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모리님이 올리신 어린시절 사진을 보니, 며칠전 엄마와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유치원 시절의 앨범을 보다가 난 엄마에게 따져물었다.
- 엄마. 근데, 도대체 왜 이 노란 원피스 입은 사진이 이렇게 많은 거야?
세상에. 과자공장 견학간 날 사진도 이 원피스, 우유공장 견학간 날도 이 원피스, 무슨 박물관 견학간 날도 이 원피스, 똑같은 원피스만 입고 계속 사진을 찍은 거다.
- 그냥, 엄마는 니가 그 원피스를 입는 게 이뻤거든. 그러니까, 중요한 날 놀러나갈 때마다 그 옷을 입혔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이렇게 똑같은 옷만 맨날 입혀서 보내면 어떡해. 사진에 찍히는데!!!!!!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엄마도 원래 옷 놔두고 좋아하는 옷만 열심히 입잖아.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가 좀 억울하긴 했지만, 사진을 보면 노란 원피스를 입은 내 모습도 정말 화사하니 깜찍하긴 하더라. (이 무슨 자화자찬) 지금은 노란색 잘 안어울리는데, 역시 어린게 최고다. 아무거나 다 잘 어울리고.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막상 스캔해놓은 사진 중 노란 원피스를 입은 사진이 이것 밖에 없더라.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노란 원피스가 보이는 사진.
가끔 너는 키가 언제 컸냐, 라는 질문을 듣는데, 유치원때부터 저렇게 컸었다. 저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사진이 떠오른다. 마치 키재기 놀이하는 것 같은 사진. 재밌게도 저 친구들 이름이 다 생각난다. 쌍둥이 두 친구 중 누가 진아이고 누가 진희인지 모르겠는 것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