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가만 생각해 보니
딸의 중입 반배치고사가 있을 것 같았다.
딸에게 무슨 과목 시험 보냐고 물어보니 아는 게 나보다 더 없다. 헐~~
우리 딸은 뭐든지 이런 식이다.
자기 일인데도 아는 게 없다. 관심도 없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라고 하니
자기 친구들도 별로 그런데 관심 없다고 연락할 생각도 안 한다.
오히려
왜 그런 시험을 보냐면서
못 봐도 되는 거 아니냐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든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을 해 줘도 소용이 없다.
왜 수학 같은 것을 공부하냐면서 동생 앞에서 큰소리로 개똥철학을 늘어놓는다.
" 엄마도 수학 배운 것 다 까먹었지? 그럴 걸 왜 배우는 거야?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만 할 줄 알면 되지'"
수학은 사칙연산을 잘하기 위해서 배우는 게 아니라고 매번 말하는데도
수학에 약한 딸은 매번 이같은 개똥철학을 늘어놓는다.
제발 중학교 가서
좋은 수학 선생님 만나서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랄 뿐이다.
내 경험상
선생님이 좋으면 그 과목이 좋아지고,
좋아지면 잘하게 되어 있다.
어찌 되었건 6학년 것 복습 안 하고 시험 봤다간 예전의 악몽 같은 일이 되풀이되니
복습이라도 하자고 설득(?)했다.
어차피 방학 동안 복습은 늘 하던 것이고.
풀 문제집도 없으니 이 때다 싶었다.
막상 문제집을 고르자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엊그제 광화문 교보문고 갔을 때 생각났더라면 실물을 구경했을 테고
그러면 고르기가 쉬웠을 텐데.
대충 무난해 보이는 것을 골랐다.
딸만 하면 아들이 또 샘 낼까 봐 덩달아 아들 것도 주문했다.
요즘 수학 문제집을 다 풀어 할 일이 없어 무료해(?)하더니 잘 됐다.
어떤 수학 문제집은 방학 동안 풀 수 있도록 작은 문제집이 부록으로 들어 있는데
이번 것은 그게 없어서 애들이 학기 중에 못 풀고 넘어갔던 문제들만 풀고 있었다.
이게 그것도 다 풀어서 띵가띵가 놀려고 하던 차에
내가 턱 하니 문제집을 주문한 거지. 흐흐흐
방학하자마자 했어야 하는데 좀 늦었다.
새벽에 주문해서 이제 도착할 때가 됐는데
수퍼남매는 철저히 주5일 공부를 하는 애들이라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 푼다고 할 거다.
문제집만 주문하면 아이들이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림책과 잡지도 넣었다.
<막대기 아빠>는 아침독서신문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아빠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이 추천한 책이고,
<독서 평설>은 알라디너 세실 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는 사이, 책이 도착했다.
좌우로 아이들을 끼고 <막대기 아빠>를 읽어줬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읽어주면 딱 좋을 책이다.
엄마보다 아빠들이 읽어주면 더 좋겠다.
우리나라 아빠들의 별명은 대충 이렇다.
돈 벌어오는 기계,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존재.
연구 결과
아빠들이 자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양육에 참여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도덕성이 우수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한다.
돈 많이 벌어오는 아빠보다 아이들은 자기 전에 그림책 읽어주고, 같이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