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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앨범 - 성장그림책 ㅣ 사계절 성장 그림책
울리케 볼얀 그림, 실비아 다이네르트.티네 크리그 글,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4년 8월
평점 :
얼마 전 안산에서 인질 사건이 있었다.
사건 피의자는 둘째딸을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더 충격을 주었다.
피의자 아내말로는 둘째딸이 4학년 때부터 성폭력을 했다고 하니 그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았을지 끔찍하다.
전문가가 말하길 성폭력 사건은 위 사건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에 의해 벌어지는 게 다반사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도 그 점을 주지시켜준다.
가까운 사람을 조심하라고 말이다.
이런 교육을 할 때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하는데 이 그림책도 다음 번에 읽어줘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동물이 등장하여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가족앨범"하면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과 더불어 행복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겉표지를 보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앨범 속에 단비가 인형을 안고 있다.
단비의 모습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약간 슬픈 표정이고, 꼬리 부분은 붕대로 꽁꽁 싸매져 있다.
도대체 단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단비네 가족은 소파 밑에서 살고 있다.
아빠는 파이프를 태우시며 커피를 마시고, 엄마는 요리를 하고, 막둥이 삼촌은 신문을 보고, 소라는 즐겁게 놀고 있다.
단비는 어디에 있을까?
단비는 삼촌이 준 인형과 함께 소파에 앉아 가족앨범을 보고 있다.
어느 날, 소라와 단비가 삼촌이 준 인형을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인형이 고장나고 만다.
단비는 인형을 고쳐주라고 막둥이 삼촌에게 가져간다.
삼촌은 친절하게 인형을 고쳐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웬지 삼촌의 웃음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편 불청객 고양이 한 마리가 집에 온다.
이제 단비가 좋아하는 소파에 함부로 갈 수 없게 되었다.
잘못하다간 고양이한테 잡힐 수도 있으니까.
인형을 고쳐주겠다는 삼촌은
단비와 단둘이 있게되자
이상한 짓(?)을 한다.
자신의 꼬리를 만져보라고 시키는 것이다.
그림책에서는 꼬리라고 순화시켜 놨지만 그림에서 삼촌의 앞 단추가 풀어진 걸 보면 꼬리가 성기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몹쓸 삼촌 같으니라고!
단비는 꼬리를 만지는 것도 삼촌에게 뽀뽀를 하는 것도 너무 싫지만
싫다고 말할 수가 없다.
삼촌이 단비에게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 네가 우리 비밀을 말하면, 천둥번개가 치고
네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 앨범은 찢어지고 말 거야"
단비는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 앨범이 찢어질까 무섭고 두려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단비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삼촌은 단비의 연약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한다.
한편 고양이는 덫을 이용해 쥐사냥을 해보기로 한다.
바야흐로 단비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삼촌을 피해 소파로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독자는 고양이가 놓은 쥐덫에 누가 걸릴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소파를 가장 애용하던 단비가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삼촌에게 몹쓸 짓을 당하는 단비가 가여운데
쥐덫까지 걸리는 건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쥐덫을 놓은 고양이도
친절하게 다가와 단비에게 인형을 줬던 막둥이 삼촌도
단비에게 다같이 무서운 존재임에 틀림 없다.
그렇지만 굳이 따지자면
가족인데도 단비에게 몹쓸 짓을 하는 막둥이 삼촌이 더 나쁘다.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때 가까운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번 학교에 성폭력 상담 전문가가 오셔서 연수를 해 주셨는데 가족에 의한 성폭력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그러니 가까운 가족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도움 되는 내용이 아주 많았다.
20년 동안 성폭력 관련 상담을 해오셨다고 한다.
우리가 요즘 들어 성폭력 사건이 많아진다고 느끼는 것은(나도 그랬다)
실제로 사건 수가 많아진 것이기보다는
성폭력 피해자가 드디어 신고를 하기 시작해서 통계가 높아진 것이란다.
전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지금도 남자 피해자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지 신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통계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강사님이 들려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뒷이야기는 우리나라 법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듯해 너무 씁쓸하였다.
성폭행 가해자들은 가벼운 벌을 받고 풀려나와 각자 생활을 잘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여러 가지 알바를 전전한 끝에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행방조차 묘연하다고 한다.
가해자는 일상을 살고, 피해자는 일상을 잃어버리고...
이런 부정의가 판을 치는 나라라면 어떻게 국민이 나라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간혹 부모님 중에 세상의 어두운 면을 굳이 아이에게 읽어주고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내 개인적 생각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은 이렇게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나누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