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야 바람이 불면,을 다시 보는데
니나가 연기한 수연이 나오자마자 나는 그만 코끝이 찡해졌다
토지를 다시 보면서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그 사람의 운명이 스치고 지나가 안타깝기도 했고,
조준구에게 당하는 서희의 모습을 보면서는
괜찮아, 나중에 다 복수해, 라고 위안을 삼기도 하면서 본다고 얘기했었는데,
한 번 봤던 연극을 다시 보는 것도 비슷한 기분이구나.
처음 봤을 때는 영문도 모르고 봤던 수연이의 등장
그런데 다시 보니, 그애가 나오는 동시에 그애의 삶과, 마음이 스친다
괴로워하는 선생님의 마음도
내내,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잘 음미하면서, 그렇게 봤다
한번 더 보길 잘했구나 ^_^
2
뮤지컬 우리동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C가, 자기는 무지 지루했다며 준 티켓이었는데
나는 예전에, 역시 니나가 연기한 작품(우리읍내)으로 학교에서 봤었고
그 때도 꽤 좋아했던 작품이었기에
기쁨으로 받아서 봤다 ^_^
그 연극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스토리가 자극적이지 않고
물흐르듯 흐르는 삶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나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이 일상을 보내는 순간부터
나는 그 순간을 나중에 그들이 얼마나 아득하게 그리게 될지를 미리 떠올린다
하루하루가 그립고 소중한 가운데,
서로 쳐다보고, 손잡고, 눈 마주치며, 얘기할 시간조차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일의 반복
그건 결국 나의 삶이고, 내 부모의 삶이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면서도
그걸 알면서도 당장 고치기 어려운 그 무엇
3
그리고 오늘, 저녁에 들어와 청소하면서 본
영화 '내사랑'
뭐 순전히 감우성 때문에 다운받아서 본 영화이긴 하지만,
그리고 스토리 좀 많이 진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던 건
역시 감우성 때문? (하하하 -_-) 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캐릭터들이 모두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하던 당시에
마케팅의 일환으로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해준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어머 정일우 감우성의 프리허그라니, 라며
나 당장 명동으로 달려가겠다고 오버를 하곤 했었으나,
게으름에 달려가지는 않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들을 지나면서 가끔 보게 될 때 좀 시큰둥한 편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 품에 안기는 건 어쩐지 좀... 이라는 마인드? -_-)
영화를 보다가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안아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수줍은듯 다가가는 아저씨, 그리고 꼭 안아주는 주인공 (엄태웅, 극중 프리허그 운동가)
꼭 내가 아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님에도
그런 누군가가 전해주는 온기가 필요해 누군가에게 꼭 안기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과 마음을 내어 그런 그들을 안아주는 사람들
정말, 따뜻한 일이구나
암튼, 주말 3일 연속,
역시 바쁜 회사일 따위는 잊고,
신나게 놀고, 양껏 마음을 채웠구나
아흡, 다시 월요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