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을 맡게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원화 전시회였다.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어제 원화가 도착하였다.
사계절에서 보내 주신 <눈물 바다>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고, 그림책 중의 하나이다.
이 그림책 원화를 보내주리라 예상도 못했는데
이걸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왜냐하면 길벗어린이 말고도 사계절에서도 원화를 빌려준다는 것을 지인을 통해 뒤늦게 알고
신청을 할 때는 이미 모든 원화가 대여된 후였다.
사정을 말씀 드리고, 딸의 이름을 좀 팔았다.
(사계절에서는 딸이 좀 유명하다. 역사 일기 대상을 탔고, 여러 독후활동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어서.....)
딸 때문은 아닌 것 같고 나의 간절함 때문인 듯하다.
사계절에서 대여품이 아닌 직접 전시하는 이 원화를 대여해 주신다고 하셨다.
하여튼 사정은 해 봐야 한다.
으~~감동! 이러니 내가 사계절을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다.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원화 21점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원화를 보자 가슴이 얼마나 설레던지....
원화가 다른 원화보다 사이즈가 꽤 컸다.
마침 전시 레일과 고리도 도착하여서 내일과 모레 작업을 하면 될 듯하였는데
교장님이 내일 장학사가 오시니 이왕이면 오늘 설치를 해 보라고 하셔서
긴급하게 작업에 들어갔다.
행정실 주무관님들과 몇 시간을 작업하는데
난항이었다.
전시 고리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액자가 덜렁거렸다.
생각보다 전시 고리를 설치하는 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일단 레일을 벽면에 고정하고, 전시 고리를 매달아야 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보던 천정에서 쇠줄이 내려와서 액자를 거는 것. 그것 말이다.
원화가 생각보다 커서 전시 고리 하나로는 균형이 안 잡혔다.
두 개씩 하다보니 당연히 전시 고리가 부족할 수밖에...
일단 14점을 걸어봤다.
도봉도서관에서 본 원화들도 벽에 착 달라붙어 있고,
미술관에서도 액자가 착 달라붙어 있는데
우린 왜 덜렁거리는 거지? 원인을 모르겠다.
주무관님들도 갸우뚱하셨다.
나도 주무관님들도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교장님이 와서 보시고는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시고 급하게 하지 말라고 기한을 주셔서
다시 고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덜렁거리면 아이들이 장난치고 그러다보면
원화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럼 변상을 해 줘야 하니 내 생각해도 급하게 할 일이 아닌 듯했다.
내가 주문한 것은 벽면형 레일인데 천정형 레일이 나은가 보다.
몰딩 부분에 레일을 설치하니 그 높이만큼 벽과 떨어져서 덜렁거리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천정형으로 주문해 보기로 했다.
원화 전시를 위해서
교장님이 학교예산을 들여 벽을 페인트로 깨끗이 칠해 주시고,
몰딩도 해 주셨다.
상설 원화 갤러리가 될 듯하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서 원화를 대여해와야겠다.
좋은 원화를 여러 번 대여해서 아이들의 안목을 높여줘야겠다.
아직 교사 중에도 "원화"를 모르는 분이 꽤 있으시다.
그림책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당연히 모른다고 봐야지.
원화에 대한 설명부터 필요하겠다.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서실 이벤트를 기획하자니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하고, 부모님 문제까지 겹쳐 심신이 피로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니 괜찮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신이 난다.
아이들이 원화를 보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미리 기쁘다.
도서실에서 작년 제자들에게 잠깐 원화를 보여줬더니 그림이 이쁘다고 난리가 났다.
<눈물바다>그림책을 아는 아이들은 원화감상을 아주 좋아할 듯하다.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줘.
멋진 원화를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