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5, 6교시 도서실 행사를 하였다. 행사제목은 <도서실에서 놀아요>이다.
예전에 독서교육연수를 받을 때
한 강사님이 고등학교에서 이런 비스무레한 행사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고딩들도 엄청 좋아한다며 꼭 해보라고 하셨더랬다.
그 후, 이 행사를 언젠가 진행해 보고 싶었다.
도서관 하면 엄숙, 정숙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이를 깨보고자 행사 이름도 <도서실에서 놀아요>라고 정해봤다.
아마 꾸러기들은 진짜 노는 줄 알고 신청했는지도 모를 일....
친구나 선후배, 아무튼 네 명을 모아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이제 나 혼자 잘 나서 잘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미래는 타인과 더불어 공감하고 협력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산출해 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도서실 행사를 기획하였다.
개인 활동도 있지만 모둠이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는 활동도 함께 넣었다.
1-4학년까지 6모둠
5-6학년까지 5모둠이 신청하였다.
원래 저학년은 22모둠이 신청하였으나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안타깝지만 선착순으로 잘랐다.
5교시에는 1-4학년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6교시에는 5-6학년 대상으로 하였다. 마침 6교시에 5-6학년 육상대회가 겹쳐 아쉽게도 못 온 아이들도 있었다.
2시간 수업을 더한 셈이다.
미션은 모두 10가지로 구성하였다.
4명이 한 모둠이라서 한 명씩 차례대로 미션을 수행하고, 한 바퀴 돌아간 후, 다시 한 번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마지막 9번과 10번 미션은 모둠 전체가 해결해야 되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미션 10가지를 소개해 본다. 한 미션당 수행 시간은 2분을 주었다. (좀 어려운 것은 5분을 주기도 하였다.)
1. 제목이 한 글자인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2학년 아이가 why 시리즈에서 한 글자 제목을 찾아와서 대박이었다. (새, 물, 똥 등등) 영특한지고...
2. 제목이 가장 긴 책을 한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13글자가 최고였고, 고학년은 19글자 책을 찾아왔다.
우리 도서실에서 가장 긴 제목을 갖고 있는 책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서 선생님도 모르신다고...
3. 책 제목에 특정 낱말이 들어 있는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 학교" 고학년은 " 가을" 이란 제시어를 주었다.
4. 책 제목에 특정 낱말이 들어 있는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은 " 친구" 고학년은 "책" 이란 제시어를 주었다.
5-6번. 청구번호를 보고 해당책을 찾아오시오.
이 미션을 가장 어려워하였다.
너무 어려워하여 두 명이서 해결하라고 했더니 훨씬 나아졌다.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저학년팀에서는 한 모둠만 성공하였고, 고학년은 고학년 답게 모두 성공하였다.
7. 해당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 권정생 작가
고학년 - 황선미 작가
8. 해당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찾아오시오.
저학년- 토미 웅거러
고학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여기까지 개인전이었고, 그 다음 단체전을 진행하였다.
9. 저축한 책을 가지고 모둠끼리 협력하여 책탑을 높게 쌓아 보시오.
책을 많이 저축한 모둠이 훨씬 유리해 보였으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아이들이 의외로 책 탑 쌓는 법을 몰라 헤매더니 옆 모둠이 하는 걸 흘끗 보고 힌트를 얻었다.
책이 많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공든 탑이 무너진 경우도 있어 도서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아이들도, 나도, 사서 선생님도 푸하하 웃었다.
평소에는 책 갖고 이런 놀이를 감히 못 하는데 오늘은 마음껏 할 수 있어 신나 하였다.
10. 모둠에 있는 책을 청구번호대로 순서대로 정리해 보시오.
2학년으로 이뤄진 모둠이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청구번호 순서대로 정리를 잘했다.
고학년은 이 미션 대신 보너스로 준비한 초성퀴즈 놀이를 하였다.
알라디너 희망찬 샘이 예전에 서재에 올려주신 자료를 잘 활용하였다. (미리 양해 구하지 못해 죄송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
고학년은 책제목 초성게임을 아주 좋아했다.
수업 종료종이 울렸는데도 "하나 더 해요 더 해요" 해서 5문제를 내주고 풀었다.
모둠별로 점수를 합산하고 순위를 정하긴 하였지만 승패와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초반에 말했다.
이겼다고 잘 난 척하지 않고, 졌다고 슬퍼하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학년팀은 예상을 뒤엎고 2학년 모둠이 3-4학년 선배를 제치고 1등을 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1등 모둠부터 막대 사탕을 먼저 골라 먹는 영광을 누렸다. 막대 사탕은 역시 콜라맛이 인기 짱!!!
고학년팀도 6학년 선배를 제치고 5학년 모둠이 1등을 차지하였다.
시간이 부족해 소감문을 쓰지 못해 간단히 문답으로 활동을 정리했다.
"재미있었어요? 내년에 이런 행사를 한다면 또 올 거예요?" 물어보자
"네~~ 엄청 재미있었어요. @@중학교에 오셔서 해 주세요" 답하며 또 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준다.
아이들의 반응 덕분에 2시간 동안 수고한 나와 사서 선생님은 뿌듯했다.
행사 후, 정리해야 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이 정도는 금방 끝난다"고 말씀해 주시는 천사표 사서 선생님 덕분에 이런 행사도 할 수 있었다.
다음에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한 번 해봐도 엄청 좋아할 듯하다.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도서실 탐험 놀이라는 독서 교육 강사님 말씀이 맞았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니 나도 기쁘다.
만약 내년에 또 도서실 담당이 된다면 올해보다 더 업그레이드 시켜서 해 봐야지.
도서실이 좁아 많은 아이가 참여하지 못 한 점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