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고대올림픽의 발상지 아테네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린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부활한 지 108년만의 일이고, 유럽통합 이후 유럽의 첫 올림픽이 되는 셈이니 유럽인들로서는 뭔가 뿌듯한 느낌이 있을 것이다.

유럽인들의 못돼먹은 사고방식 중의 하나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마치 페르시아가 침략주의적인 정책을 가져서 일어난 전쟁이고, 전제주의적 아시아로부터 민주주의적 유럽문명을 수호한 성전인 양 선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페르시아는 사실 그리스 도시국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토지는 척박하고 지형은 험악하며 자원도 빈약한 에게해의 섬들을 풍요로운 오리엔트제국이 왜 탐낸단 말인가? 그때문에 아테네인들의 첫 사절단이 페르시아 궁정에 도달했을 때 페르시아인들이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신기함'에 지나지 않았다. 헤로도투스의 '역사'는 그 순간을 이렇게 전한다.

"그대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그리고 희한한 것은 1,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물러난 페르시아제국이 왜 망할 때까지 그리스를 더이상 침공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두 번의 전쟁 패배가 제국의 망신이라 생각했다면 분명히 페르시아는 장기전으로 돌입했을 것이고, 자원과 인력을 고려하면 그리스의 멸망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즉 문명간의 대결이니 어쩌니 하는 의미 부여는 유럽인들의 제멋대로의 사고방식일 뿐이다.

페르시아 나름으로는 두 번이나 혼내줬으니,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그리스계 식민지들이 더이상 준동하지 못하게 해놓았다고 평가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이 전쟁의 기록은 그리스인들의 시각에서 기술한 자료 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 유명한 마라톤 경기는 바로 이렇게 유럽인들의 왜곡된 자존심의 결정판이다. 페르시아로부터 유럽문명을 지킨 영웅의 표상이니까. 그래서 나는 바로 이번 올림픽에서 페르시아의 후예, 이란의 국기를 단 마라톤 선수가 메인 스타디움에 일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길 기원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럽인들의 표정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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