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핸드밀 장만하다.

드디어 핸드드립 커피의 기본인 핸드밀을 지난 주말에 장만했다. 앤틱한 느낌이 좋다.
원두 가는 재미가 솔솔하여 퇴근하고 한 잔씩 내려마시고 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
바로 밤에 잠이 안 오는거다.
예전엔 늦게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잤는데 나도 늙었는지 예민해졌는지 잠이 안 와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왔다.
캡슐 머신을 지른지 얼마 안 됐는데 또
핸드드립기구를 다 장만할 순 없어서
가장 기본인 핸드밀과 드리퍼만 갖췄다.
주입구가 길고 가느다란 주전자(이름 생각 안 남)도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서도 당분간 참아야지.
아이들이 핸드밀 돌리는 걸 좋아한다.
온이도 손잡이가 돌아가는 게 신기해서 툭 한 번 건드려 본다.
더 친해지면 훈련시켜서 돌려보게 할까 싶다. ㅋㅋㅋ
오늘 비도 오고 해서 연하게 두 잔을 마셨더니 잠이 안 오네!
앞으로 늦은 저녁에는 커피를 끊어야겠다.
2. < 황금의 제국> 은 치밀하다.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는 <추적자>를 쓴 작가의 새로운 작품 <황금의 제국>이다.
모 재벌그룹을 연상시키는 재벌가와 그 재벌가로 인하여 아버지를 잃은 가난한 젊은이가 겨루는 내용이다.
각자 어떻게 황금의 노예가 되어가는지 매회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이 특히 압권이었다.
"용산참사"를 다루기 위해 그 동안 이 작가가 이토록 치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왔구나 싶다.
작가는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다 구상을 하고 있어야 함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순간이었다.
장태주(고수)가 강제철거로 인하여 아버지를 잃었는데
본인이 살기 위해서 용역과 경찰을 동원하여 강제철거를 지시하는 장면에서 참 슬펐다.
장태주는 자기는 재벌가의 그들과 다를 거라고 자신하였지만 결국 아버지를 죽게 한 그들과 똑같은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다음 회에 과연 용산참사를 어떻게 다룰지 기대된다.
재벌가와 가난한 젊은이의 끝모를 황금에 대한 욕망의 종말은 어딜지 궁금하다.
재벌가의 상속녀도 가난한 젊은이도 둘 다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둘 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경멸하던 바로 그 모습이 된 그 자체가 그들이 받은 형벌이 아닐런지.....
<굿 닥터>에 시청률이 밀려 있지만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본다.
등장 인물들이 인용하는 비유들도 참 감칠 맛 난다.
3. <새끼개>란 책 참 불편하다.
<새끼개> 라는 책을 읽었다.
아들에게 잠시 읽어주고 마지막 부분은 혼자서 보라고 했더니 안 본다.
아들에게 읽어준 이유는 아들이 온이를 다루는 태도에 대해 좀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다.
딸은 온이를 예뻐하고 귀여워 하는데
아들과 남편은 지나칠 정도로 온이를 괴롭히면서 놀아준다.
아들이 참 여린 성격인 줄 알았는데
온이를 대하는 걸 보면서 " 이 아이가 누나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온이한테 푸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나도 가끔은 온이가 사납게 물어대면 이동장에 가두기도 하는데
이 책 보면서 반성 많이 했다.
수퍼남매가 잘못을 했더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겠지. 말 못하는 동물이라 그렇게 한 게 맞다.
가족처럼 대한다고 하면서도 잘못하는 일들이 많~ 다.
나도 포함해서 인간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한 번 쯤은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적극 권한다.
아들도 마음이 불편해져서(아마도 온이를 괴롭히며 놀았던 게 미안해서)끝까지 안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입장에서 반려동물에게 하는 행동들이 반려동물의 입장에서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온이가 우리 가족의 발을 깨무는 게 우리의 해석대로 "놀아줘요"라는 의미가 아니라 "날 귀찮게 하지마요"일 수도 있다.
자신을 다시 찾아온 가족에게 컹컹 짖는 새끼개.
반갑다는 표현인데도 여전히 사납게만 짖어대는 걸로 오해하여
다른 온순한 강아지를 사서 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새끼개는 절망한다.
이어 자신을 가둔 우리를 뛰쳐 나온다.
자신을 귀찮게 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인간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뛰어간다. 하지만.....
마지막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새끼개의 모습이 너무 처참하다.
읽고나니 마음이 참 불편하다.
권정생 작가님이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하셨더랬지.
온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려고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