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일하는 사람

친정에 갔다 엄마가 수퍼에서 식품을 좀 사오라고 해서 상가에 갔다. 점심 먹고 식곤증이 밀려오던 차에 ˝ hand drip˝ 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와 무작정 카페에 들어갔다 . 알고보니 로스터리카페였다 . 앗싸! 심봤다 .주상가 건물이라 카페가 있는 건 알았는데 커피를 직접 볶는 집인 줄 몰랐다. 카페인이 필요해서 잘됐다 싶어 케냐 AA 로 약간 진하게 내려달라고 하였다 . 가격도 핸드드립치곤 5000원으로 저렴하였다 .

특이한건 카페 주인을 비롯해 일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꽤 높아 보였다. 50~60대 아주머니 3명이었다. 로스팅 기기를 봤는데 꽤비싼 기계였다. 금거북이였다 .제일 연세가 있어보이는 주인장 말이 3천만원이란다. 헐 ~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것 처럼 보였는지 주인장이 테이블에 오셔서 친절하게 이것저것 말씀해주셨다 .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취미 삼아 커피가 좋아 하는 거라고 하신다 . 그래 보였다 . 좋은 원두를 중배전으로 볶아 한 잔를 내릴 때도 원두를 다른 곳보다 많이 사용한다 하셨다. 그럼 정말 남는 게 없을텐데. 핸드드립은 다른 분이 하시는데 50대 정도로 보였다 . 13년 전부터 핸드드립을 배우러 전국투어를 하셨단다. 핸드드립 거의 초창기 멤버인 듯하다. 대단한 열정이다 싶었다 . 아파트 주상가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개업 5주년이 되었다는데 이제서야 발견했다니! 엄마집 오면 가끔 들러야겠다 싶다 . 쿠폰도 만들었다.ㅎㅎㅎ

생소한 원두가 많았다 . 주문한 커피를 내리는 동안 더치 커피를 맛보라며 살짝 주셨는데 더치 커피에서 나는 특유의 그 철맛이 없어 좋았다 .

케냐AA는 묵직하고 좋았다 . 식으면 특유의 맛이 살아난다나! 그 정도의 미각은 내게 없다 . 맥심 커피로는 정신이 안들었는데 이 커피 마시니 졸음이 좀 깼다. ˝브룬디˝ 라는 커피라며 이제 맛볼 수 없으니 마셔보라고 하셔서 마셨는데 아주 부드럽고 고소했다 . 특징은 부드러움? 쬐끄만 잔이 앙증맞았다 . 더이상 머물렀다간 엄마가 걱정할 듯해 아쉽지만 자리를 정리했다.

좋은 원두를 구해 정성껏 로스팅하고 즐겁게 고객과 수다 떨며 드립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 즐기며 일하는 모습은 보는 이까지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무뚝뚝한 주인장보다 친절하게 말 걸어주고 단골 얼굴 알아봐주는 주인장이 더 좋다 . 이 카페는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이 돋보였다.ㅋㅋㅋ

이름이 생소한 원두 한 팩을 기념으로 사왔다 . ˝예가체프 콩가 내추럴˝이란다. 한때 예가체프 많이 마셨는데. 예가체프는 신맛이 강한데 이 종은 달콤하단다 . 주인장말이 원두가 좋으면 기구가 허접하고 내리는 사람이 초보여도 커피맛이 좋다고 한다 . 미국여행 갈 때 여러 종의 원두를 가져갔단다. 호텔에서 기구가 열악해 제대로 드립를 못했음에도 맛이 좋았단다 . 진짜 그럴까! 나도 여행갈 때 맥심만 챙기지 말고 원두와 드립기구 꼭 챙겨 가야지 ! 콩가는 어떤 맛일지 내일 핸드드립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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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5-0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심 봤다! 외치실만 합니다^^
로스터리카페라니요~~~~
저도 요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지난번 제주도 여행갈때 드립퍼랑 드립포트 가져갔지요^^

수퍼남매맘 2016-05-01 09:02   좋아요 0 | URL
우연히 좋은 카페 발견하면 더 기쁘죠 . 저도 이번 가족여행갈 땐 드립기구 챙겨가려고요.ㅎㅎㅎ

희망찬샘 2016-05-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가족 여행은 어디로 가시나요? 딱히 떠오르는 장소가 없어 국내여행이라면 컨닝 좀 할까하고요... ㅎㅎ~~

2016-05-01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6-05-01 21:39   좋아요 0 | URL
올 설 연휴 남원 다녀왔어요. 여수가 고향이시군요. 좋은 여행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