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었다.
관리실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주민센터에서 나와 길고양이를 포획하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터라 방송 내용이 남일 같지 않았다.
방송에서 나온 특정 길고양이는 지난 번 딸이 우리 부부 몰래 한번 집에 데려온 그 아이이다.
하양이 말이다.
추리해 보니 그 아이가 우리 아파트에 내내 돌아다니니 누군가 주민센터에 신고하였나보다.
어차피 길고양이 신세는 오래 살지도 못하는데
굳이 포획까지....
들은 바론 포획해서 유기묘센터에 가게 되고 거기서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 시키는 거란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울 아들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양 고양이가 집에 한번 오기도 하고, 여러 번 봤던 터라 너무 불쌍했나 보다.
드디어 울음이 터졌다.
" 너무 불쌍해 꺼이꺼이"
맞아, 너무 불쌍해.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남편이 애 마음 풀어주려고
" 저 애교 없는 줄무늬 고양이 버리고, 흰고양이 데려오자' 고 웃겨도
아들의 마음은 위로 받지 못했다.
인정 많은 울 아들에게 난
" 아들아, 온이 옆에 누워서 온이 털 만지며 마음을 가라앉혀 보렴" 말했다.
아들은 부드러운 온이털을 만지며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갔다.
온이도 보통 때면 쌩 하니 가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아들의 터치를 피하지 않았다.
실은 온이가 가장 졸려하는 시간이었다.
작은 고양이가 뭐 얼마나 피해를 준다고...에궁
'햐양아, 제발 잡히지 말고 잘 도망다녀라'
근데 이 녀석이 사람을 워낙 잘 따라서 걱정이다.
두 마리를 감당할 수 있음 얼른 데려올텐데....
딸이 어떤 사람은 길고양이 5마리를 데려다키운다고
슬쩍 압력을 주지만 감당할 수 없다.
지금도 온이 똥 내가 다 치우고,
토한 것도 내가 다 치우고
문 열고 닫는 것도 거의 다 내가 하는데...
소심한 온이는 다른 고양이 오면 엄청 스트레스 받을 듯하다.
오늘 아침, 아들 마음 풀어줄겸 길고양이를 찾아 나섰다.
누나가 매일 등굣길에 본다는 길고양이를 보러 다른 길로 등교를 하였다.
진짜 길고양이 셋이 있었다. 반갑구만 반가워요!!!
어미 고양이에 새끼 고양이 둘이었다.
길고양이들은 사람 보면 도망가는데 안 도망갔다.
딸말로는 어미고양이는 애교 작렬이란다.
(미모는 우리 온이가 최고!!!)
새끼 고양이들도 약간의 경계심이 있지만 그래도 "캭" 하진 않았다.
아들도 길고양이 셋을 보더니
어제 울적한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 듯하다.
우리 학교 아이들도 길고양이를 보러 왔다.
딸 말처럼 예전부터 이 곳에 둥지를 튼 모양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동물을 좋아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사료를 주신다고 한다. 캣맘인 셈이다.
하양아, 둥이들아, 잡히지 말고 이 추운 겨울 잘 버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