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 새 책 700여 권이 들어왔다.
사서 선생님 혼자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전에는 정독 도서관 학교 지원단팀이 나와서 바코드작업을 도와줬는데
몇 년 전부터 지원이 끊겼다.
다른 학교는 보통 명예교사 어머니들이 마무리 작업(라벨 작업)지원을 해 주기도 하는데
본교는 어머니들 지원을 일체 받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사서 선생님 혼자서 이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3일 도서실 문을 닫았지만 역부족이다.
침 맞아 가면서 일을 하고 계시다.
진짜 안스럽다.
책이 오죽 무거운가!
일이 많아 연일 7시에 퇴근한다고 하신다.
하여 교사 독서동아리 선생님들에게 금요일 오후 하루 지원을 가자고 쪽지를 날렸다.
나 포함 네 명이 도서실 가서 라벨 작업을 지원해 드렸다.
학교가 갈수록 더 바빠져 독서동아리도 이번에 처음 하게 되었지만
이 일을 도와드리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다.
두 명이 한 팀이 되어서
한 명은 분류번호를 붙이고 다른 한 명은 그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대체로 800번 (문학작품)이 많았다.
가끔 000번 나올 때는 반가웠다.
처음에는 손이 익지 않아 엄청 작업이 천천히 진행되었는데
점점 속도가 붙어서
2시 30분-4시 40분까지 우리 넷이서 500권의 라벨 작업을 하였다.
작업 하면서 우리 모두 군침이 흘렀다.
모두 책 좋아하는 분들이라서.
" 와 ! 이 책 탐 난다" 소리가 났다.
작업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별로 힘든 줄 몰랐다.
200권 정도가 남았는데
그건 사서 선생님이 짬짬이 하셔야 한다.
당장 월요일부터 도서실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지원 안 받는 것 좋다. 나도 찬성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도서실 열람 시간도 학부모가 시간 연장을 해 달라고 건의해서
30분 연장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작년 2학기부터 그렇게 됐다고 한다.
4시 30분에 마감하면 서가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10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정리하나?
사서 선생님은 당연히 퇴근 시간을 넘겨 작업을 해야 한다. 수당도 못 받고 말이다.
새 책 작업도 학부모 지원 없이 사서 선생님 혼자 하게 하려면 5일은 휴관을 해야 한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1주일 휴관하면 학부모 항의가 들어올까 봐 3일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이야말로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 대우가 아닌가 싶다.
엄기호 교수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보면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들이 많아지면서
행정자들의 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과도한 노동력 착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 또한 그런 예가 아닌가 싶다.
행정자들은 비정규직의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들은 행정자들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행정자들은 비정규직들도
한 가족, 한 식구라고 하면서 정말 그런 대우를 해 주고 있는가 의문스럽다.
700권의 책을 혼자서 무슨 재주로
3일 만에 완료할 수 있단 말인가!
정독 도서관에서도 2분이 지원나와 꼬박 2일 동안, 컴퓨터 작업하고
나머지는 사서와 명예 교사 어머니들이 라벨 작업을 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두 시간 반 정도 수다 떨며 작업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오니 졸음이 쏟아지고 여기저기가 쑤셨다.
오늘 아침에도 잘 못 일어날 정도였다.
내가 이러니 매일 무거운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서 선생님은 오죽할까!
멀리서 보면 그 일에 대해 잘 모른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조금 보인다. 뭐가 어려운지 뭐가 힘든지 말이다.
함께 작업한 특수반 선생님 일도
멀리서 볼 때는 아이들 넷 가르치는데 뭐가 힘들까 싶었지만
이야기 들어보니 넷이서 30명 몫을 한다고 한다.
알지 못한 채로 그까짓 게 뭐가 힘들다고?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