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으면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집은 구했어요?
네. 3월부터 나와 살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구한 집과 금액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니, 운이 좋네, 잘 구했네. 라는 얘기 등을 하신다.

저, 스물 다섯개의 집을 봤는데요.
하하하. 그럼 그럴 자격 있네. 운 좋아도 되겠네.

뭐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뭐, 암튼, 역시나 현재 가진 금액에서는 최선이라 생각되는 집을 결국 구했다. 사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맘상한 적이 굉장히 많았는데, 워낙에 전세난이 심각하다보니 정말 짐들이고나면 두명 앉아서 얘기할 자리도 없는 집이 굉장히 비싼 값에, 그것도 없어서 못팔고 있다고 유세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맘이 확 상해버리는 거다. -_-

첫번째 집을 포기한 이유는 보안 때문이었다. 작은 2층 건물에, 함께 세들어사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산다는 게 위험한 건지, 몰랐다. 이렇게 무지하다. 계약하러 가기 전에 회사분들과 다음 로드뷰로 보면서 그제서야 실감했다. 실은 나도 내심 불안해, 관리비다 생각하고 집에 세콤을 달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여자 혼자 사는 집, 이라는 게 알려진다는 것의 위험성. 내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것의 공포, 등등이 결국 그 집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살던 사람도 신혼부부였다. 그날 봤던 다른 집들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두번째집은 분리형 원룸이었는데, 역시나 비슷하게 건물 하나를 혼자 쓰는 형태. 여기 역시 여자혼자 살고 있는 집이 아닌, 남자가 살던 집. 그러니까 여자 혼자는 저런 집을 얻지 않는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이 집에 살던 남자는 결혼해서 나간다는데, 청소를 정말 징그럽게도 안하는지, 집에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져있어 굳이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날은 저 2층집에 마음이 혹한 상태)

세번째 집은 좀 독특한 집이었다. 원룸 건물 현관으로 들어가면, 또 문이 하나 있고, 두 가구가 함께 그 문안에 있다. 세탁실을 공유하고, 방 크기는 7평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작은 베란다가 있었던가. 풀옵션이었는데, 이유 없이 비싼 집.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네번째 집은 계단 세개쯤 내려가는 반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안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 (여전히 2층집에 마음이 혹해있으니) 들어가서도 제대로 봤을리 없다. 가족이 살던 집이라 꽤 넓었으나, 굳이 넓은 게 필요하지도 않았고, 당시 예산보다도 비싼 집이었다.

이렇게 네군데를 보고 나니, 당연히 첫집에 마음이 끌리지. 그래도 섣불리 계약은 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에 부동산에 이집 다른 사람 보여주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와서 회사 근처 아현동 집을 찾아갔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카페에서 본 집이었고, 집주인과 직접 약속을 하고 갔는데, 이 집주인 어딘가로 끊임없이 올라간다. 회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너무 올라가니 슬쩍 마음이 상한다. 집으로 들어갔는데, 한 30년쯤 된 집인 것 같다. 방은 큼직큼직한데 이 집주인들 너무 무성의하다. 리모델링을 했답시고 자기네가 직접 도배를 했는데 (그거 얼마나 한다고 -_-) 마감이 제대로 안되어 있다. 심지어 천장 한구석은 벽지가 1m쯤 축 늘어져있다. 나는 이 집부터 봤다면 정말 우울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창밖에 텃밭이 있다는데, 여기는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창을 뛰어넘어서 가면 된단다. 최고. -_-b 

결국 다시 숙대로 돌아와 그 부동산을 찾아가는데, 친구에게 하나만 더 보자고 했다. 그리하여 본 집은 매우 깔끔한 원룸이었는데, 전입신고가 안된단다. 문외한인 나도 전입신고 안되는 집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서 ;;; 미련없이 첫집을 계약하기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여차저차 첫집을 포기하고나니 기운이 쭉 빠진다. 거의 아무것도 못하겠는 상황. 게다가 전날밤은 대출이 안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서 단 한숨도 못잤던 터라, 거의 좀비 상황이었는데, 피터팬에 또 괜찮은 매물이 올라왔다. 회사분께서 고맙게도 차로 거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가는 도중에 전화를 하니, 집이 이미 나갔다고 한다. ㅜ 전세집을 구하는 건, 정말 시간싸움. 삼각지 쪽이었는데 근처 부동산에 명함 하나를 두고 왔다.

다음날, 이제 정말 발품의 시작이다. 라고하면서 피터팬과 원룸닷컴을 열심히 뒤졌다. 원룸닷컴에 있는 어떤 부동산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희동에 있는 원룸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 집은 추천할만하지 않다며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고 해 신촌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아줌마, 엄청 허술하시다. 다른 부동산 매물을 들고 나온 것 같은데, 번호키 번호도 제대로 알아오지 않았다. 밖에서 한 20분은 번호 알아낸다고 보낸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간 집은 정말 좁고 허접하다. 나는 좀더 넓은 집을 원한다, 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다음날 연희동에 함께 가자고 말하는데, 나는 이미 이 분에 대한 신뢰가 바닥. ;;;; 일곱번째 집도 이렇게 땡.

돌아오면서 뭔가 신촌까지 온게 억울해 그냥 무턱대고 들어간 부동산. 역시 남의 부동산 매물을 하나 겨우겨우 찾아, 정말 없는 전세라는 유세에 유세를 들어가며, 집으로 갔다. 오르막 경사가 37도 정도 되는 길이었던 것 같고... 지금까지 봤던 집 중에 제일 후졌다. ;;;;; 게다가 외국인이 살던 집이라 냄새가 너무 심해서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여덟번째 집도 나가리. 이렇게 신촌 집 두개를 보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 것 같다. 이런 집에 살면서 대출금 힘겹게 갚느니, 나는 나오지 않겠어. 라는 결심이 선다. 죽어라 헤매더라도... 양보없이, 어디 한 번 찾는데까지 찾아보겠다, 라는 오기도 생긴다. 신촌에 집 보러 다시는 안온다, 라는 결심까지 했다.

그리고, 주중은 버리기로 한다. 정신을 두군데 쏟을 능력이 안되므로. 하여, 주말에 몰아서 보기로 한다. 금요일쯤 되니, 지난 번 명함을 두고 온 삼각지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괜찮은집이 나왔고, 평수도 꽤 되는데 싸다고. 그래서 다음날 동선의 시작은 삼각지로 정했다.

아홉번째 집. 삼각지 쪽 오피스텔이었는데, 재밌는 게 이전에 어느 건물을 찾느라 잘못 찾아간 건물이었다. 인연도 참 기묘하다 생각하면서 파는 쪽 부동산 사람을 기다린다. 잠시후 이분이 오셨는데, 헉.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누른다. 반지하였던 것이다. 그것도 꽤 깊은. 집은 정말 넓고 좋았다. C기획에 다니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결혼해서 나간단다. 거실에 서재도 놓을 수 있고, 붙박이장도 큼직한 게 좋다. 반지하라서 제습기까지 옵션으로 있다. 그런데, 반지하는 주변에서 하도 안된다고들 하니, 눈물을 머금고 나왔다. ㅜㅜ

열번째 집, 그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다른 집. 역시나 방이 너무 좁다. 패스.

그리고 당산역 쪽으로 건너갔는데, 여긴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가는 부동산마다 다 할아버지 한분만 계시고, 아무도 없었다. 손님도 없고. 매물도 없다. 아무래도 이상한 동네로 찾아간 것 같은데, 여튼 뭔가 정이 안가서, 얼른 철수하고 망원동으로 향했다.

열한번째 집. 아까 신촌집 제일 후지다고 한거 취소다. 이집을 잊고 있었다. 함께본 분의 말에 의하면 여관방이었다.

열두번째 집. 깨끗하고 넓다. 집은 좋은데, 전입신고가 안된단다. 괜찮다 괜찮다, 라는 부동산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갔는데, 가니 유리문에 경고장이 붙어있고, 집은 검사를 받느라 싱크대를 다 뗐다고 한다. 불안해서 살 수가 없겠다.

열세번째 집. 이 집도, 집주인이 리모델링 한다고 페인트 칠한 집. (거 잘 못칠하면 칠하지 맙시다 ㅜㅜ) 1분도 고민하고 싶지가 않다. 
 
열네번째 집. 마음에 든다. 그런데 덜 지었다. 분리형 원룸에 방 크기가 꽤 되고 발코니도 있다. 그런데 바닥공사 중이어서, 보지도 않고 덜컥 계약하기는 어려워 좀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열다섯번째 집. 회사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부동산을 한 번 가보자는 말에 갔더니 여기도 매물이 없다고 유세다. 그 와중에 보여준 집에 갔는데, 예전에 외근가면서, 아니 뭐 저런 건물이 다있나, 했던 바로 그 건물이다. 지은지 오래되어 8층 건물에 8층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다. 운동한다고 생각하라는데, 내가 6층을 살아봐서좀 아는데 8층은 정말 ;;; ㄷㄷㄷㄷ 


아. 스물 다섯개 다쓰고 자려고했는데, 이런 급졸린 상황. 불면에 밤잠은 언제나 웰컴이니, 일단 자겠어요. ㅎㅎ 남은 열개의 집도 까먹기 전에 얼른 써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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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의 집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2
    from 내가되는꿈 2010-01-29 02:16 
    아. 어제 쓰다가 잠들었다고 원성을 좀 들었지요. 오늘 저녁에 만난 후배도 (알라디너인데) 언니, 그렇게 끝내버리시면 어쩝니까. 라는 항의를 ㅎㅎㅎ 그러게요. 제가 간만에 1시반에 잠이 오는 게 너무 기뻐서 바로 굴복해버렸습니다. ㅎㅎㅎ 실은 집 하나가 생각이 안나서 오늘 쓸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적은 노트가 있는데, 그게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막 떠올리다가, 조금 전 생각이. ㅎ 그럼 다시 이야기해볼까요? 아. 반말로했었으니, 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정말 집을 설렁설렁 얻어왔군요 ㅎㅎㅎ

최종적으로 얻은 집 얘기가 넘 궁금해욧!!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기록해놓은 공책이 있는데 잃어버려서, 집 하나가 죽어라 생각이 안나 더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에요. ㅋㅋㅋㅋㅋㅋ

개인주의 2010-01-28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세를 찾다가 찾다가 가본 집이 익숙해서 보니 전에 살던 집이더라는 ..
이런 뉴스를 본적이 있지요.-_-;;
친구는 근저당 설정 알고 들어갔는데
주인이 빚을 빨리 안갚고 그냥 재개발때까지 쭈욱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빚 다 갚으면 전세 올릴까봐;;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비슷한 마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늘빵 2010-01-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 정말 많이 봤어요. 여기저기 많아 발품 팔았네요. 그렇게 해서 얻은 집이니 잘 고를 수밖에요. 저는 여섯 집 정도 본 거 같은데. ^^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네네 발품 팔라는 아프님 말을 좀 과도하게 들었지요. ㅎㅎㅎ

치니 2010-01-2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이렇게 끝내버리면 궁금해서 어째요!

웽스북스 2010-01-29 01: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그러게요. 어제 갑자기 너무 졸려서
아. 그래도 궁금해해주시다니 감사감사

라주미힌 2010-01-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노래 같음. 흥이 나네용;;; 십이야;;;

웽스북스 2010-01-29 01:19   좋아요 0 | URL
저 고생한 얘기가 신나신다는거죠

2010-01-2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전세집 찾으시느라고 고생 많으시네요.요즘 은행 이자가 낮아서 웬만한 좋은 집들은 대부분 월세로 전환했지요.아마 전세는 아주 금액이 비싸지 않으면 웬디님 보신것처럼 후진집이 대다수일겁니다.

웽스북스 2010-01-29 01:20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정말 전세 찾는다고 하면 일단 다들 절레절레.
매물 자체가 없어서 다들 유세가 장난이 아니에요.

BRINY 2010-01-2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도심이라 더 고생하신 거 같아요. 다 앞으로 살면서 큰 재산 되실거여요. 앞으로 이사 가실 때는 이사갈 집과 들어갈 집 날짜 맞추는 것도 힘들어질거여요.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멀리갈까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건
그럼 집에서 허락이 안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들 덕분(?)이었지요 ㅜㅜ

안그래도 날짜맞추는 건 지레 걱정되더라고요.
제가 그거 하나는 없어서 그나마 좀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듯.

깐따삐야 2010-01-2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려 스물다섯개라니! 웬디양님이 남자친구를 안 만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ㅋㅋ ^^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아 예리하신 깐따삐야님.
실은 저도 자아발견 많이했어요 ;;;;; 그얘기도 쓰려고했었는데 ㅋㅋㅋㅋ

레와 2010-01-2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집을 계약했으니, 해피엔딩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웽스북스 2010-01-29 0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얼른 마저 써야할텐데요...
놀러와요 레와님. 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1-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웬디양님도 사소한 것 하나만 구비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려..ㅋㅋ

웽스북스 2010-01-29 01:22   좋아요 0 | URL
위에 깐따삐야님 댓글 보이시죠?

Mephistopheles 2010-01-29 02:59   좋아요 0 | URL
스물다섯개만에 집을 얻었다면 뭐 그 사소한 것도 언제든지...??

마그 2010-01-2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 스물다섯개?
이제 집도 계약하셨다고 하시니... 남자를 스물다섯명 구비해 봅시다...
재미있겠는데요... 한달에 5일 쉬고 남자 바꿔가며 만나기~

웽스북스 2010-01-29 01:22   좋아요 0 | URL
어이쿠. 아는 남자 다 합해도 스물 다섯 안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주5일로 20명 안될까요 ㅋㅋ

Jade 2010-01-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집 정말 쉽게 구한거였군요...ㅋㅋㅋ 저는 딱 이동네에 구하려고 인터넷 좀 두드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부동산 막 찾아다녔거든요. 하긴 전 널리고 널린 월세였으니...


웽스북스 2010-01-29 01:23   좋아요 0 | URL
네네 월세는 상대적으로 집 상태도 좋고 괜찮을 거에요.
부동산 찾아다니는 게 역시나 짱인 것 같아요. 돈은 좀 들어도...
 



지난 번에 잔뜩 신나서 글을 올린 지 15일 정도가 지났더라고요. 그 후 2주동안 얼마나 열심히 집을 보러 다녔는지. 주말 헌납하고, (그나마 부동산이 일요일은 하지 않는게 오히려 다행이었달까요) 온갖 동네들을 다 돌아다니며 좀 닥치는대로 집을 봤어요. 정말 화가나는 건, 사람 한명 겨우 눕고 세간살이 겨우 들어가는 정도의 방이 너무너무너무 비싼데, 그러면서도 전세라고 유세는 또 장난이 아니라는 거. -_- 뭐 암튼, 많은 분들의 조언 들어가면서 그러나 결국은 제맘대로, 앞으로 몇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동안, 아무튼 살게 될, 집을 결정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집을 봤던 터라, 실은 왠만한 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어느 정도 눈을 낮추면 될 것을. 많은 짐을 다 들고 들어가겠다는 욕심에 거의 사이즈 위주로. 그리고, 첫번째 가려고했던 집을 보안 때문에 포기했던 만큼, 그 다음에는 보안을. 그리고는 뭐, 그냥 청결상태 같은 것들을 좀 보고난 후에야 나머지 것들을 따졌는데, 왠만한 집들은 1번에서 탈락, 1번이 되면 2번에서 탈락, 다 되고나면 전입신고 안되고, 반지하고, 뭐 이런 여러 단점들이 있어서 결국, 이 추운 계절 2주에 가까운 시간을 집을 찾아 헤매다녔네요. 그간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집을 봐주신 부동산 아줌마아저씨언니오빠만 략 7명 정도인데, 남들은 복비가 아깝다지만, 나는 이렇게 여러명 고생시켰으니, 그냥 겸허한 마음으로 내야 할 것 같아요. (아. 아까워라)

뭐, 하고 싶은 말은 막 목끝까지 차있는데, 여력은 없고. 하나만 물어보면.

- 전세 계약할 때 집주인과 만나서 꼭 체크할 건 뭘까요?

전입신고는 안될리 없는 집이고, 근저당은 체크했어요. 집주인이 살던 집을 내주는 거라서, 불편한게 뭐가 있냐, 이런 것도 그냥 솔직하게 이래저래 얘기했어요. 그게 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뭔가 중대한 거 말고, 좀 소소한데 꼭 좀 체크해봐야되겠다 싶은 거요. 이를테면, 전세의 경우에, 보일러같은 게 고장이 나면 주인이 고쳐주나요? 협의하기 나름인가요? 협의의 여지는 있나요? 뭐 워낙 빈약한 경험이니 ;;;

암튼, 예전에 광고회사 다닐 때는 꿈이 광고주였는데, 지금은 아무래도, 광고주고뭐고, 집주인이 짱인건가, 라는 가치관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암튼 이것저것 부딪친서 생활의 바보가 생활의 중딩 정도는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조언들을 체크하여, 집계약은 고딩 정도는 되는 성숙한 모드로 해볼까 합니다. ㅎㅎㅎ

그럼, 도움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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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10-01-26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여러 사연이 있으셨구나...

웬디양님께 꼭 필요한 답글을 남겨드리고 싶지만. 저는 아직 월세로 사는지라 모르겠네요....ㅜㅠ

아무튼! 집을 찾으셨다니 다행이예요 ^^

웽스북스 2010-01-26 20: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이드님은 나중에 살림 장만할 때 도와주세요! ㅎ

순오기 2010-01-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아직 계약은 안하고 가계약만 했나요?
전셋집은 일단 입주하면 세입자가 고쳐야 되니까 입주 전에 문제를 확인해야 돼요.
예를 들면 수도꼭지니 샤워기는 새지 않나, 뜨거운 물은 잘 나오나,
씽크대와 욕실 하수구는 물이 잘 빠지는지도 꼭 확인하고요.
비나 물이 새는 곳은 없나, 장판 들추면 바닥에 습기가 차 있지 않나~ 등등
보일러는 교체한지 얼마나 됐는지, 너무 오래 됐으면 고장날 수도 있으니까요.
주택은 외풍이나 습기가 아파트보다 많다는 건 감안해야 되지만 심하면 곤란하죠.

웽스북스 2010-01-26 20:56   좋아요 0 | URL
네 지금 계약하고 왔어요.
리모델링한지 2년된 집이라서, 그냥 다시 안가보고 계약서 도장 찍었어요.
넘 허술한가 ;;;

마늘빵 2010-01-2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보일러가 아무래도... 으음. 욕실 온수만 이상하네. 방금 샤워했는데 미지근한 물만 나와요 추워. 온수 나오는지 꼭 확인해봐요. 곰팡이, 습기, 채광 요런 것도 한번 보고. 여기 외풍도 좀 많은거 같은데 난방비 많이 나오게 생겼다눈.

웽스북스 2010-01-26 20:56   좋아요 0 | URL
어이구. 오늘 가스비/전기세 오른다는 기사에 덜컹했잖아요
평소같았으면 차비부터 보였을텐데 ㅜㅜ

이런 생활인모드

깐따삐야 2010-01-2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는 세입자가 나중에 떼어갖고 갈 것도 아닌데 집주인이 고쳐줘야하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은 미리미리 약속을 받아두셔야 할 것 같아요.
날씨도 추운데 고생이 많아요. 웬디양님. 이런 때일수록 건강 잘 챙기구요.^^

웽스북스 2010-01-26 20: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세입자랑 집주인이랑 맘고생하면 장난없을듯
고마워요 깐따삐야님. 이제 일단락. 이사만 잘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ㅎㅎㅎㅎ

치니 2010-01-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착한 주인이라면 보일러 오래 되어 고장나면 고쳐주겠다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해요(니가 살다가 고장 난 거니 니가 고쳐라 쪽으로 말하죠). 보일러 겨울에도 빵빵 잘 나오는지 체크 필수! 살다가 고장나면 돈도 돈이지만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고생인데요(어제 분 하이킥을 보세요 ㅋㅋ).
그리고 등본 떼서 다 확인하신 거 같으니 집 자체엔 금전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흑, 이렇게 조언이랍시고 쓰고 있는 저도 지금 주인크리로 고생이 심해요.
금액이 낮은 만큼 집이야 약간씩 결함이 있게 마련, 완벽하긴 어렵죠. 그럼에도 불구, 주인이 좋은 분이면 살 만 한데 주인이 영 괘씸하면 살 수록 힘들어요. 나중에 나가기도 힘들고. 웬디양님 주인집 꼭 좋은 분들이길 (적어도 상식 선에서 생각하시는 분들이길) 바랍니다 ~

웽스북스 2010-01-26 20:57   좋아요 0 | URL
어휴. 주인크리라니 왜요 ㄷㄷ
정말, 집 보러 다니면서 완벽한 집을 찾는 건 거의 불가에 가깝다는 걸 알았어요. 한 10억쯤 있지 않고서야.

100%의 집을 만나는 법, 이라는 글도 쓸까 생각했다는 ㅋㅋㅋㅋㅋㅋ

2010-01-26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0-01-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 수명이 다해 고장이 난 경우를 제외하고 세입자가 고쳐써야합니다. (소모품 교체나 등등) 입주후 문제점 발견시 (기간은 모르겠음) 고쳐주고 보완해 주기도 합니다만 집 안의 모든 문제를 하루이틀 살면서 발견할수 없으니... 하여튼 이사하고 살면서 잘 살펴 보세요. 일찍 발견하고 보수요구하면 들어줘야해요. 한참 살다가는 힘들어요.(고장냈다고 몰아부칠수도 있음) 보일러 내구연한은 빠르게는 7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 생산년도 확인해 보세요.(생산년도랑 설치시기가 다를수도 있으나... ) 노후에 의한 누수는 주인이 책임지지만 동파는 전적으로 세입자 책임입니다.(ㅠㅠ) 수압도 확인해 보세요 지역에 따라 수압이 약할 수도 있어요. 세대가 많을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수도압은 서울시에서 )
2층이라도 장마에 비 샐수있으니 주인한테 확인해 두시고요.(이건 주인과 피해 협의 가능합니다만~ 책은 이미 탱탱 불어서 아무짝에도 못 쓰고......주인이 책값안물어주더라고요. 위로금 조금 주고 퉁치는거 봤어요) 그리고 또 뭐 있나~
맛있는 자장면집 빨리 알아두시고....

웽스북스 2010-01-26 20:59   좋아요 0 | URL
수압은 물 세게 나왔으면 되는거죠? ㅎ
동파는 조심해야겠어요. ㅎㅎㅎ 향편님 좋은 교훈이 되었어요. ㄷㄷㄷ

자장면은...이사날 시켜먹고 더 안시켜먹을거에요. 흥.

2010-01-26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1-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철이 되면 그동안 집 안사고 뭐했나..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ㅡ.ㅜ

고생많아요, 웬디양님. (토닥토닥)

웽스북스 2010-01-26 21:01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레와님. 한시름. 툭.

leeji 2010-01-2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구하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집들이도 하는거야? 우어~ 놀러가서 커피한잔 얻어먹고 싶은데~~~~ 크리넥스 준비해야하낭? 헤~

웽스북스 2010-01-28 00:53   좋아요 0 | URL
네네. 할줄 아는 건 없지만 놀러오셔용. ㅎㅎㅎ 동현대리님 혜진씨 승문과장님 다같이 한번 오셔도 좋고요 ㅋㅋㅋ 제가 할줄 아는 건 없지만 자장면이라도 괜찮으시다면 ㅋㅋㅋㅋ

2010-01-27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2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집들이 하시면 와인은 제가! 가져가지요 으흐흐흐

웽스북스 2010-01-28 00:54   좋아요 0 | URL
집들이는 안해요. 어쩐지 이름이 거창해서 ㅎㅎ
그냥 편하게 놀러오세요.
 
생활도감 - 음식.옷.집의 모든 것 체험 도감 시리즈 4
오치 도요코 글, 하라노 에리코 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나같은 생활의 바보 살리신 그 은혜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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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멋지고 깜찍한 40자평이라니 놀라워!^^

웽스북스 2010-01-26 21: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저도 쓰면서 좀...(응? 뭐래 ㅋ)

BRINY 2010-01-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책도 있나요?

웽스북스 2010-01-26 21:02   좋아요 0 | URL
네네네 저같은 생활의 바보에게는 큰 도움이 된답니다.
생활의 달인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ㅎ

레와 2010-01-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홋!
이런 책이 있다뉘!

웽스북스 2010-01-26 21:02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이미 이 책 정도는 뗐을 것 같은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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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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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자꾸만 되물었다. 생존 자체가 희망일 수 있겠느냐고. 그러게. 그러고보니, 사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은 생존 그 자체인데,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자꾸만 그 희망을 다른 것들로 치환해가면서, 그렇게 우리, 생존의 이유를 찾아나가려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아무 것에도 치환할 수 없을 때, 생명을 포기하거나,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다시 나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저 앞으로 남은 희망이 생존 뿐인 삶을 너라면 살 수 있겠느냐고. 그럴 수 없겠다고 했다. 끝없이 끝없이 걸어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그 길, 어디에 그 무엇이 있다고, 차라리 확신할 수라도 없다면 좋으련만, 아무것도 없을 것임이 너무도 자명한 그 삶을 나는 살아갈 수 없겠다고. 그럴 수는 없다는 나의 대답이 사실은 슬쩍 재수없다. 생존의 절박함 앞에 놓여 있지 않은 자가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입을 다문다. 여기에 확인사살. 그럼 지금 너는 도대체 생존 이외에 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느냐는 물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무엇도 뚜렷하지 않은 나 역시, 사실은 생존을 위해, 이것 저것을 치환해가며 삶을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는 스스로에 대한 의혹을 슬그머니 제기하려다가 이내 부끄러워진다. 

작품이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희망 앞에 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그들을 둘러싼 절망의 구조가 너무나 견고하다고. 그들이 계속 걷는 길 역시,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그렇게 걷고, 또 걸어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걸을 수 밖에 없는 삶, 상황이 극화되었을 뿐, 그들만의 것은 아닐게다.  실은 우리가 희망이라 믿으며 내딛는 걸음 역시 견고한 절망의 구조 안에 있다는 걸, 우리 역시 모르고 있지 않다. 그런 우리 앞에 작가는 다시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을 다시 내딛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결국 희망은, 희망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을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억누르고, 나는 다시 한 번 믿어본다. 믿지 않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 믿음이라는 가면은 실은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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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1-2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늘쌍 희망이라는 이미지가 필요했던 것 같아. 무서워서, 잠시라도 벌벌 떨지 않으려고 말이지. 그런대 나는 무엇이 그렇게 무서웠을까?

웽스북스 2010-01-26 21: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믿지 않으면서도. 살아있다는 증거 같은 거. 아. 그걸 알면서도. 또 자꾸만 속이게 되는 거.

차좋아 2010-01-3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가 막힌 리뷰입니다. 영화로 보셨군요. 저느 소설로 봤어요. 일부러 웬디양님 리뷰 여태 안보고 저 소설 다 보고 봅니다. 올 해 본 최고의 책 , 올 해 본 최고의 리뷰 로드^^

웽스북스 2010-03-08 00:4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러기엔 너무 1월 30일에 쓴 댓글이다. ㅋㅋㅋㅋㅋㅋ
 
웰컴 - Welco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없이 작아보이던, 그래서 위대할 수 밖에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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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1-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이거 보셨군요.

웽스북스 2010-01-26 00:33   좋아요 0 | URL
엉엉, 네, ㄴㄴ양과 함께봤지요.

니나 2010-01-27 00:34   좋아요 0 | URL
네네, 좋았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