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과 셧다운제
전종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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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게임 중독자와의 상담일지 및 상담 내용을 보면 게임의 내용과 장르에 대한 분석 없이 중독은 게임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면서도 내담자와의 대화(상담)는 게임 내용보다는 내담자의 환경 분석과 심리 분석,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분석만을 통해 내담자의 게임 중독 여부를 판단하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 133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 한장의 그림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예전의 만화분서갱유 사건처럼 여가부의 게임에 대한 무차별한 차별과 폭력은 역사에 널리 알려질 것이다. 

 

  난 게이머라기보다는 뒤에서 플레이를 관람하거나 게임채널을 즐겨보는 걸 더 좋아하는 기이한 습관이 있어서, 플레이 방식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게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런 내 입장에서 볼 때 전종수의 책은 최대한 게이머와 게임산업의 입장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잘못하면 학부모단체에게 집중적으로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아케이드게임이나 확률성 아이템이 나오는 게임까지 다 덮어주려 노력하는 걸 보면,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게다가 게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최대한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제목에 '셧다운제'라는 단어를 넣은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게임 기업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지속가능한 경영방식을 채택하지 못하는 편협함'이라는 말까지 했다. 책을 만든 노력은 가상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리뷰의 마지막은 이 책에 대한 비판을 좀 하겠다. 바다이야기가 논란이 많았고, 그 게임을 금지시키려 하다 보니 오락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이 만들어져서 오락실이 위기에 빠졌었다는 사실은 얼마간은 인정한다. 비록 인터넷게임의 화려한 등장으로 인해 밀려났을 가능성은 이야기하지도 않았지만, 깜빡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성인용 도박게임업소를 왜 살리느냐가 문제다. 가뜩이나 인터넷에서도 확률성 아이템이 나오는 게임들이 많아서 점점 도박성이 높아지고 있고, 카지노도 많이 세워지고 있으므로 난 굳이 살릴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그 자신이 스스로 책에서 썼듯이, 도박은 음지에서 활동해야 하는 분야이며 게임중독과 도박중독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게임업계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아케이드 도박게임이 갑자기 양지로 나와버리면, 국내게임업계 내의 지속가능한 경영방식은 실현도 하지 못할 게 뻔하리라 본다.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심리상담가들이 게임을 조금 해보던가, 아님 게임업체에서 심리상담을 배운 사람을 파견하던가,

어쨌던 게임 자체가 아닌 '그 사람이 왜 그 게임을 선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게임중독자들의 입장에서 좀 더 연구해달라는 내용이다.

근데 아직 한국의 상담심리학에선... 글쎄올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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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7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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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자기의 자리가 있으며 자리를 벗어나 흐트러진 생태계는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산을 오르는 행복을 다른 생명의 불편함 위에 둘 수 없는 것이니까요. 반려견을 데리고 (국립공원에) 들어갔을 때 야생동물의 삶을 간섭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에 그들의 자리는 집과 도심지 공원일 겁니다. (...) 반려견은 이웃이나 보호센터에 맡기시고 생명 넘치는 지리산 기운을 가득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p. 99

 

 이번 인상깊은 글은 국립공원에 왜 반려동물을 데려가면 안 되냐는 질문에 대한 녹색상담소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을 한 사람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감정을 상당히 자제한 듯해 보이는데 문장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강려크해서 읽다가 순간 흠칫하게 된다 ㅋㅋㅋ 사실 나도 뒷산이 설악산이다보니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갈 때마다 잠시 산에 들르고 싶은 충동이 있긴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산 근처까지 간 적은 있는데, 반려견이 피곤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산이라도 등산을 갈 때는 만약의 경우를 위해 짐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인간도 위험하고 반려견도 위험할 수 있으니 서로 피곤한 일은 삼가기로 하자... 

 

정은영씨가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되려 이 분이 이번 호에선 사진과 글을 제일 잘 편집했다는 느낌이 든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있는 느낌이 잘 전달되었다고 할까.


 이번 호에선 꾸러미를 소개한다. 난 콩세알이라는 곳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국적으로 이렇게 많은 단체가 생겼다니 놀랍기만 하다. 나도 만일 독립해서 살게 된다면 한 달에 한 번쯤은 이 꾸러미를 신청할 생각이다. (같이 살게 된다면) 남친도 좋다고 찬성하기도 했고 말이다. 정부가 어제 농민단체들이 요구했던 최소한의 대책과 제안요구도 무시하고 쌀개방을 공식선언했다고 한다. 대책없이 일을 벌여놓고선 우리나라 농업이 앞으로 어찌될지는 나몰라라 한채 등 돌리고 귀를 틀어막는 그들의 작태가 그저 한심할 뿐이다. 앞으로 대안농업, 친환경농업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많이 고생하시리라 생각된다. 

 아직도 녹색당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설령 이해해주는 사람은 매우 적을지라도 상관없다. 내 수양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다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한 명이라도 같이 손잡고 밀양의 실태를 직접 보러 갈 수 있다면, 한 명에게라도 구럼비와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진 과정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집이 세고 신념이 굳다 보니 사람들과 충돌도 잦았고, 심지어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전 남친과 싸우다가 돌이킬 수 없이 갈라서기까지 했다. 내가 정말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독한 년'인지, 내 말로 인해 사람들이 상처를 입으니 이제 그만 침묵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으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다시금 인지하고 용기를 얻는다. 지금은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남친도 만났다. 같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읽고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오래 고집을 부려볼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보다 지구와 환경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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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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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가 너 같아? 네가 저 여자 같고?"
"네."
"아휴, 쪼다. 그럼 저 여잘 네가 사랑하고 있는 거네."
"무슨 소립니까?"
"야.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건 사랑인 거야, 사랑."- p. 215

 



일베사이트라던가 다른 우익단체사이트에서 김정일과 노무현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의 사진들이 많이 나돌고 있는데

이 사진은 그런 짤방이 아니라 실제 베네통의 광고이다.

이전에 신부와 수녀의 키스사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베네통이라 우리나라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넘어갔다. 하여간 우리나라는 베짱도 없어서 외국에서 했다고 하면 무조건 네네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국가와 관련된 특유의 이데올로기들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식인에게서 격한 반발을 사고 있지만 국내에서 쓴 <제국의 위안부>같은 책이 버젓이 출판되어 나돌고 있다. 일본이 쓰나미와 지진으로 역경에 빠질 때 고소해하는 인간도 있지만 되려 그런 인간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몇몇은 일본의 만화가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열심히 검색해보기도 한다. 2000년대엔 햇볕정책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복합적인 이론들이 격하게 충돌한 적이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는 지금은 모두 잠잠해졌다. 오히려 인터넷상으로 GDP 총기사건 이야기가 나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여당들이 흡수통일 이야기를 더 자중하는 분위기이다. 

 난 통일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처럼 남한이 북한과 더불어 가난해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통일을 반대하는 주된 요인은 아니다. 물론 세계화가 되면서 국가 이데올로기는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아직도 동성애자, 탈북자, 장애인, 여성과 아이같은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국가 이데올로기가 선입견처럼 뿌리박힌 독재국가이다. 만일 그들이 세계화에 노출되고 남한의 이주 노동자들과 경쟁하면서 자본주의의 지배 아래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자신이 놓였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독재의 속박에서 벗어난 뒤 또 다른 새로운 속박에 묶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분노는 어떻게 폭발할까. 

 이응준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조폭 세계에서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한 때 인민군의 영웅이었던 리강은 흡수통일 이후 대동강 조폭 밑에서 일하게 되는데, 자신의 부하가 황당한 죽음을 맞게 되자 그 원인을 세세히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한바탕 느와르가 벌어지는데(북한의 군인들을 전부 실업자로 만들어버린 탓에 그들이 지니고 있던 총기가 사방으로 퍼져 총기규제는 커녕 훈련된 병력의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빼고 다 죽는 포스가 왠지 에바나 7분마다 1명씩 죽는다는 X 극장판 급이다. 그러나 문체는 지극히 이응준답고, 그래서 멜로물도 다 들어있고 그 와중에 지식인 소설 분위기도 풍기는 복잡한 소설이다.

 추리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하지만 애초에 작가는 한국 디스토피아 느와르 세계관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던 듯하다. 아무튼 설정은 한번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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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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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이다, 이들 양초는.
뒤집힌 채 밀랍 손가락 끝을 잘라내는 불빛의 깊숙한 중심과
그 자체의 후광에 놀란 손가락들, 
성인의 몸뚱이처럼 거의 투명하게 우윳빛으로 차츰 자라난.
감동적이지만, 그들이 무시할 방식이다.

- 양초 중 p. 304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을 토대로 하여 나온 2000년도에 나온 영화 실비아.

언젠가 한 번 구해서 보고 싶은 영화이다.

여성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던데 그녀 인생의 어떤 점을 담았을지 궁금하다.

물론 영화의 끝은 파멸과 자살이겠지 ㅇㅇ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가 매연을 일으키고 그 매연이 하늘의 오존층을 뚫어 날씨의 격변을 만들 것이라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의 인간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 견해를 무시했다. 상황을 언제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피해망상자들의 발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전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심리학을 발명하고 피해망상 혹은 과대망상이라는 병명을 만들어 '예언자'라고 불리었던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 과대망상의 요소는 실비아의 초기 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늘의 색을 바꿀 수 있다느니(초기 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타남.) 고등법원은 인간의 붉은 심장밖에 없다느니 하는 유령의 목소리와 그에 맞서 네 자신을 증명해보라는 신부의 추궁(유령과 신부의 대화.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는 '나는 내 자신을 스스로 증언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인간들이 날 증언할 필요도 없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지시받은 대로 행동하고 내 행동이 나를 증언한다.'라고 말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시를 씀으로서 자기 자신을 증언하는가?), 이중인격에 대한 이야기(새벽 3시의 독백, 점판), 내 남편을 삼킨 권력자 무리들을 남김없이 잡아먹겠다는 이야기(때까치) 등등.

 외도한 남편과 별거해서 아이들 두 명을 데리고 사는 생활은 확실히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것이다. 그녀의 후반 시는 욕설과 분노로 점철되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심리학을 전공한 남자들이 달려들만한 요소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시를 볼 때 중요시하게 여기는 감정의 컨트롤이 실비아 플라스의 후기 시에서는 많이 부족해보인다. ('겨울나무'라는 시 하나를 제외하고는.) 블랙유머는 냉정한 비웃음이다. 그녀의 후기 시는 분노의 시학을 만들 수 있었지만, 성숙미에선 많이 모자랐다. 실비아 플라스의 삶 맨 끝 부분에서 그녀가 조금씩 신화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자살하지 않고 그 혹독한 영국의 겨울을 버텼더라면 무언가 분노하고는 다른 방향의 성숙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그녀의 문학작품에서조차 테드 휴즈를 원망하느라 자신의 마음마저 좀먹어갔다. 사별은 암이라고 최근 영국의 작가가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배신에서 비롯된 이혼과 별거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나는 말 그대로 심장에 좀이 생겼다고 본다. 좀은 약을 쓰던 외과수술을 해서 직접 빼던 퇴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눈물을 먹고 피를 빨아들여 결국 심장을 멈추게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망으로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을 망가뜨린다. 테드 휴즈는 둘째 아내도 자살로 잃고,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알리느라 그녀의 유품들을 다시 뒤져야 했다. 결국 그 자신도 '암'으로 사망했다. 그도 그녀의 저주가 가득한 시와 일기를 들여다보며 사별같은 아픔을 겪었던 것일까. 아주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을까. '그녀가 그 상황을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고, 나처럼 그렇게 생각했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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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 Swallow Knights Tales 2 - 아아, 인생 가시밭길
김철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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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오해받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 p. 118

 



알테어 엔시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1부 2권에서부터 주인공 미온과의 기나긴 악인연이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정말 좋아하지만 얠 보면... 차라리 주인공을 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함.)

일단 이 여자에 대한 리뷰는 SKT 2부에서 하도록 하겠음.


 여기서부터 SKT 소설의 어두운 분위기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같이 동거하고 살았던 어느 왕국의 텔레마케터 여인과의 불상사로 인해 잠을 잘 때마다 악몽을 꾸는 미온. 정체모를 무언가와 칼싸움을 하며 미온에게 '세상이 멸망한다면 뭘 하고 살겠느냐'라고 묻는 키스 세자르. 아내의 실수 때문에 지가 다스리는 나라가 파산될 위기에 처하자 대뜸 지 나라를 팔아버리는 세자르의 왕. 그런데 이렇게 인생 어둡고 우둔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전부 남자들이란 것이다. 어떤 훌륭한 사람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미온이 성별 물어보고 '에에... 여자가요?'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철곤의 세계관이 원래 그렇다고 보면 된다. 여자들이 애써 왕국을 부흥시키고 신앙을 키우고 세계를 화목하게 만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면, 남자들이 나타나서 산통 다 깬다. SKT 2부를 보고 사람들이 징징거렸지만, 처녀작 드래곤레이디에서 히로인이 당한 거에 비하면 뭐... (무슨 소린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페이트의 사쿠라 꼴을 당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면 책을 봐라.) 

 아무튼 1부 2권부터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니 세계 꼴 잘 돌아간다. 특히 주인공이 사는 세자르라는 나라가 몇 번씩 멸망 위기를 당하는 걸 지켜보면 파리 목숨보다 못한 이 나라가 과연 괜찮을까 조마조마해진다. 그러나 세자르 외 다른 나라들이 각각 중국(이오타 왕국. 오랜 시간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오고 몇몇 유명한 인재들을 배출해낸 탓에 제국과 어깨싸움 할 만큼 급성장했다.)과 미국(마키시온 제국. 혼자만 영원한 제국이다.)을 연상시키는 걸 보면, 세자르와 우리나라를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위에 인상깊은 대사는 지스가 뱀에 물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미온이 천신만고의 고생 끝에 그를 살려내면서 독백하는 장면이다. 끝엔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따위의 말을 하는데(그 목차의 제목이 '이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직후에 바로 (당시엔 마냥 순진무구한 아가씨였던) 알테어가 정치싸움에 휘말려 미온의 눈 앞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는 사건을 만들고 기타 등등의 마마마같은 극악한 지뢰밭을 깔아놓는 걸 보면 작가가 참 못됐다는 생각은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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