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어머니 대표한테 전화가 왔다.
학부모독서동아리 때문이었다. 대표 말씀의 요지는
자발적으로 하려는 분들은 2명 밖에 없고 이래저래 못하는 분들이 자꾸 생겨서 고민이 된다고...
중간 입장이 곤란하신 듯하였다.
억지로 하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
나는 학부모들을 위해서 독서동아리의 힘을 말씀 드리고 하셨으면 좋겠다고 한 것 뿐이다.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의 부모들이 독서동아리를 하면
당연 그 혜택은 아이들이 받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는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내 눈치를 봐서 모임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마음이 내켜서 해도 유지하기가 힘든데
어거지로 하게 되면 모임이 오래 가지도 않을 뿐더러
만남과 나눔의 내용도 풍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모 총회 때는 여러 명이 하실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판을 짜려고 하니 이런저런 이유들로 회피하시는가 보다.
솔직히 의외였다. 그 날은 내 눈치를 봤었나!
사람 마음이 다 그렇다.
처음에는 마음 속에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열정이 가득해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귀찮고, 부담스럽고, 꼭 해야 되나 싶기도 하고.
이제껏 그런 것 안 하고도 잘 살아 왔는데 말이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그 일에 가치를 둔다는 의미이다.
내가 하루 동안 무슨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지 살펴보면
그 사람이 가장 가치를 두는 일이 무엇인지 답이 나온다.
책읽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등산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청소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대화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TV시청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쇼핑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지.
아직 어머니들의 마음이 거기까지는 아닌 것이다.
책 읽기, 독서 동아리의 가치는 머리로는 이해하였지만서도
아직 내 시간을 들여서까지 할 만큼 최고의 가치라고는 생각지 않는 것이다.
다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가 오지 않아도 할 수 없는 법이고...
작년 어머니들도 그렇게 독서동아리 열심히 모였지만
정작 올해 <책 읽어주는 엄마>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그거야말로 진짜 의외였다.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 명단을 다시 훑어봤는데도 한 명도 없었다.
모임을 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과도 이렇게 간극이 크다.
내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그 일의 가치를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