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두가 된 강남의 차별화, 귀족화는 2003년 말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의 폭등이라는 현상으로 정점에 달했다.(말 그대로 '정점'이라 본다)

이 현상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권위있는 시사주간지에서조차,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것은 신분상승에 대한 자연스런 욕구이며 시간이 갈수록 들어가겠다는 사람은 줄을 서는데 한번 들어가면 나오겠다는 사람은 없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 써놓은 것을 보고 속으로 킥킥 웃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도 이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사실 귀족의식에 별 영향이 없다. 브라질이 수도를 브라질리아로 옮겼다고 상파울루나 리오데자네이루의 부촌이 몰락하던가?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지만, 비버리힐즈는 나름대로의 권위가 있다.

내가 보기에 강남 선호주의의 뿌리는 학군제 배치와 교육열이었다. 1970년대 반포아파트를 분양할 때 아무도 거기 가지 않겠다고 해서 박정희정권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강제로 '할당'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것이 1980년대 강북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사하면서, 자식을 좋은 대학 보내겠다는 부모들이 짐을 싸들고 위장전입을 시도하면서 계속 가격차가 벌어졌던 것이다. 경기-서울고가 구로구로 갔다면 구로가 강남이 되었을 것이고, 마포나 노원으로 갔다고 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런 풍토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대학진학 지상주의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삼성의 고졸 출신 평등 채용 선언(실효는 둘째치고), 고졸출신 사회 각 방면 스타들의 탄생(이창호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도 한몫했다), 한국의 대학진학 라인을 벗어난 조기유학 열풍, 강원도에 있으면서 하버드를 비롯한 아이비리그에 꾸준히 학생을 보내는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등장... 요컨대 명문고등학교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거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EBS 방송과외의 도입이라 본다.

방송과외 위주로 수능을 출제한다... 이게 실제로 얼마나 지켜질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제 말 그대로 '접시만 달면' 집안 돈 몽창 끌어모으고 빚 내서 강남으로 이사하는 맹모삼천지교의 고역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누가 그 비싼 강남으로 가겠는가?

강남 이데올로기는 이제 종말의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추산하기 어려우나, 구조적으로 강남 불패신화는 깨져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