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가 우리 가족이 된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2주까지는 사람을 경계하여 컴컴한 곳, 후미진 곳을 찾아 숨어있었다.

1주 정도면 친해진다고 하는데 온이는 시간이 더 걸렸다.

3주째부터 서서히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타나고,

이제는 많이 친해져서 오히려 저 혼자 있으면 불안해 하고, 인기척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닌다.

 

어제는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온이가 요즘 부쩍 화장실을 들어오고 싶어 하는데

(아기 고양이의 호기심은 진짜 장난이 아니다 )

아이들이 양치질을 하러 들어가자

온이도 따라들어가려고 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다.

딸에게 얼른 문을 닫으라고 하니

덜렁이 딸은 온이가 미처 발을 빼기도 전에 문을 닫아 문에 온이 발이 살짝 끼였다.

"야옹!" 하고 온이가 비명을 질러서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절름거리는 온이를 보고, 너무 속이 상해서

덜렁이 딸을 나무랐다.

아들은 온이가 절뚝거리는 것을 보고

"온이 어떡해!!!" 하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온이도 문이 갑자기 닫히는 바람에 많이 놀랐나 보다.

발을 만져 보니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에는 잘 걸어 다니고, 장난도 쳐서 안심이 되었다.

아들은

"온이가 무사했으면 좋겠어"라고 울면서 말했다.

다같이 온이를 위해서 기도를 했다.

딸도 자신의 부주의함 때문에 온이가 크게 다칠뻔 한 것을 알고 많이 미안해하였다.

아들이 울자 온이는 얼른 아들 옆에 와서 마치 위로하듯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온이는 아직 어리니까 우리가 세심하게 신경써야 돼" 라고 말해 줬다.

이제 저 혼자 자지 않고 가족 옆에서 잠을 자야 편안해 하는 온이를 보면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도한다.

수퍼남매는 온이를 통해서 "어린 왕자"에 나온 여우가 했던 말 "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를  온몸으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온이

 

상자를 뜯어서 가지고 노는 온이

상자 안에 꼭 들어가서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온이

 

오빠가 그림 그리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온이

" 저 움직이는 게 뭐지? "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소파에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잠을 자는 온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야클 2013-08-0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귀엽네요. ^^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는( 사실은 거의 눌러 붙어 사는) 냥이네들도 새끼들이 온이만큼 자랐어요.
처음엔 우리가족들 겁 내더니 이젠 1미터 앞에서도 안 도망가요. 님 페이퍼 보고 오늘 사료 주문할 게 생각났어요. ^^

수퍼남매맘 2013-08-02 17:37   좋아요 0 | URL
길고양이들 주시려고 사료 사시는 님은 마음이 아주 따뜻하시네요.
저도 어릴 때 저희 친정 어머니께서 옥상에 길고양이들 먹으라고 밥을 갖다 주시곤 하였답니다.

BRINY 2013-08-0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수퍼남매맘 2013-08-03 09:10   좋아요 0 | URL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걸 저도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반갑습니다.

희망찬샘 2013-08-0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 집 하는 우리 동서네는 남은 살코기 발라서 주거나, 동네 길냥이들 먹이려고 폐품 팔아 사료 사거나... 우리는 그래서 괜찮은 폐품은 동서네로 보냅니다. 냥이들 먹이에 조금은 보탬이 되고 있다는... 온이가 너무 귀엽군요.

수퍼남매맘 2013-08-03 09:11   좋아요 0 | URL
동서네도 정말 훌륭하시네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길고양이들이 먹이가 없어서 아무거나 먹는 바람에 건강이 안 좋다는 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