님 리뷰 기대할게요😁

Falstaff 2022-01-08 15:15   좋아요 6 | URL
그죠, 게다가 철학적이기도 하다고 구라를 푸는 걸 봐서, 지금 잘한 일인지 하면 안 될 일을 한 건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ㅜㅜ

공쟝쟝 2022-01-08 15: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을 읽는 사람이 있다!! 그 희극을 본 사람들의 우화를 읽은 적은 있어도 그 희극을 진짜로 읽는 사람이 있다니!!! ㅋㅋㅋㅋ 신기하닼ㅋㅋㅋㅋ
고전의 고전 책탑 흥미롭습니다… 저도 이 달의 책탑을 쌓기위해 책을 사러…(응?)

Falstaff 2022-01-08 15:16   좋아요 5 | URL
ㅎㅎㅎ 일단 읽은 후에!!!
뭐 다 팔자 아니겠습니까. 허벅지를 치든, 땅을 치든 간에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1-08 23:32   좋아요 1 | URL
저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2-01-09 08:43   좋아요 2 | URL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퀼로스, 아리스토파네스를 이어서 읽었죠
반가운 맘에...
그냥 말해봤습니다 ㅋ

Falstaff 2022-01-09 10:00   좋아요 1 | URL
전 소포클레스 읽고 넘 좋아서, 나머지도 다 해치워야겠다, 싶었는데 베르길리우스 읽고는 그만 어떻게 잊어버렸습니다. 물론 베르길리우스도 정말 좋았어요!!!

coolcat329 2022-01-08 15: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전! 책탑입니다. 전쟁론은 저도 탐이 나네요. 책장에 꽂아두면 멋질거 같아요.
디킨스 책은 천페이지 넘겠죠?
근데 이 책들 아내분 들어오시기 전에 어디 숨겨놓으시는건가요? ㅋ

Falstaff 2022-01-08 17:04   좋아요 4 | URL
디킨스 1,268 페이지라고 쓰여있군요.
일단 책들이 방에 들어오면 무조건 전에 있던 책이라고 우깁니다. 으떻게 할 거예요, 뻔히 알고 있지만 알고도 속아주는 거겠지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2-01-08 15: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야 사진 보기만 해도 3일은 굶어도 될거 같아요~!! 술먹는 것보다는 책사는게 더 싸고 좋은거 같아요 ^^

저도 이 짤에 자극을 받고 책을 사러 가겠습니다~!!

안걸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Falstaff 2022-01-08 17:06   좋아요 5 | URL
제가 즐기는 진로 25도 짜리는 세 병(한 번에 사는 단위)에 4,950원, 한 병에 1,650. 어떻게 술보다 책이 더 싸겠습니까. 전 혼술, 집술 전문이니까요. ㅋㅋㅋ
걸리지 말라는 말씀이 참으로 위안이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

청아 2022-01-08 16: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혹시 장칼국수 드시러 가셨을까요?ㅋㅋㅋ저에게는<전쟁론><마의산>눈에 쏙 들어오고 <불만의집>이랑<국가에서>는 아마도 잠자냥님 영향력이겠죠?^^* 저도 구입한 책 두권이라 더 반가워요! 벌써 책꽂이로 잘 숨었길 바랍니다ㅋ

Falstaff 2022-01-08 17:09   좋아요 5 | URL
팥칼국수 먹었답니다. ˝근데 왜 물어보는데?˝ 라고 물어볼 때, ˝아냐 그냥.˝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ㅋㅋㅋㅋ
옙. 잠자냥 님 취향이 저하고 많이 비슷해서 별 다섯이면 유심히 관찰을 합니다. <불만의 집>은 마침 헌책이 나왔더군요. 그래 주저없었고, 나이폴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우... <전쟁론>이 예상외로 인기가 좋은 걸요!

mini74 2022-01-08 17: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책 사면 미리 막 화냅니다. 내가 엉 ? 포인트 모으고 엉? 적립금 받고 엉? 그리고 당신 술 한 번 먹는 거 보다 적게 들고 어!! 막 이러면 누가 뭐래 라면서 더 사 더 사 막 도발을 합니다. 진짜 기둥뿌리 뽑아볼까하지만 간이 작아서 ㅎㅎ 김축드리옵니다 ㅎㅎ

Falstaff 2022-01-08 19:33   좋아요 3 | URL
오, 좋은 방법입니다!!!
ㅋㅋㅋㅋ 책, 음반 좀 더 산다고 절대 하우스코너, 우리말로 집구석 기둥뿌리 무너지지 않습니다. 분발하셔도 괜찮아요. ㅎㅎㅎ

stella.K 2022-01-08 2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어느 집이나 그노무 책이 말썽이군요.
저도 얼마 전 어무이와 거의 10년만에 또 한바탕 했습니다.ㅋㅋ
저는 당신 옷 사 입는 거 가지고 뭐라고 안 그러는데
왜 제가 책 사는 거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면 안나카레리나의 첫 문장이 생각나요.
예외적으로 책 가지고 구박받고 불행한 건 어느 집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ㅋㅋ

골드문트님 주말엔 페이퍼 잘 안 올리시는 걸고 알고 있는데
마음이 급하긴 급하셨나 봅니다.ㅋ
제목이 그래서 전 도선생님 200주년 기념판을 사셨나 했습니다.
골드문트님도 벽돌책 좋아하시는군요.^^

Falstaff 2022-01-08 20:44   좋아요 4 | URL
ㅋㅋㅋ 뭐 201호나 202호나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옙. 저는 벽돌책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가끔가다가 책 소개할 때 무게로도 말하고는 합니다. <미들마치>는 돼지고기 세 근 반, <황금가지> 지하철에서 읽다가는 손모가지 결딴 날 무게 등등 말입지요. 앞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가 이 페이퍼를 읽지 못하게, 읽을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ㅋㅋㅋ 도선생 특별판, 하니까 생각나는 게 말입죠, 출판사 열린책들, 정말 마케팅 (마케팅? 장사?) 하나는 끝내주게 한다는 겁니다. 재판 찍으면 될 걸 하이고..... 그 정성으로 움베르토 에코를 다시 번역해주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글쎄.

그레이스 2022-01-09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기번 6권으로 줄었나요?!
제껀 시커먼 색인데(지금 책장을 보니 허연색이네요 ㅎㅎ 왜 시커먼색이라 생각됐을까요?)
나이폴도 그렇고

토마스 만만 같네요(을유) ㅠ

많이 겹치는데 새책 부럽다...ㅋ

아인랜드는 원서만 있는데...ㅠ

Falstaff 2022-01-09 10:04   좋아요 2 | URL
<...쇠망기>는 민음사 말고 다른 출판사 책으로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저 사진에 나오는 거 직접 받은 소감은, 쓸데없이 화려한 장정으로 비싸게 만들었는지 짜증나더라고요. 사마천 <사기>도 그러더니 말입니다.
저도 나이폴, 헌책방에 있었더라면 당연히 그걸로 샀을 텐데요. 원서를 읽으시니 얼마나 좋습니까. ㅎㅎㅎㅎ

유부만두 2022-01-08 23: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디킨스랑 못 헤어지셨군요. 그럴줄 알았어요.

Falstaff 2022-01-09 10:05   좋아요 2 | URL
아, 디킨스. 정말 애증이라니까요. 이젠 진짜 안 읽을 거예요. 저것만 읽고. ㅋㅋㅋ

수이 2022-01-11 13: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렌체 읽으시고 좋으면 저도 콕! .... 더럽게 부자되는 법..... 저건 뭔 책인지 갑자기 급궁금해지네요.

Falstaff 2022-01-11 13:21   좋아요 1 | URL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서쪽으로>를 쓴 하미드 작품인데요, 제가 이 두 작품을 읽어봤더니 하미드의 글빨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부자되는 법>으로 이이의 우리말 책을 클리어하려고 마음 먹은 책이랍니다.
다락방님은 읽으셨나, 책을 가지고 계신가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확인해보니 리류를 이미 쓰셨군요. 아이고, 이런 참. 땡투를 미쳐 생각 못했습니다. 흑흑..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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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 시절에 신드롬 수준으로 독자를 열광시켰던 작품. 난 화이트헤드라면 대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떠올라서 일단 기가 팍 죽는다. 화이트헤드, 이 백두 선생으로 말할 거 같으면, 일찍이 야심차게 <관념의 모험>, 한길사, 한길 그레이트북 시리즈 1번에 빛나는 책을 폈다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밝히건데, 단 열 페이지도 읽어내지 못한 채 두 손으로 책을 번쩍 들고 방바닥에 내팽개치게 만들었을 뿐더러, 나아가, 철학이란 그냥 하면 되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듣는/읽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면서 말하는/글 쓰는 인간을 폼 나게 만드는가를 집중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위대한 철학자다. 그 이후 함부로 철학책에 접근하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았으니 안 읽어도 인생살이에 전혀 문제가 없는 철학책을 사고, 읽고, 독후감 쓰는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삼가게 만든 고마운 책, 고마운 철학자일 수도 있겠다. 철학? 이제 내가 읽는 철학책은 오직 금속공학을 다룬 것에 국한한다.
  하여튼 콜슨 화이트헤드, 이이의 성씨 때문에 저 알프레드 노스 백두 선생하고 일가붙이인 줄 알아서 일찌감치 야코도 좀 죽었고, 한 번에 너무도 많은 독자들이 상찬을 거듭해, 이거 함부로 읽었다가 괜히 나만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코 깨지는 수가 있을 거다, 생각했을까? 아니. 여기서 더 솔직해져야 한다. 그저 제목을 대강 보고 책 읽기를 포기했었다. <니클의 아이들>이 아니라 <너클의 아이들>로 읽었던 거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생긴다. 코비드 19 이후로 늘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 나는 다초점 안경을 이용하는데 마스크를 하니까, 처음 마스크 시작할 때가 아마 2020년 2월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그래서 안경을 벗고 다니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책 읽을 때는 안경을 벗고 읽었는지라, 취미생활엔 부족함이 없었다. 나머지 세상은 무척 혼미해졌다. 안경을 끼지 않고 사니 얼마나 좋은가, 눈에 뵈는 게 없어지니까 말이지. 근데 PC 화면이나 휴대폰 액정을 보면 조금씩 에러가 생긴다. 이래서 ‘니클’을 금속으로 만든 폭력 기구 ‘너클’로 읽었고, 그래 청소년 시기 난폭한 아이들의 생존기구나, 싶어서, 사나운 이야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취향 때문에 멀리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 헌책이 나왔기에 이제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선택한 거다.

 

  미국 조지아주의 주도 애틀랜타에서 남쪽으로 370 킬로미터를 내려가면 플로리다의 주도 탤러해시가 나온다. 플로리다, 라고 하면 의례 마이애미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탤러해시가 명색이 주도라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다. 탤러해시에는 당연히 흑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 있었는데, 이쪽 사람들은 그곳을 프렌치타운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헤리엇이란 이름의 육십대 노파가 살았다. 이 할머니의 아버지는 길을 가던 백인 여자한테 길을 양보해주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경찰서에 끌려가, 그곳에서 죽었다. 사실관계 확인이나 사건 조사도 없었으니,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라서 판사는커녕 검사 얼굴도 한 번 못보고, 하여튼 죽었다. 누구한테 물어보아도 답은 똑같았다. 그냥 죽었어. 백인 경찰들에 의한 폭력에 의하여, 라는 암묵의 인정.
  탤러해시에는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군기지, 육군 캠프 고든 존스턴과 데일 마브리 군 공항이 생겨 갑자기 흑백 군인들이 휴일 시가지를 휩쓸기 시작했다. 이때 헤리엇의 남편 몬티는 동네 술집에 들렀다가 세 명의 사망자가 생긴 백인 군인들과 동네 흑인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세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몬티와의 사이에서 보기에 불안할 만큼 어두운 분위기의 여성으로 성장할 에벌린만 낳은 헤리엇은, 딸만 바라보고 키워 결혼시킨다. 사위 퍼시는 점잖고 무게있는 청년이었지만 아들, 헤리엇의 손자 엘우드를 낳은 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다음에 과하게 야성적인 매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퍼시는 집을 떠나 서부로 가서 행운에 도전해보겠다고 선언을 하고, 자기 아들 엘우드를 외할머니 헤리엇의 슬하에 남겨둔 채, 아내 에벌린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이게 당시 보통의 남부 흑인 가정이었나보다.
  헤리엇은 유서깊은 리치먼드 호텔에서 아버지 때부터 대를 이어 근면하게 일을 해왔고, 딸 에벌린 역시 리치먼드에서 일 하다 절도사건에 연루되어 해고를 당했다. 딸이 사라진 후에 손자 엘우드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서 학교가 끝나면 호텔의 주방에서 숙제를 하던지, 읽을 거리를 찾아 읽던지 했는데, 이를 유심히 살피던 사장 파커 씨가 엘우드를 좋게 봐 언제라도 파트타임으로 자기 호텔에서 일을 하겠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할 정도로 엘우드는 소위 싹수가 있었다. 예의 바르고, 성실하고, 백인 상전한테 말대답 안 하고, 머리 좋고 등등. 그러나 엘우드는 4대에 걸쳐 한 호텔에서 일을 하는 게 어딘지 마땅하지 못한 거 같아서 이탈리아 이민인 마르코니 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정말로 엘우드는 공부를 잘 해, 동네에서 그리고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갈 예정이라, 수입의 반은 생활비로, 나머지 반은 대학 등록금을 위해 저축하기로 할머니 헤리엇과 합의를 보았다.
  엘우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조지아 주에서 한 흑인 여성이 버스를 타고, 법에 의하여 금지된 좌석에 털퍼덕 앉았고, 이를 마땅하지 않게 여긴 당국에서 여성을 처벌한 일이 발생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 흑인이 극장에 들어가려 했다가 입구에서 처음엔 차갑게, 나중엔 폭력적으로 입장을 거절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미국 북부에서도 흑인들이 남부 지역으로 와서 흑인의 출입이 금지된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테이블을 점거하는 등의 흑인 인권운동이 발생한다. 할머니는 또 때를 맞춰 엘우드에게 마틴 루서 킹의 연설이 담긴 레코드를 1962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으니, 손자는 할머니의 뜻에 맞게 단단하게 인권 의식을 다지게 된다. 게다가 새로 부임한 힐 선생을 마침 탤러해시에서도 벌어진 시가행진에서 만나 친한 관계를 맺는다. 엘우드가 학과 공부도 탁월했던지라 힐 선생은 탤러해시 남쪽에 있는 흑인 전용 대학인 맬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에서 탁월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대학 강좌를 개설해 참여할 것을 권한다. 엘우드는 영국 문학에 관한 강의를 듣기로 하고, 첫 수업을 받기 위해 11 킬로미터를 걸어가던 중 흑인이 운전하는 눈부신 초록색 61년식 플리머스 퓨리 승용차를 얻어타고 가다가 순찰차의 검문을 받는다. 순찰 경찰은 이렇게 말했다.
  “플리머스를 훔치는 건 검둥이 뿐이야.”
  차량 절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미성년자 엘우드에게 판사는 교도소가 아닌 감화원 격으로 기숙 고등학교에 준하는 니클 아카데미로 갈 것을 선고한다.

 

  처음엔 돌볼 사람이 없는 소년이나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모아 인성교육과 직업교육을 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하려고 만든 니클 아카데미는, 점차 감화원 비슷한 곳으로 변하면서 책에 의하면 흑백 차별없이 원생들에게 끝까지 가는 수준의 폭력을 구사한다. 1921년 기숙사 화재 당시엔 43구의 소년의 시신을 발견했고, 이 가운데 일곱 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세 명은 일종의 감옥에 갇혀 빠져나올 생각도 하지 못한 상태로 질식해 죽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고고학과 학생 조디는 니클 캠퍼스 북쪽, 낡은 작업장과 학교 쓰레기장 사이에서 비밀묘지를 발견한다. 유해를 조사해보니 금이 가거나 구멍 뚫린 두개골은 물론이고 대형 산탄이 갈비뼈에 잔뜩 박힌 백골이 한 두 구가 아니었다. 이런 놀라운 발견은 ‘당연히’ 흑백의 차별이 어쨌거나 겉으로는 사라진 2천년대였으며, ‘당연히’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고, 아직 늙어 죽지 않은 유일한 ‘얼’이란 이름의 당시 교사는 폭력이 저질러진 적이 없었다고 인터뷰를 한다. 그러나 니클 출신의 일부는 인터넷을 통해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며 5년째 연례 동창회를 열기도 하는데, 뉴욕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엘우드 커티스는, 누군가가 스펜서 학생주임에게 복수하기 위해 직접 가죽 채찍을 만들어 스펜서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몇 시간 동안 창문을 바라보다가, 복수하지 말자고 스스로 설득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읽고, 그냥 끝까지, 계획대로 해치우지 왜 그랬어, 라고 독백을 한다.
  도대체 니클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직접 읽어보시라. 너클은 소수를 상대로 하는 반면에, 니클은 6백명에 달하는 감화원 원생 전부를 대상으로 사나운 폭력을 저질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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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1-07 0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국판 형제복지원 같은 걸까요? 그나저나 퐐님 골문트로 회춘하시고 매우 정력적으로 읽고 쓰시는 느낌이예요 ㅋㅋㅋㅋ

Falstaff 2022-01-07 08:54   좋아요 5 | URL
서양 것들이 훨씬 잔인한 거 같아요. 물러터진 놈은 더 물러터졌지만 독종들은 아휴, 어려서부터 말도 못합니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어른들 상대로 하는 장난 좀 보셔요. 종자들이 이러니.... 형제복지원보다 좀 더 심하다고 생각하시면 딱 맞을 거 같은데, 암만해도 픽션이라 좀 과장은 있겠지요.
ㅋㅋㅋ 이 독후감이 작년 12월 31일, 폴스타프란 이름으로 쓴 마지막 독후감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1-07 0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사놨는데 리뷰 읽으니 내용이 힘들것 같아요 ㅜㅜ

Falstaff 2022-01-07 09:27   좋아요 3 | URL
옙. 그나마 사납지 않은 것들만 쓴 것이 저 정도입니다.
우리처럼 마음 약한 사람은 안 읽으시는 것이 만수무강에 좋습니다. ㅜㅜ

공쟝쟝 2022-01-07 10:48   좋아요 3 | URL
우리 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들….. (에잇 ㅋㅋㅋㅋㅋ 이 악평가들이 ㅋㅋㅋ)

단발머리 2022-01-07 09: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었는데 골드문트님 리뷰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근데 올해부터 골드문트님이신 거에요? 폴스타프님은요? 그 분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2-01-07 09:28   좋아요 4 | URL
폴스타프의 시간이 벤자민처럼 거꾸로 돌더니 이제 회춘해서 골드문트, 황금입술, 금순(金脣)이가 되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1-07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인상 깊게 읽었더랬어요. 그런데 힘들었거든요, 더 가까운 시대 배경인 소설이니 더 힘들겠네요. 너클이나 니클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군요. 리뷰 감사합니다.

마스크 안경은 겨울엔 더 괴로운 조합이에요. 절절하게 공감합니다.

참, 백두 선생이라 쓰셔서 생각났는데요, 예전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인슈타인을 꼭 일석 선생이라고 칭하셨던 기억이 나요. ^^

Falstaff 2022-01-07 09:33   좋아요 2 | URL
근데 실제로는 이렇게 힘든 일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거 맞지요? 그러니까 콕 집어서 소설로 쓰는 거라고 믿겠습니다. 아휴, 이런 작품은 정말 힘들어요.
거기다가 엘우드, 이 흑인청년은 또 말 그대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설정도, 완전 미국 스타일이어서 말입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ㅋㅋㅋ 그렇네요. 아인슈타인. 일석 선생이라. 재미있습니다. 저도 써먹어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01-07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나름 반전에 놀랐습니다 ㅋ 그런데 책을 읽는동안 내용이 좀 괴로워서 그의 다른 책은 손이 안가더라구요 ㅜㅜ

Falstaff 2022-01-07 10:04   좋아요 4 | URL
ㅎㅎㅎ 전 읽는 내내, 도대체 이렇게 백퍼 미덕으로만 이루어진 청년이 있다는 말이지, 이 지구상에? 라는 의문이 너무 컸습니다만.
저도 그런 반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습지요.

다락방 2022-01-07 10:23   좋아요 3 | URL
반전.. 이 있다구요? 😱

Falstaff 2022-01-07 11:07   좋아요 3 | URL
옙. 반전 있습니다. 아메리칸 스타일로요. ㅋㅋㅋㅋ

망고 2022-01-07 1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 플로리다의 소년 교정시설에서 벌어졌던 실화라고 해서 책 읽고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ㅠㅠ 시대배경도 같고 이런 사실이 최근에 알려진것도 소설 그대로라고요ㅠㅠ 암튼 이 책 읽으면서 너무 괴로웠어요😭

Falstaff 2022-01-07 11:08   좋아요 3 | URL
아, 실화 배경이군요.
읽으면서 20세기 중반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우. 이런 책은 그저 일 년에 한 작품 정도만 읽어야지 힘들어요.

coolcat329 2022-01-07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
작가 어느 인터뷰에서 하버드 출신에 유명 작가인 당신도 차별을 겪었냐 물으니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차별을 겪었다고 한 말이 기억나네요.

저는 이 책 읽고 형제 복지원 생각이 나더라구요.

Falstaff 2022-01-07 11:10   좋아요 4 | URL
흠. 작가 인터뷰를 반 만 믿을께요. 작가한테 넌 아시아 사람들 차별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싶기는 하지만 진짜 만나도 안 물을 거 같아요. 깨물 거냐고요? 아니 그거 말고요.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2-01-07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접 읽어보시라.!!!!˝

옙!!골드문트님. 어느 책이나 그렇지만 특히 소설과 에세이는 직접 읽어야만!

‘니클‘을 ‘너클‘로 잘못 읽으신 에피소드에 ^^

Falstaff 2022-01-07 18: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저도 모르게 날린 멘트 같습니다.
˝직접 읽어보시라.˝
아이구, 민망스러워라. 이제 그만 쓸 때도 됐는데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