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홍이는 우리 자동차 이름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다홍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살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딸이 태어나고서이다.

딸과 동갑이다. 아니 딸보다 더 나이가 많다.

딸이 태어나자 차가 필요하게 된 우리 부부는 중고차를 알아보게 되었다.

마침 후배 아버지가 중고 매매업을 하고 계셔서 안심하고 다홍이를 인수하게 되었다.

교회 장로님이신데다, 딸의 선배인데 설마 속이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후배 아버지께서는 딸- 즉 후배 여동생-이 타던 차를 뺏다시피해서 나에게 다홍이를 주셨다.

딸이 타고다니던 차라서 차의 연식에 비해 아주 상태가 양호하였다.

8년된 액센트였는데 300만원에 매입하였다.

지금까지 잔고장 없이 소모품만 갈아주면서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주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이 색깔이 특이해서

내 차를 한번 본 사람들은 기억을 아주 잘한다.

오죽 하면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은 나를 볼 때마다

내 차 안부를 물어본다.

엊그제 원두 사러 갔다가 이제 다홍이 못 본다고 하자

굉장히 아쉬워했다.

내 차는 곧 나를 상징하기도 했다.

함께 근무했던 샘들은 내 차가 지나가면

" 음~ 저기 노 선생이 지나가는군!" 한다고 했다.

워낙 차 색깔이 독특해서 말이다.

우리 동네에 우리 차랑 쌍둥이가 있어서 볼 때마다 참 반가웠는데 이젠 우리 차는 영영 이별이다.

아직 더 탈 수 있는데....

차 욕심이 별로 없는 우리 부부인지라 그 동안 고장 없이 멀쩡한 차를 버리고 신차를 구입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외곽으로 나가거나 고속도로를 타야 할 일이 생기면 좀 불안하고,

이제 20년을 넘어가니 소모품을 갈 때도 돈이 꽤 많이 나갔다.

하여 작년부터 다른 차 구입을 신중히 검토 중이었다.

아이들 더 크면 함께 나들이 가기도 힘든데 지금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다홍이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에 합의를 하였다.

이번에도 마음 편하게 중고차를 구매하자는 남편 말에

그 때는 후배 아버지이니까 믿고 샀지만

지금 같은 세상에 누굴 믿고 중고차를 사냐고 좀 시큰둥했다.

우여곡절 끝에

14년 전처럼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 매매업자를 소개 받긴 했는데 울산에서 매매업을 하시기 때문에

울산에서 서울까지 차를 끌고 올라올 자신이 없어서 결국 포기하였다.

(우리 남편은 면허증이 없다.)

도련님이 울산에서 서울까지 대신 운전해 준다고도 했지만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중고를 사자는 남폄 말에 아는 사람 아니고는 중고차 매매는 믿을 수가 없다고 내가 박박 우겨서

신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뉴 소나타를 사냐 K5를 사느냐를 두고 가족 투표도 하고 제비 뽑기도 하고 난리를 한 결과

아이들 의견을 따라서  K5로 결정했다.

차 인수 받아 창동에서 집까지 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차가 사방향으로 모두 커지니 운전하기가 무서웠다.

어찌어찌 집까지 와서 주차까지 했는데 비뚤해서 다시 시동을 켜려고 하는데

시동이 안 켜진다. 엥?

최첨단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 하여 시동을 켜지 못해

결국 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고,

카 매니저는 긴급 출동을 시키는 둥

첫날부터 대대적으로 신고식을 톡톡히 했다.

긴급 출동 기사님이 나 같은 사람 많다면서 위로를 해 주셔서 창피함이 누그러졌다.

남자분들도 처음에 적응이 안 되어 나처럼 시동을 못 켜는 분도 있다고 하니..... 음 좀 위로가 된다.

버튼도 너무 많고, 당분간 머리가 복잡할 듯하다.

게다가 차가 커서 적응이 안 된다.

엑센트에 맞춰진 내 감각을 수정해야 한다.

 

아까 가족들과 잠깐 시승식을 했는데

소음이 거의 안 들리고, 승차감도 좋고, 넓직넓직하다고 가족들의 소감이 터져 나왔다.

아직 이름은 미정이다.

수퍼남매가 예쁘게 지어주겠지.

 

아까 신차를 인수하기 전에 다홍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이 다음에 아이들이 자랐을 때 자신들의 유년을 함께해 준 다홍이를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야 할 듯했다.

감수성 예민한 아들은 이제 다홍이를 볼 수 없다는 말에 한바탕 울었다.

우리 아들도 권정생 작가님처럼 좋은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가끔 든다.

생명체가 아닌 다홍이와의 이별도 이렇게 아쉬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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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5-1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축하드립니다^^ K5 멋져요~
아직 운전면허증 없는 남편분이라니.....ㅎㅎ

수퍼남매맘 2014-05-19 17: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운전면허 안 딴다고 꽤나 싸웠는데 나중에서야
크게 교통 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실토하더라구요.
그러니 제가 기사 노릇해야죠.

꿈꾸는섬 2014-05-2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5 멋져요.ㅎㅎ
다홍이와의 추억이 많겠네요.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