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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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량 포장된 양배추를 사는 여자에게도
작은 행복이 있다
"양배추를 통째로 사는 날이 내게 올까?" -27쪽

진짜의 나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좋은 걸까?
그건 옳은 게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이대로의 자신은 싫다고 생각하는 나도
올바른 삶의 자세는 아니라는 건가?
모르겠다.
나카다 매니저,
애인 있으려나?-35쪽

다니다 부장, 좋은 구석도 있네~
라고 생각함으로써
싫은 부분을 상쇄시킨다.
더러워진 테이블을 행주로 닦듯이.
그러면 더러워진 행주는 어디로 갈까?
그 행주는 세탁도 되지 않은 채
내 마음에 쌓여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52쪽

결심한 게 있다
아무리 업무라 해도
나는 개나 고양이에게까지
아첨하지는 않겠다.
인간으로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니까.-54쪽

젊은 사람에게 '젊음'의 우월감을 안겨주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젊었을 때 그렇게 대해주면 기뻤으니까.
누군가 젊음을 부러워해주는 건 기쁘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사실은 특별히 부럽지도 않지만
젊은 사람에 대한 서비스.
나는,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좋다.
응?
그것은, 지금도 좋다는 뜻?
나, 변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려는 것뿐인지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세상에는 흐르고 있으니까~
'자신을 찾아라' 라든가. -68쪽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 간다.-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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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0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3-07-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젊었을 때 누군가 젊음을 찬양하거나 부러워하면 전 짜증이 났었던 거 같은데...왜 저 사람은 자신의 현재를 생각지 않고 나에게 젊을 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나 하고. 오만하고 건방졌네요. 기쁘게 받아들이고 나에게 미래가 있구나 했다면, 그 서비스를 잘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다른 모습으로 늙어갔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웽스북스 2013-07-23 00:06   좋아요 0 | URL
찬양하거나 부러워하는 거랑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다른 거 같아요. ㅎㅎ 언젠가 조언과 꼰대의 차이는 뭘까, 친구들이랑 얘기한 적 있는데 결국 차이는 내가 상대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ㅎㅎ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7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절판


부정관의 수행 방법은 선승이 좌선을 하듯이 홀로 고요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두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어느 하나의 일을 향해 상념을 집중시키는 일로 시작된다. 하나의 일이란, 예를 들어 이 내 몸은 부모님의 음탕한 즐거움의 산물이어서 본래는 부정불결한 액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즉 대지도론의 말을 인용하자면 '사람이 호합할 때 몸 안의 욕정의 벌레인 남충은 백정, 눈물처럼 나오고, 여충은 적정, 토하듯이 나온다. 골수의 기름이 흘러 이 두 개의 벌레가 눈물 흐르듯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어서, 이 붉고 흰 두 액체가 합쳐진 것이 자기 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 다음, 태어날 때도 더럽고 냄새나는 통로를 거쳐 나온다는 것, 태어난 뒤에도 대소변을 쏟아내고 콧구멍으로 콧물을 흘리고 입으로는 냄새나는 숨을 내쉬고 겨드랑이에서도 끈적끈적한 땀을 낸다는 것, 몸 안에는 똥이나 오줌이나 고름과 피와 기름이 있고, 내장 속에서는 오물이 꽉 차서 여러 가지 벌레가 우글거리고, -305쪽

(위에서 이어서) 죽고 나면 그 시체를 짐승들이 달려들어 뜯어먹거나 새들이 쪼아 먹고, 팔다리는 찢어지고 비릿한 악취가 사방 삼십 리 오십 리까지 퍼져서 사람들은 코를 막고, 피부는 시꺼메져서 개의 사체보다 흉한 모습이 된다는 것, 요컨대 이 몸은 태어나기 전부터 죽은 후까지 부정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305쪽

생각건대, 옛날에 나이 든 아버지 대납언이 부정관이라는 걸 닦고 있었을 때 어머니의 환영이 모독됨을 한탄하며 아버지를 원망했던 시게모토는 40년 동안이나 어머니와 단절되어 지내면서 어스름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모습을 이상적으로만 꾸려서 가슴 깊숙이 숨겨왔을 것이다. 시게모토는 언제까지느 그 어머니를, 어릴 때 보았던 모습으로만 사모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316쪽

개울에서는 꽤나 높이 울뚝 불거져 나와 있었고, 맑디 맑은 좁은 물줄기 하나가 어디선가 삐져나와서 언덕 아래를 휘돌아 시냇물로 흘러 떨어지고 언덕 중간쯤부터는 황매화 한 무더기가 시냇물 쪽으로 휘늘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까부터 꽤 시간이 지났을 텐데도 지금 시게모토가 머물러 있는 곳에서 건너의 세밀한 경치들이 이렇게도 영롱하고 선명하게 보이니, 꽃들이 마치 눈빛처럼 작용해 막 드리워지는 어둠 속에서 근처의 풍경을 저렇게 떠오르게 하는 것일까 하고 시게모토는 생각했지만 사실은 꽃이 뿜어내는 빛이 아니라 꽃 위의 하늘에 걸려 있는 달이 바야흐로 더더욱 밝아졌기 때문이었다. 땅 위는 차가운 습기로 가득해 살갗에 공기의 찬 기운이 닿았지만 하늘은 음력 3월이고 부옇게 흐렸으며, 달빛은 꽃구름을 뚫고 비추고 있어, 저녁 벚꽃이 풍겨내는 향내에 섞여 골짜기 한구석은 환상적인 빛깔 속에 잠겨 있었다. - 321쪽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교사의 알선으로 기타무라가의 입주 가정교사 겸 서생이 되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맛있는 과자와 음식을 얻어먹으며 부에 대한 선망을 키웠다. -330쪽

만일 천재라는 말을 예술적 완성도만을 기준 삼아 결코 자기 자질을 오판하지 않고 그것을 계속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팔십 평생을 통해 자기 자질을 거의 오판하지 않았던 다니자키야말로 천재라 해야 할 것이다.-331쪽

빛나는 여자의 등이 있다. 꽃잎 같은 여자의 발뒤꿈치가 있다. 문학사상, 여자의 등이나 발이 이렇게 중대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시대적 변화와 한 여인의 발, 그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본질적으로 인간에게 더 중요하냐고 다니자키 문학은 반세기에 걸쳐 묻고 있다. 이 부조리한 물음의 중압을 느낄 때 우리는 '예술'이라는 대답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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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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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 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11쪽

판단을 유보하면 희망도 영원하다. 아버지가 점잔빼며 말한 바 있고 나 역시 똑같은 태도로 다시 반복하지만, 인간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품위는 실은 날 때부터 사람 나름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다른 뭔가를 놓칠 수도 있다. -12쪽

어쨌든 나는 그 시절의 것들을 고스란히 되살려 모든 종류의 전문가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존재, 이른바 '균형잡힌 인간'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어쨌든, 하나의 창으로 보면 실제보다 훨씬 더 근사해 보이는 게 인생이다, 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15쪽

작별인사를 하러 간 순간, 나는 개츠비의 얼굴에 다시 돌아온 당혹스러움을 발견하였다. 현재의 행복에 대한 희미한 의심이 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돌아보면 거의 오 년의 세월이었다. 그날 오후만 해도, 눈앞의 데이지가 그가 꿈꾸어왔던 데이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도록 품어왔던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환상의 생생함 때문이다. 그것은 그녀를 넘어서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낸 독창적인 열정 속으로 밀어넣은 후 하루하루 그것을 부풀려갔고, 가는 길에 마주친 온갓 깃털로 장식해왔던 것이다. 아무리 큰 불도, 그 어떤 생생함도, 한 남자가 자신의 고독한 영혼에 쌓아올린 것에 견줄 수 없다. -121쪽

그는 졸음이 망각의 포옹으로 갖가지 생생한 장면들 위에 막을 내릴 때까지 그 환상에 다양한 무늬들을 더해갔다. 한동안 이런 몽상들은 상상력의 배출구가 되어주었다. 이는 현실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이 세계의 기반이라는 것이 요정의 날개 위에서도 든든하게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보증 같은 것이었다. -125쪽

데이지는 어렸고, 그녀의 잘 꾸며진 세계는 난초향과 즐겁고 유쾌한 속물근성의 냄새로 가득했고, 오케스트라는 슬픔과 인생에 대한 암시를 새로운 선율에 얼버무려 담은 유행가들을 연주해댔다. 색소폰이 구슬프게 <빌 스트리드 블루스>를 불어대는 동안 수백 켤레의 금빛과 은빛 구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엇갈렸다. 어스름 무렵의 티타임이면 방들은 언제나 이런 은근하고 달콤한 열기로 흥청거렸고, 플로어 주변에는 슬픈 트럼펫 소리에 불려 날아가는 장미 꽃잎처럼 새로운 얼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188쪽

"우정은 살아 있을 때 보여주도록 합시다. 죽은 뒤에 말고." 그가 말했다. "내 원칙은 이렇소. 죽은 뒤에는 만사를 그냥 내버려두자" -214쪽

우리가 겨울밤의 한복판을 질주할 때, 진짜 눈, 바로 우리의 눈이 우리 바로 옆에서 녹아번져가면서 창문 위에서 반짝거리는 순간, 그리하여 위스콘신 주의 작은 간이역들의 희미한 등불을 지나갈 때면 날카롭고 거친 기운이 갑자기 공기 속으로 뒤섞엳ㄹ었다. 저녁을 먹고 객차의 냉랭한 연결 통로를 따라 걸어 돌아오면서 우리는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다시 그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가기 전, 이 기묘한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이 지역과 우리가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것을 말없이 깨닫는 것이다.
거기가 바로 나의 중서부다. 밀밭도, 초원도, 사라진 스웨덴 이민자들의 마을도 아닌,젊은 날의 가슴 떨리는 귀향 열차, 서리가 내리는 어둠 속 거리의 가로등, 썰매의 방울 소리, 그리고 불 켜진 창문의 불빛으로 눈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성탄 축하 장식의 그림자들이다. 나는 그것의 일부다. 긴 겨울들을 겪으며 조금은 진중해지는 마음, 그리고 몇십 년간 가문의 이름이 주소를 대신하는 곳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우쭐함. -218쪽

그들, 톰과 데이지는 경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사물과 살아 있는 것을 산산히 부숴버리고, 그런 다음에는 돈으로, 혹은 더 무지막지한 경솔함으로, 혹은 그들을 한데 묶어주고 있는 그 무언가로 보상했다. 그런 후에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어질러놓은 것들을 말끔히 치우게 했다. -222쪽

나는 토요일 밤마다 뉴욕으로 나가서 잤다. 저 빛나고 화려한 그의 파티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탓에 내 귀에는 아직도, 희미하기는 하지만 끊이지 않는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 그의 차도를 오가는 차들의 소리가 그의 정원 속에서 아직도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는 그 곳에서 진짜 자동차 소리를 들었다. 차의 헤드라이트가 그의 현관 앞에서 멈추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가서 찾아볼 생각은 없었다. 아마도 지구의 반대편에 살고 있다가 파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찾아든 마지막 손님이었으리라. -223쪽

그곳에 앉아 그 옛날 미지의 세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가 문득 개츠비가 데이지네 집의 잔교 끝에서 빛나는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의 놀라움에 생각이 이르렀다. 바로 이 파란 잔디밭까지 오기까지 그는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이제 그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그는 몰랐다. 자신의 꿈이 어느새 자기의 등뒤에, 저 뉴욕 너머의 혜량할 수조차 없는 불확실성 너머,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어두운 들판 위에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
개츠비는 오직 저 초록색 불빛만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가슴설레는 미래를. 그것은 이제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무슨 문제인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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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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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느긋한 목소리로 팔자 좋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오"
네 눈엔 내가 안녕해 보이냐. 동해는 가위로 남자의 눈을 찍어버리려다 그만두었따. 남자는 그의 어깨를 스쳐갔다. 탈출하려는 바보일까, 세상이 어찌 되든 평상시 하던 짓을 하는 짓을 하는 머저리일까. 동해의 눈엔 후자로 보였다. 평상시 하던 짓을 하는 걸로 평상이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부류. -309쪽

"쉬차를 늑대 밥으로 던져 주면서 내가 간절하게 바란 게 뭔 줄 알아"
재형은 배시시 웃었다. 속삭여오는 듯한 미소였다. 진의를 파악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덜미를 잡은 미소이기도 했다.
"늑대들을 끌고 달아나주기를 바랐어. 되도록 멀리. 기왕이면 아주 먼 곳으로 도망치면서 한 마리씩 차례차례, 모조리 잡아먹히기를 바랐어. 배가 덜 찬 늑대들이 나를 기억해내고 되돌아오지 않도록. 내가 도망칠 수 있도록. -342쪽

그들이 떠난 후 더 충격적인 깨달음이 왔다. 자신은 아버지를 진정으로 찾으려 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녀는 아버지와 현진이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도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알고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유의 일이었다.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과 직면하는 게 겁이 났다.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건강진단을 받지 않으려는 심리와도 비슷한 것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은 모르는 게 나았다. 모르는 동안은 절망과 맞닥뜨리지 않아도 될 테니까. -355쪽

저들은 가슴에 성배를 품은 자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배신을 잘하는 '희망'이라는 성배. -434쪽

"누구한텐 당연한 일이 누구한텐 목표가 되기도 해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깨달은 건데, 난 후자로 태어났더라고요" -4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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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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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만들면서 말과 진심으로 마주서게 되고서야 나는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든다. 기시베는 그렇게 생각했다. 말이 갖는 힘, 상처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누군가와 이어지기 위한 힘을 자각하게 된 뒤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고 주위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주의 깊게 헤아리려 애쓰게 됐다. -258쪽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다. 기시베는 문득 먼 옛날 생물이 탄생하기 전에 지구를 덮었다고 하는 바다를 상상했다. 혼돈스럽고, 그저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던 농후한 액체를. 사람 속에도 같은 바다가 있다. 거기에 말이라는 낙뢰가 떨어져 비로소 모든 것은 생겨난다. 사랑도, 마음도, 말에 의해 만들어져 어두운 바다에서 떠오른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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