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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금리인상 분위기가 팽배하고,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은데 오히려 콜금리 전격 인하? 대체 무슨 의도인지? 이건 아무래도 실책 같다.

고전적 금리이론에 의하자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는 금리를 올리고,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는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투자자금이 막히는 상황인가? 아니지 않은가. 가계자금사정은 악화되는데 기업들은 오히려 현금을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설비투자를 자제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유가 폭등으로 원자재가격이 따라 오르면서 강력한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때는 투자보다 물가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부동산은 확실히 잡기로 정책방향을 잡지 않았던가? 도대체 그 풀린 돈들 어디로 가라고 금리를 내리는가?

부동산을 막아놓고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금리인하라면, 답은 하다다. 자본 이탈이다. 예전보다 금융장벽이 훨씬 낮아진 상황에서 더욱 빨라진 국제적 자본이동 속도는 핫머니 외에도 장기투자자금 일부와 국내축적자본의 해외도피까지 부를 것이다. 원화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는 원화를 타겟으로 한 환율투기전쟁이 또한번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어떤 방향이든 산업과 무역에는 큰 타격을 주리라.

이번 금리인하는... 정말 악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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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에 한창 화제가 되었던 책 가운데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있었다. 어디서 정확히 수치를 본 건 아니지만 몇 주간 베스트셀러 하고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도 만나면 그 얘기들을 해대고...

책 내용을 다 읽어보지는 않아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두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아침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뭐 그런 게 요지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어감은(하긴 책 제목을 보면 당연히 그렇게 연상이 된다) 무조건 일찍 출근해서 뼈빠지게 일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건 기업 총수들이 추천도서에 넣고 단체구매를 해서였다는 후문도 돌았다.

내가 <아침형 인간> 증후군을 썩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된 건, 그 아류작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해서였다. <아침형 인간>이 뜨기 시작하자 각종 <~형 인간>들이 출현했다. <새벽형 인간>이란 책이 나왔고, 그 책 광고 카피는 "세 시에 일어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였다! 세상에... 그래서 사람들과 농담으로 다음 책은 틀림없이 '철야형 인간'일 거란 이야기도 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불과 서너달이 지난 지금, 아침형 인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베스트셀러 가운데에는 하루살이도 끼어 있다는 것을 실감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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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08-1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 정말 호감 안 가는 책이었는데.
사람을 노새로 만드는 이론이다...뭐 그런 반감이...ㅋㅋ

verdandy 2004-08-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 책을 씹어먹듯이 자세히 써놓은 리뷰를 다른 잡지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의외로 귀담아둘 만한 게 있더군요.(머리가 맑은 아침시간을 활용하는 게 효율이 높다는 게 요지) 하지만 사람들이 그 부분보다 '무조건 일찍 출근'이란 뉘앙스만을 받아들였던 게 마음에 안 들었답니다.
 

며칠 후면 고대올림픽의 발상지 아테네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부활한 지 108년만의 일이고, 유럽통합 이후 유럽의 첫 올림픽이 되는 셈이니 유럽인들로서는 뭔가 뿌듯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유럽인들의 못돼먹은 사고방식 중의 하나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마치 페르시아가 침략주의적인 정책을 가져서 일어난 전쟁이고, 전제주의적 아시아로부터 민주주의적 유럽문명을 수호한 성전인 양 선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페르시아는 사실 그리스 도시국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토지는 척박하고 지형은 험악하며 자원도 빈약한 에게해의 섬들을 풍요로운 오리엔트제국이 왜 탐낸단 말인가? 그때문에 아테네인들의 첫 사절단이 페르시아 궁정에 도달했을 때 페르시아인들이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신기함'에 지나지 않았다. 헤로도투스의 '역사'는 그 순간을 이렇게 전한다.

"그대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그리고 희한한 것은 1,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물러난 페르시아제국이 왜 망할 때까지 그리스를 더이상 침공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두 번의 전쟁 패배가 제국의 망신이라 생각했다면 분명히 페르시아는 장기전으로 돌입했을 것이고, 자원과 인력을 고려하면 그리스의 멸망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즉 문명간의 대결이니 어쩌니 하는 의미 부여는 유럽인들의 제멋대로의 사고방식일 뿐이다.

페르시아 나름으로는 두 번이나 혼내줬으니,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그리스계 식민지들이 더이상 준동하지 못하게 해놓았다고 평가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이 전쟁의 기록은 그리스인들의 시각에서 기술한 자료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유명한 마라톤 경기는 바로 이렇게 유럽인들의 왜곡된 자존심의 결정판이다. 페르시아로부터 유럽문명을 지킨 영웅의 표상이니까. 그래서 나는 바로 이번 올림픽에서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의 국기를 단 마라톤 선수가 메인 스타디움에 일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길 기원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럽인들의 표정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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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땅은 사라>?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땅을 사라고 부추기는 책이 나온 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1929년 10월, 미국에서 대공황이 시작되었을 당시, 언제까지나 호황이 계속될 거라 믿었던 수많은 전문가들과 달리 기적적으로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온 펀드매니저가 한 사람 있었다. 지금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이 친구 말이 걸작이다.

"점심시간에 사무실 밖에 있는 구두닦이 소년에게 구두를 닦으러 갔는데... 그 소년이 주식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그래서 올 데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몽땅 팔아치웠지요."

가만히 보니 이 책 말고도 부동산 관련서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부동산투기 불패신화의 시기에 그 노하우는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옮겨다녔지, 책의 형태로 출판된 적은 전혀 없었다.

생각해보자. 책이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미디어다. 모든 사람이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면, 못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못 할 사람이 없는 재테크가 과연 이익을 가져다줄까? 나는 이런 책들이 나온다는 사실이 부동산 버블의 종말을 의미하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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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두가 된 강남의 차별화, 귀족화는 2003년 말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의 폭등이라는 현상으로 정점에 달했다.(말 그대로 '정점'이라 본다)

이 현상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권위있는 시사주간지에서조차,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것은 신분상승에 대한 자연스런 욕구이며 시간이 갈수록 들어가겠다는 사람은 줄을 서는데 한번 들어가면 나오겠다는 사람은 없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 써놓은 것을 보고 속으로 킥킥 웃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 이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 귀족의식에 별 영향이 없다. 브라질이 수도를 브라질리아로 옮겼다고 상파울루나 리오데자네이루의 부촌이 몰락하던가?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비버리힐즈는 나름대로의 권위가 있다.

내가 보기에 강남 선호주의의 뿌리는 학군제 배치와 교육열이었다. 1970년대 반포아파트를 분양할 때 아무도 거기 가지 않겠다고 해서 박정희정권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강제로 '할당'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것이 1980년대 강북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사하면서, 자식을 좋은 대학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짐을 싸들고 위장전입을 시도하면서 계속 가격차가 벌어졌던 것이다. 경기-서울고가 구로구로 갔다면 구로가 강남이 되었을 것이고, 마포나 노원으로 갔다고 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런 풍토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대학진학 지상주의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삼성의 고졸 출신 평등 채용 선언(실효는 둘째치고), 고졸출신 사회 각 방면 스타들의 탄생(이창호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도 한몫했다), 한국의 대학진학 라인을 벗어난 조기유학 열풍, 강원도에 있으면서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에 꾸준히 학생을 보내는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등장... 요컨대 명문고등학교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거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EBS 방송과외의 도입이라 본다.

방송과외 위주로 수능을 출제한다... 이게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제 말 그대로 '접시만 달면' 집안 돈 몽창 끌어모으고 빚 내서 강남으로 이사하는 맹모삼천지교의 고역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누가 그 비싼 강남으로 가겠는가?

강남 이데올로기는 이제 종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추산하기 어려우나, 구조적으로 강남 불패신화는 깨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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