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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살다 보니 하마터면 북클럽 3/4분기 책 신청을 못 할 뻔했다. 뭐 못 한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고르지 않은 책이 떡하니 배달되어 오고 돈 내라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니까.

북클럽에 가입한 지 벌써 3년째. 한 번인가는 분기 도서 신청을 놓치는 바람에 의무적으로 배달된 책으로 때웠다. 처음 가입할 때는 이런 식으로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2000원인가를 내면 한 2만원어치에 해당하는 책을 가입선물로 준다. 사람들이 그거만 먹고 훅 탈퇴하면 어떻게 될까? 그게 무지하게 궁금했다. 물론 나는 착실하게 분기마다 한권씩 사준 회원이지만...

그런데 요즘 베텔스만 돌아가는 거 보니 장사가 무척 잘 되는 듯하다. 잇달아 오프라인 지점을 내고, 예전에 비해 종수도 크게 늘고, 무엇보다 자체 출판사업을 손댄 게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으니...(다빈치 코드)

독일식 뚝심의 승리라 봐야 되나, 거대자본의 횡포라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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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 얼핏 보기에는 긴 문장이, 막상 요지를 메모하면서 읽다 보니 별것 아닌 내용이어서 긴장이 탁 풀렸던 기억이 난다. 일본어는 그렇게 말을 배배 꼬아서 늘여놓는 표현이 좀 발달한 편이다. 예를 들어보면

必ず行かなければならない (반드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순수한 우리말에 이런 표현은 없다. 우리말의 같은 상황에서라면 '꼭 가야 해' 정도의 말이 튀어나올 것이다.  우리말 4음절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이 일본어에서는 무려 14음절로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 생각을 해봤다. 일본어는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이중부정 표현법이 발달한 것일까? 내가 찾아낸 답은,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강한 민족성의 영향이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A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B이다. 그러나 '난 B야' 라든가 'A는 안돼'라고 내뱉는 것은 무례한(丁寧ではない)표현이라는 사고방식이 일본어를 지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원하는 것, 즉 'B가 아니라면...'이라 뜸을 들인 후(중간에 여러 가지 사정들이 생략되어)... 안된다, 곤란하다'라고 한 호흡을 늦추는 말버릇이 생긴 것이리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 그야말로 일본어다운 표현이지만 솔직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다. 앞으로 일본어로 말하거나 쓸 때 이 표현을 어떻게 칼질을 해주면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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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앙 M&B - 외국돈이 들어와 물든 탓인지 얄미울 정도로 당장당장 눈앞의 돈 될 책들만 펴내는 곳. 게다가 출세주의적 가치관만을 찬양하는 육아서들을 대량으로 펴내 아이들의 심성을 망쳐놓는 출판사.

2. 황금가지 - 이영도 같은 국내 판타지작가를 양성한다는 점에서는 좋게 보았으나 <부자 아빠> 시리즈를 펴내 사람들을 부동산투기로 몰아대고 부친의 덕성을 돈버는 재주로만 평가하게 만든 책에도 손을 대어 이미지가 나빠졌음. 역시 책값이 평균적으로 너무 비싸다.

3. 더난출판사 - 역시 유행타는 경제경영서에만 목숨 건 곳. 최근엔 대놓고 땅을 경품으로 내놓아 땅투기를 부추기는 작태를 연출.

4. 21세기북스 - 역시 당장 돈 될 경제경영서에만 매달리는 곳.

5. 에코리브르 - 친환경서를 펴낸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나 가격을 너무 심하게 매겨 폭리를 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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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8-16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략 동의합니다. ^^
 

1. 정신세계사 : 창업 이래 꾸준히 깨달음, 민족혼, 생태주의에 관한 책들을 내온 출판사. 전반적으로 함량미달의 책이 거의 없는 편.

2. 현암사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시리즈를 꾸준히 펴내 한국적인 미, 한국적인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출판사. 본래는 법전 출판으로 먹고사는 곳이었는데,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기획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곳.

2. 그물코 : 역시 생태주의에 관한 책들로 한길을 파고 있는 신생 출판사. 사정이 어렵다는 소문이 있어 조금 무리해서 책을 사주게 되는 곳.

3. 녹색평론사 : 역시 오래전부터 잡지 <녹색평론>을 재생지로만 발행해 오며 최근에는 단행본도 내고 있는 곳. 다행히 이곳에서는 히트작들이 좀 나오고 있다.

4. 효형출판사 : 예술과 인문교양에 관한 책들을 주로 펴내는 곳. 외서 베껴먹기가 아니라 국내기획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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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8-1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퍼가서 살펴보겠습니다. ^^

verdandy 2004-08-1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조선인 님. 반갑습니다. 아이콘의 저 귀여운 아이가 마로인가 보군요. 님도 역사 쪽 책들을 즐겨 읽으시던 듯한데... 좋은 인연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빌트인 시스템이라 휘센 에어컨이 있다. 그러나 입주시 기능점검만 했을 뿐  사용해본 적이 없다. 전기료가 아까와서가 아니라 기온변화에 대한 면역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서이다.

20세기에 행해진 고고학적, 인류학적 발굴 결과 고대인들의 치아는 우리들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늘날에는 거추장스러운 도구가 되어버린, 그래서 나자마자 아예 치과에서 뽑아버리곤 하는 사랑니가 당시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음식을 씹고 갈아먹는 도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먹기 좋게 잘 가공된 식품들만 먹어대다 보니 이빨이 갈수록 퇴화한 것이다.

초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몽골인들의 시력은 우리가 흔히 쓰는 교정시력 수치로 환산하면 4.0~5.0에 달한다고 한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안경 쓰는 아이는 전체의 20%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생소해져버린 '안경잡이'라는 말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초등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안경을 쓰는 아이가 안 쓰는 아이보다 많아졌다.

내가 에어컨을 멀리하게 된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어서였다. 중학교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는 학교나 식당이나 심지어 국립도서관에도 에어컨이 없었다. 있는 곳은 기껏해야 금융기관 지점 정도? 여름방학이었다. 날씨는 찌는 듯이 덥고, 바람은 한 점도 없었다. 선풍기가 없는 교실(보충수업)에서 공부를 하다가 더워서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방법이라곤 기껏해야 수돗물에 세수 한 번 하고 오는 것. 그리고 책받침으로 부채질을 하는 것. 그리고 찬물 마시는 것.(그때만 해도 수돗물을 그냥 마셨다)

부채질에도 지쳐버린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의자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다.(책상에 엎드려 자면 입김이 돌아오니 더 뜨겁다) 팔은 무릎 위에 놓고 완전히 지쳐서 손가락도 까딱 못 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 더위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해가 구름 속에 숨은 게 아니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조금씩 조금씩 피부에서 끈적거리는 기분 나쁜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호흡은 고르고 조용했고(나중에 그게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으로 전환된 것임을 알았다) 머리는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하!

자연계의 모든 존재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생물학적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만일 지금의 더위가 인간이라는 종에 못 견딜 정도였다면, 우리는 이미 수백만년 전에 멸종했어야 맞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잖은가?

에어컨을 쓰기 시작한 것은 백 년도 채 안 된다. 에너지 절약 문제는... 사실은 정말 본질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덥다고 에어컨을 황황 틀어대면 인류 종이 진화시켜 온 기온 적응 능력을 몇 세대 안에 까먹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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