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신드롬
맹성렬 지음, 조경철·최준식 감수 / 넥서스BOOKS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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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날에는 실용서의 선두주자가 된 넥서스가 처음에는 이런 책들을 내는 출판사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실 Nexus라는 용어 자체가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색채를 풍기는데 말이다.

<UFO신드롬>은 <초고대문명>으로 잘 알려진 맹성렬 박사의 첫 저작이다. 2003년에 개정판이 나오면서 값이 크게 올랐지만 양장본으로 바뀌면서 소장용 맵시가 나고,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훌륭한 각주와 참고문헌,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와 종교학자 최준식 박사의 감수가 덧붙여져 그 값은 한다는 생각이다.(동시에 평장본으로 개정판을 낸 것 같기도 한데... 알라딘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다)

UFO를 직접 목격했다는 한국 공군 현역 파일럿과의 인터뷰로 시작하는 서두는 대단히 흥미롭다. 그러나 바로 다음 장부터 이어지는 과학적인 분석과 냉철하고 치밀한 접근 태도... 어찌 보면 너무 답답하다 싶을 정도의 템포로 한 발짝 한 발짝 신중하게 논의를 진전시키기 때문에, UFO긍정론자의 관점에서는 좀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방면으로 수집한 엄청난 자료의 위력이 뒤로 갈수록 크게 느껴지며, X-파일의 장면들을 따라가는 듯한 긴장감이 독자를 빨아들이는 거작이다. 책의 주제가 가진 특성상 지금까지는 사이비종교 냄새를 풍기는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책들의 단순한 종합판이 아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구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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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감각 투시
W.E.버틀러 / 정신세계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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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로서는 놀라게 될 만한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자가 초감각투시를 믿지 않거나 의아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배려(?)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어떻게 하면 감각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수영을 배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안내하는 것처럼. 그에게 초감각의 계발이란 너무나 당연한 실체였던 모양이다.

책의 앞뒤에는 저자에 대한 소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역자 후기를 보면 자신에 대한 말을 거의 하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병사로 참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오래 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비주의-오컬트 서적 명저 가운데에는 19세기말 20세기초 제국주의의 황금시기에 영국인이 쓴 것들이 꽤 된다. 세계대전 이전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시민이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하고 지혜를 탐구하며 신비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일까?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투시력(clearvoyance) 텔레파시(telepathy)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그리고 오라(aura).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사이코메트리였다. 어떤 물건이 지닌 사연, 역사를 알아내는 능력이라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역사학에 대혁명이다. 박물관에 놓인 칠지도를 잡고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발휘하면 칠지도가 백제 왕이 일본 왕에게 준 건지 일본 왕이 백제 왕에게 준 건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아래 리뷰 쓰신 분은 '실질적인 방법론이 없다'고 하셨는데, 내가 볼 때는 오히려 이 분야 책들 가운데서는 구체적 방법을 비교적 자세히 거론한 편이다. 예를 들어 흑거울을 만드는 법(48페이지)에서 '가급적이면 직경 9cm정도가 적당하다, 자기 것은 13cm짜리다, 어떤 사람은 검은 옺칠을 한 찻쟁반을 대용품으로 사용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라든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충전된 실험판을 사용하는 방법(177~178페이지)에서 '7*2cm짜리 나무판 다섯 개를 준비해서 번호를 표시한 뒤 각자 다른 감정을 투사하고 천에 싸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판독하는 훈련을 하라. 한 개의 판을 충전하고 나서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15분 정도 허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영향력이 다음 물건에 혼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는 지침 등은 충분히 구체적이고 상세하지 않은가? '내용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주관적 감상은 인정할 수 있지만,  덮어놓고 '실질적인 방법론이 없다'는 비난은 책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심령현상에 대한 마구잡이 신비화를 경계한다. 예를 들면 오라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한 곳을 집중해서 보다 보면 망막에 착시 현상이 생겨 대상물의 컬러와 보색인 색상이 스치는 경우가 있다(190페이지)는 사실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체험하고 도달한 초감각투시의 상당 부분은 아직 대다수의 대중에게 황당하게 보인다. 자신이 그 능력을 계발한 과정, 그 훈련 과정에서 실수한 경험 등을 좀 덧붙였으면 좋은 책이 되었으리라 본다.

오래 된 책이라 도표나 일러스트 등이 거의 없어 읽는 재미가 많이 떨어지지만, 이곳저곳에서 엿보이는 오컬트에 대한 깊은 이해(신지학회, 카발라, 동양 종교의 사상체계 등)나 군데군데 튀어나오는 영적 깊이는 예사롭지 않다.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여러번 읽으면 그리 질이 떨어지는 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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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로 본 창조의 비밀과 외계문명
한승연 지음 / 대원기획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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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를 쓰면서 한편으로 신이 나고 한편으로는 우울했다.

신이 난 이유는 드디어 내 서재에도 별 하나 짜리 리뷰가 생겨 구색을 맞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고, 우울했던 이유는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책이 낭비했을 종이(즉 지구의 삼림자원), 잉크, 출판사 직원들의 에너지(시간과 노력), 서점 직원들의 에너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자원과 에너지들은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더 창조적이고 긍정적 방향으로 쓰일 수 있었다. 책 쓰는 분들이나 만드는 분들은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제목은 그럴듯하게 붙였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성서 문구 씹어대기 및 동양사상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논지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로 창세기의 우주관을 도가적 혹은 불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에스겔서와 같은 예언서를 UFO/우주인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들을 보면 전혀 새로운 게 없다. 우주 창조원리의 음양학적 인식은 김용옥, 혹은 그 이전 수많은 일본 연구자들이 이미 언급해놓은 내용이며(일본인들은 다시 그 이전의 서양의 아웃사이드 비주류 성서연구가들의 내용을 베낀 것으로 추측된다), 에스겔서와 UFO 이야기는 이미 1960년대에 대니켄(Erich von Däniken)이 주장한 이래 수많은 심령과학서들이 언급한 단골메뉴이다.

우선 눈에 거슬리는 것은 논지 대부분을 일본 책에서 베꼈다는 것. 예를 들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민족명인 칼데아(Chaldea)인들을  '카르테안'이라 표기했고(111페이지), 로켓과학자 블럼리치(Josef F. Blumrich)를 '불룸리시'라 표기했다.(249페이지) 둘 다 깊이 공부했거나 영미권 도서 표기를 보았다면 나올 수 없는 실수들이다.

좋다. 일본 대중서를 보고 예전 내용을 그냥 정리하는 수준이라 치자. 그러면 적어도 일목요연하게 논리적 글쓰기는 되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2002년에 나온 책의 전거 제시나 논증 로직의 수준이 어떻게 된 게 1970~80년대 책들만도 못하다. 예를 들어 보겠다.(172~174페이지)

다음은 <인도 문명의 수수께끼 토다족>에 관해 실린 기사이다.

[인도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랜 시대의 일이라고 한다. 1,400~80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인류)의 선조의 화석이 발견된 것과, 1922년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라는 하라파 모헨조다로의 발굴 등이 잇달았으나 아직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들이 많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성구가 있었다.

또 내가 들으니 성전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일곱 천사에게 말하되 너희는 가서 하나님의 진노의 일곱 대접을 땅에 쏟으라 하더라.(요한계시록 16장 1절)

여기서 "하나님의 진노의 일곱 대접"은 창조의 전개단계가 7의 숫자로 이루어졌고, 천지개벽 역시도 그 7이라는 숫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일단 기사가 무슨 신문인지, 며칠자인지 아무런 구체적 정보가 없다. 게다가 제목에 나온 토다족은 도대체 무슨 종족이고 기사 어디에 있는가? 아, 아, 좋다. 뭔가 이야기가 있었겠지. 저자가 실수로 빠뜨렸다 치자. 다음으로 기독교 상징체계에서 7이 중요한 숫자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논증'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새삼 창조의 전개단계, 천지개벽에서 7이 어떠니 하고 중언부언할 필요가 있는가? 무엇보다 경이로운 것은 토다족과 인도문명의 기원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요한계시록의 저 문장을 떠올렸다는 저자의 놀라운 연상능력(?)이다. 나의 좁은 지식과 머리론 저 둘 사이에 무슨 신비로운(?) 관계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저자가 이 책이 '우주문명과 창조의 비밀'에 관한 책인지, 자신의 개인사를 주절거리는 책인지 혼동하고 있다는 것. 174~178페이지를 보자. "기독교 교리가 그리스도 우주정신의 진면목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바로 서구 신학자들의 왜곡된 성서풀이의 모순 때문임은 자명하다..." 라고 하더니 갑자기...

성경공부를 시작했다는 박사 친구는 물론이지만, 기독교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동석한 친구들 역시도 그처럼 늘어놓는 내 지론에 서서히 공감대를 같이해주는 분위기가 되면서 종수가 한마디했다.

"그러고 보니까 자네 말하는 것이 꼭 무슨 신 내린 사람 같아보이네그려, 허허허.... 그야말로 감동일세. 민족 주체의식도 그렇고, 언제 그렇게 천지 이치를 죄다 섭렵했는가? 핫핫핫...."(중간 생략)

(중간 생략) 사실 물질의 목숨 살아가는 데에는 그야말로 강냉이 장수의 저울 눈금에도 달리지 않을 흰소리나 주절거리고 있는 것이 내 생활의 즐거움이고 보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팔자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느 날이었다. 우연하게도 정다운 스님이 쓴 인생12진법을 접하게 되었다. 거기에 <운명을 점지하는 법>이라는 활자가 눈길을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그 한 대목이다.

끝이 없이 전개되는 우주 변화 속에서 계속 일을 관장하고 있는 12보살이 인간 세상에 인간으로 화현하여 인도환생을 하고 있으니 모든 인간은 바로 보살의 성품을 지니게 된다.

무수히 내려오는 보살 중 하나가 우리들 자신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시각으로 결정되는 '인생의 총운'이 점지해 준 보살이다. 한평생 누려야 하는 나의 당체는 바로 총운에서 점지해 받은 보살의 이름이다. 호기심에 부록을 찾아 내 운명과 연결되어 있을 별자리가 어떤 것인가 찾아보았다. '물독좌'였다.

10월 중순의 저녁 때 남쪽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이다. 물독으로 물을 붓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소년 '가니메드'가 들고 있는 물독 안에는 여러 신들의 영지의 원천이 물로 가득 차 항상 넘친다. 태양이 이 성좌에 걸치는 1월21일부터 2월19일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이 물독에 가득 차 있는 여러 신들의 영특한 지혜와 은혜를 입게 되어 창조적인 삶을 영위하게 된다.(중간 생략)

(중간 생략) 운명이란 무엇인가? 내 수호신의 별이 '천왕성'이라니, 지금은 아주 흙이 됐을 생전의 어머니 그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과 함께 별들이 총총하던 어느 여름밤 시원한 대나무 평상에 걸터앉아 "저 별은 엄마 별이고, 저기 저 별은 네 별이다. 따 줄까?" 하시던 지난날 순하디 순한 어머니의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그리워지면서 그 이야기가 새삼스러워졌다.

  ...??? 아니, 도대체 기독교 교리의 모순을 추궁해들어가던 논설에 왜 친구 종수가 나오고 인생 십이진법이 나오며 자기 별자리가 나오다가 어린 시절 추억을 끄집어내나...??? 저자의 연상능력은 뭇사람들의 사고 수준을 초월하는 모양이다.

이 책은 대원출판사에서 의욕적으로 만든 <미래를 밝히는 외계문명시리즈> 17권이다. 총서 중에는 뉴에이지 관련서들 가운데 참신한 기획이 꽤 되길래 별 의심 없이 샀다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이미 찍어낸 책이야 어쩔 수 없지만, 출판사에 바란다면 이런 책은 중쇄를 하지 말고(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총서에서 빼 주었으면 좋겠다. 출판사 이미지는 물론이고, 뉴에이지 서적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망가질까 우려된다.

이 분야 책을 좋아하시는 독자들이라면, 제발 도서관에서도 손대지 마시라. 귀한 시간이 아깝다. 여기 나오는 내용들은 다른 뉴에이지 오컬트 서적들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고, 성서의 대안적 해석에 관심이 있어 좀 수준 높게 정리해 놓은 책을 찾는다면  <신의 잘못은 누가 벌주나>(이계석, 기린원)를 권하고 싶다. 20년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이것보다 백 배는 낫다.(다른 출판사에서 <신은 기도에 응답하는가>라는 제목으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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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톤벨트
버지니아 에신 & 쉘든 나이들 지음, 홍준희 옮김 / 대원기획출판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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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미국에 몰아닥쳤던 뉴에이지 열풍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세기말적 현상'이라 불린 신비주의와 오컬티즘의 주기적 득세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대부분의 '교양 있는'  귀족들은 점성술, 타로, 동방의 신비종교, 선 수행, 요가, 이집트학 등에 빠져들었고, 이 흐름은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잠시 반짝한 뒤 1990년대의 뉴에이지 열풍에 계승되었다. 큰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웰빙 코드도 이 흐름과 맥이 닿는다.

이 책은 그런 뉴에이지 세계관을 대표하는 책의 하나다.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웬만한 판타지소설 뺨치는 웅대한 스케일의 우주관과 놀라운 미래상에 가슴이 설레고 의식이 붕붕 뜨게 되어 있다. 2012년에서 2013년 사이에 우리의 태양계가 광자대(Photon Belt)에 진입하면 전 인류가 영적 각성을 경험하고 5차원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글쎄...

이 책에서 들려주는 내용들은 시리우스별에서 온 외계인 '와슈타'가 가르쳐준 것이라 한다. 개인적으는 물론 하나의 문화 현상이자 시대정신으로서의 뉴에이지 열풍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샀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말 재미는 있다.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정도 수준이면 베스트셀러급 환타지소설 작가가 될 소질이 있으니까...

표지나 문체, 구성체제로 평가해 보자면 그래픽이 좀 유치하고 문체가 전달력이 떨어지며 구성의 짜임새가 약한 측면이 있어 좋은 점수는 주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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