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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 원문수록
칼릴 지브란 지음, 정창영 옮김 / 물병자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극히 사소한 행위로 그대들을 재려 함은 덧없는 거품으로 대양의 힘을 평가하려는 것과 같다.
그대들의 실패로써 그대들을 심판하려 함은 다만 쉬이 변한다고 계절을 책망하는 것과도 같은 것을.
그래, 그대들은 대양과도 같다.
비록 크나큰 배가 그대들의 기슭에서 조수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럴지라도 그대들이 그대들의 조수를 재촉할 수는 없다.
또한 그대들은 계절과도 같다.
그리하여 비록 그대들 겨울이 지난 뒤 봄이 오는 것을 부정할지라도,
그럴지라도 봄은 그대들 속에 누워 나른히 미소지으며, 성내지 않는다.- p. 101
유키에게 이 글을 주었을 땐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예상했던 바와 드물게 방탕과 욕망 등에 관련하여 무한긍정의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마지막 구절인 '고별에 대하여'에서 '내가 너희의 좋은 점만 찬미했다고 말하지 마라. 난 단지 높은 데에서 너희들을 내려다보았을 뿐.'이라고 하지만... 대양같이 계절같이 살기에는 우리들의 인생이 너무 짧은 거 아닌가요 예언자씨. 만약 그 각성이 너무 늦어서 몸도 마음도 다 늙어버리고 힘도 없어진다면...? 아무튼 '사랑에 대하여'에서도 이 예언자는 실연을 두려워하지 말고 온 몸과 온 마음을 던져 사랑하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맡기며.
이 책은 분량도 짧고, 예언자가 잠시 머물던 올펄레즈를 떠나면서 그 마을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면 대답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나는 한 장씩 읽어나갔는데, 어디에서 끊어지던 어디에서 이어지던 단연코 명문장들이었다. 옆에서 내가 책 읽어나가는 소리를 듣던 엄마도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칼릴 지브란이 누구인지 알고싶어하셨다. 사람들의 인생에 관련된 보편적인 주제들 중에서도 가장 첫째로 거론되는 게 무려 사랑, 결혼, 아이들이라서 젊은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것을 읽어보면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글귀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굳이 법정스님이 추천한 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지 않아도, 문학계에선 이 책의 문장이라던가 단어들이 자주 인용된다.
난 굳이 강은교 시인의 번역본을 보고 싶어서 옛날 흑백인쇄본 책을 샀지만.
칼릴 지브란은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화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컬러판 책을 사서 천천히 그림 감상하면서 읽는 게 좋을 것이다.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