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잇몸이 자꾸 붓고 아팠다. 잇몸 치료를 가야하는데 겁도 나고, 시간도 없어 차일피일 마루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동네 치과가 아닌 좀 더 괜찮은 치과를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그 중 한 분이 생활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함께걸음 마을 치과>가 노원역에 있다고 알려줬다. 지난 주 조퇴를 하고 마을 치과를 찾아나섰다. 생각해보니 여름 즈음에 " 마을 치과 건립을 위한 1000명 조합원 모집 " 이라는 현수막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노원역 주변을 거의 30분 이상 헤맸는데도 찾질 못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우연히 단골 미용실 부원장을 만났다. 이 근처에 미용실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물어봤더니 본 기억이 있다며 가르쳐 주셨다. 귀인을 만난 셈이다. 일단 모르면 아무나 잡고 물어봐야 한다니까.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부원장이 알려준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까 내가 지나온 길이었다. 그 때는 간판을 못 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보였다. 앗싸! 좋아하던 순간, 간호사가 말하길 담담 의사가 휴무란다. 헐~~ 30분 동안 헤매고 겨우 찾아왔는데. 휴진이라니!!! 인생 새옹지마라니까.
다음 주에 오기로 예약을 하고 왔다. 쓰윽 둘러봤는데 시설이 꽤 좋았다. 마을 주민 1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투자를 하여 5억원으로 치과를 개업하였다고 한다. 조합원 가입비는 5만원, 매달 1만원씩 증자를 하면 비보헙되는 치료비를 10% 할인해준다고 한다. 가족 중 한 명만 조합원이면 그 가족 모두 헤택을 본다고 한다. 남편과 상의하여 조합원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치과는 비보험 되는 것이 많으므로 10%도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과갈 일이 많을 듯하니 보험 든 셈치고 조합원에 가입하려고 한다. 우리 마을에 이런 치과가 있다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드디어 어제 진료를 받으러 갔다. 먼저 최첨단 X-ray 장비로 이 전체 사진을 찍었다. 의사는 전체적으로 잇몸이 내려앉았다고 하면서 걱정하는 내게 앞으로 관리 잘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줬다. 이어 요즘 불편했던 잇몸 쪽에 마취주사 세 방을 맞고 잇몸 치료를 받았다. 굉장히 아플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3회 정도 잇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경과를 보고 차도가 없으면 오라고 하였다. 과잉진료를 안 한다는 느낌을 받아 신뢰가 확 갔다.
병원에 가면 거의 ㅈ 일보, ㄷ 일보가 테이블을 장식하고 있는데 마을 치과에는 시사 IN 이 여러 권 있었다. 반가웠다. 병원 바로 옆에 쉼터가 있는데 기다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 같은 공간이었다. 병원도 깨끗하고 의사도 젊고 힘 있어 오래된 치석을 한번에 제거했다. ㅎㅎㅎ. 조합원이 많아지고 증자가 되면 저소득층과 장애우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단다. 이에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의사도 더 좋은 조건 내세우며 오라는 병원 많았을텐데 함께 걷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을 치과에서 일하는 모습 보니 아직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나보다. 물론 땅콩 껍질 안 깠다고 비행기를 돌리는 안하무인, 무례한 사람도 있지만서도. 아직은 마을치과를 건립한 1000명의 조합원과, 기꺼이 함께 걷는 의료진 같은 좋은 사람이 여기저기 건재하기에 사회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취가 깨면 아플 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아프지 않다. 겨울 방학 때는 협동 조합 관련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