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사계절 1318 문고 68
박선희 지음 / 사계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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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집은 내 로망이기도 하다. 닭장 같은 아파트보다는 이층집이 참 낭만적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락방이 있는 이층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산다.

그게 언제일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수퍼남매도 이층집을 좋아해서 펜션을 구할 때는 복층을 가능한 구하도록 노력한다.


구라파식 이층집이라니? 작년에 스위스에서 봤던 아기자기 예쁜 집이 떠오른다.

집집마다 예쁜 화분도 있었더랬지.

구라파라는 낱말도 참 오랜만이다. 유럽을 그렇게 부른다는 것을 요즘 애들은 잘 모를 듯하다.


30년 전에는 정말 아름다웠을 이 집이, 

서서히 금이 가고, 벽이 기우는 등 도미노처럼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집에 문제가 생겨서 가족에게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님 가족에게 문제가 생겨서 집이 무너지기 시작한 걸까

몽주네 일곱 식구에게 봇물 터지듯이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무너져 가는 집에서 계속 살자는 할머니와

하루빨리 집 팔고 이사가자는 엄마의  팽팽한 대립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층집의 2남 1녀 중 막내 몽주는 이번 여름 방학에 마술을 배우는 게 목표였다.

할머니 생신날, 멋지 마술쇼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술을 배우는 사이, 가족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목격하고,

실연을 경험하면서 그 어느 해 여름 방학 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경험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몽주와 몽주 언니의 대조적인 성격이 눈에 밟힌다.

엄마라서 그런가 보다.

저런 딸 있음 정말 복장 터지겠다 싶다. 

가족과 집에 일어난 문제를 대하는 몽주와 몽주 언니의 방식이 정말 다르다.


내내 공부 잘하고 ,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다니는 몽주 언니는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다.

한 마디로 자기 밖에 모른다.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관심도 없고, 설사 알게 되더라도 참 냉정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캐릭터이다. 

마지막에는 몽주만 빼고 온가족에게 미국 연수 간다고 속인 채 연인을 따라 캐나다로 떠나고 만다.

몽주에게 남긴 편지를 봐도 가족에게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안 느껴진다. 

그런 언니가 몽주는 정말 못마땅하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남도 아니고, 가족 일인데 어쩜 저럴 수 있지 싶었다.

공부 잘해봤자 소용 없고, 감수성 많은 아이로 키우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캐릭터였다. 


공부에 별 소질이 없고, 외모도 통통하고,  겉보기엔 언니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게 막내 몽주다.

엄마가 준 학원비를 몇 개월 째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  놓고 있다. 

그 돈으로 유럽 여행을 가는 게 꿈이다.

pc 방을 하는 아빠가 못마땅하고 창피한  언니와는 달리

아빠 힘들까 봐 1-2 시간씩  pc 방 봐주러 가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다.

그런  아이이기에 할머니와 엄마의 대립,

아빠 엄마  사이의 냉랭하고 아슬아슬한 기운, 

엄마와 카페 사장님과의 이상야릇한 관계, 

언니와 흑인 이슬람교도와의 연애 등

가족과 관계된 일은 그냥 지나치지 못 하고, 모두 마음이 쓰인다.

집에 금 이 간 것, 기둥이 기울어진 것, 타일 색이 바랜 것까지 말이다.

감수성이 제로인 언니에 비해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그런 아이이다.


언니는 총체적인 난국을 뒤로한 채-아니 안중에도 없었지- 자신의 사랑만을 위해 떠나버렸다.

(그런 언니가 흑인 이슬람교도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다. )

몽주는 그게 선천적으로 안 되는 아이다.

몽주는 구라파식 이층집과 그 안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배운 마술이 아니라

전혀 색다른 마술을 준비한다.

몽주의 친구와 자신을 실연시킨 꽁지머리 사서와 함께 말이다.


얼마 전, 강신주 박사가 강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지방 내려가면 "요양원"이 우후죽순 생겨난다고 한다.

그것도 대부분 경치 좋은 곳에 말이다.

자식은 부모를 그런 경치 좋은 요양원에 모셔 놓고 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를 감수성 없는 아이- 몽주 언니 같은  아이-로 키우면 부모의 종착지는 결국 요양원행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모의 아픔이 "그들의  아픔" 쯤으로 인식되는 괴물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부모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 남의 아픔은 살펴볼 줄 모르는 아이로 키우면

결국 부모가 병 나면,  요양원에 데려다주는 그런 아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요양원에 데려다주는 자식을 모두 비하할 수는 없겠지만

박사의 핵심은 그게 아니니까. 


몽주의 언니를 보면 참 부모로서 씁쓸하다.

공부 잘해서, 제 할 일 야무지게 잘해서

키우는 내내 부모에게 큰 기쁨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부모가 힘들 때, 가족에게 큰 난관이 생겼을 때는

나 몰라라하고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 언니를 보면서

공부 못해도

마음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몽주가 훨씬  "지성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중에도 몽주가 부모님 걱정하고, 효도하며 살 거라고 생각한다.


몽주가 산산조각 난 가족의 마음을 어떻게 이어주는 마술을 할지 궁금하지 않는가!

수학 한 문제, 영어 단어 하나보다

몽주가 겪는 이런 일련의 성장통이 더 사람답게 만드는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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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1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라파, 복고풍 단어네요^^

수퍼남매맘 2015-08-17 18: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수퍼남매도 ˝구라파˝ 가 뭐냐고 질문하더군요.

책읽는나무 2015-08-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저도 구라파가 다른 단어인줄 알았어요^^
저는 나이 들면 시골 한적한 곳에 마당 있는 한옥집을 짓고 살고 싶단 생각을 품고 있는데 이층으로 된 한옥집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울애들도 매번 계단이 있는 이층집에서 살고 싶다고 노랠 불러요~~실내계단은 아이들에게 어떤 로망이 있는거겠죠?
하긴 저도 빨간머리앤 때문에 초록지붕 다락방을 흠모하던 시절이 있긴 했습니다만~~^^

암튼 저도 몽주같은 아이로 끝까지 나도 남고 싶군요!!

수퍼남매맘 2015-08-18 11:43   좋아요 0 | URL
한옥은 더 운치 있겠죠.
관광지에는 가끔 한옥 펜션도 있던데 가격이 비싸더라고요.
처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들으면 진짜 낭만적 일 듯해요.
아이에겐 다락방이 웬만한 놀이터보다 더 재미있는 공간일 거예요.
수퍼남매도 단독 주택 살자고 노래를 불러요.

님은 분명 몽주 같이 마음 따뜻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일 겁니다.

2015-08-18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