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처음 배우던 시절 얼핏 보기에는 긴 문장이, 막상 요지를 메모하면서 읽다 보니 별것 아닌 내용이어서 긴장이 탁 풀렸던 기억이 난다. 일본어는 그렇게 말을 배배 꼬아서 늘여놓는 표현이 좀 발달한 편이다. 예를 들어보면

必ず行かなければならない (반드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순수한 우리말에 이런 표현은 없다. 우리말의 같은 상황에서라면 '꼭 가야 해' 정도의 말이 튀어나올 것이다.  우리말 4음절로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이 일본어에서는 무려 14음절로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 생각을 해봤다. 일본어는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이중부정 표현법이 발달한 것일까? 내가 찾아낸 답은,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 강한 민족성의 영향이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A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B이다. 그러나 '난 B야' 라든가 'A는 안돼'라고 내뱉는 것은 무례한(丁寧ではない)표현이라는 사고방식이 일본어를 지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원하는 것, 즉 'B가 아니라면...'이라 뜸을 들인 후(중간에 여러 가지 사정들이 생략되어)... 안된다, 곤란하다'라고 한 호흡을 늦추는 말버릇이 생긴 것이리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 그야말로 일본어다운 표현이지만 솔직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이다. 앞으로 일본어로 말하거나 쓸 때 이 표현을 어떻게 칼질을 해주면 좋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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