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비가 더 많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학로에 도착하였다.
얼떨결에 연수 반장이 되어 강사님 소개를 해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강사님처럼 보이는 분이 맨 앞자리에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필요하신 음료수를 여쭤 봤는데
" 시원한 것 있으면 주시고, 없으면 괜찮아요" 하신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이번 강의도 참 좋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1강 박문희 원장님의 마주 이야기
"마주 이야기"는 딸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들었던 유치원 교육의 일환으로만 알고 있었다.
이 분이 바로 마주 이야기를 만들어 내신 원조란 걸 알고 진짜 이번 강사진이 화려하단 걸 다시 느꼈다.
유치원 원장님답게(?) 입을 크게크게 벌리셔서 정확하게 발음하시고,
70세의 나이답지 않게 얼마나 힘차게 3시간 연강을 하시는지 모두들 그 에너지에 놀랐다.
강의(말씀과 행동까지)도 재밌고, 말씀해 주시는 사례 하나하나에 박장대소하였다.
마주 이야기는 결국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의 말을 귀 기울여 줄 때
아이들의 말하기 교육, 글쓰기 교육, 나아가 인성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주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게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글 때문이었다고 하니
좋은 책, 좋은 글귀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나아가 생각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새삼 머리를 주억거리게 되었다.
원장님이 들려주신 5살 여자아이의 마주이야기 하나.(수퍼남매에게 들려주니 진짜 기발하다고 웃었다)
" 엄마, 우리 유치원 큰 차 운전하시는 분 이름이 뭔지 알아?"
"글쎄, 몰라. 뭔데?"
"기-사-님"
이런 살아있는 아이들의 말을 죽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쉬는 시간마다 일러바치러 오는 아이, 자기를 봐달라고 선생님 곁에 알짱거리는 아이, 기타 등등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봐달라는 말씀에 왜 그리 가슴이 콕콕 아려오는지.....
세 시간 연강을 끝내신 후 살짝 다가가서
"원장님~ 안 힘드세요?" 묻자
" 아니요. 전혀 안 힘들어요" 하신다.
난 70세에 저토록 열정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2강 조의래 선생님의 0세-100세 까지 그림책 읽기
이번 책날개 연수를 신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이 분의 이름이 강사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라딘 지인 희망찬샘이 정말 칭찬하셨던 그 분, 나 또한 여러 신문이나 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이름이라서
이 분의 강의를 듣고 싶었다.
강사진들은 정말 전국구였다. 어제는 지리산에서 오늘은 김해에서 오셨다.
책이 좋아서, 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 이렇게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 오시는 강사님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조 선생님은 나와 같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교육경력 22년 째라고 밝히셨으니 나보다 2년 일찍 교직에 들어오신 셈이다.
남교사가 독서 교육과 도서관, 그림책 읽어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하다.
성차별적 발언이 될지 모르지만 실제 초등학교는 여교사의 비율이 높고,
책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가까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교사가 도서관을 담당한다는 것은 생경한 일이다.
지금 연수 수강자 중에도 남자 분은 80명 중에 3분 정도다.
선생님은 역사적 인물을 끌어 들여 시작을 열었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신에 이르는 지혜를 가졌다는 제갈공명,
열하일기라는 책을 지은 박지원,
여러 분야에 족적을 남긴 정약용 등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읽었던 책들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주셨다.
답은 바로 인문학(역사, 문학, 철학)
지금까지 독서 교육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독서 방법론적으로 접근하였지 무엇을 읽어야할지 근원적인 것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했던 일은 바로 책 읽기였으며, 그들이 읽었던 책은 바로 인문학서적이었다.
그림책은 가장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20여 년의 그림책 역사를 지닌 우리 나라 사람들은 그림책= 아이들이나 읽는 책 이라고 평가절하시키고 있지만
150년의 그림책 역사를 지닌 서양에서는 그림책=아트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게 바로 서양과 우리 나라의 차이점이라고 말씀이셨다.
그림책의 질은 세계 수준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다르다는 점이다.
그림책은 0세 -100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심오한 철학, 인간의 역사, 절제된 언어가 들어가 있는 그런 책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자유의 길>이란 그림책을 보여 주셨다.
그림을 그리신 분은 아주 유명한 미국의 화가이다.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감동 받은 글 작가가 화가를 찾아가
이 그림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여 그 그림들을 그대로 그림책에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림책의 그림들은 대부분 화가가 작업을 한다.
그런데 그림책이 아이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책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림책에 실린 글은 그대로 한 편의 시다.
우리 나라는 글자 수가 적다고 하여 유아, 초딩이나 읽는 수준 낮은 책이라고 치부하였던 것이다.
어디 시가 글자 수가 적다고 하여 수준 낮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림책은 읽어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봐라 하면 아이들은 글만 보게 된다.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면 아이들은 그림에 집중하게 된다.
그림책의 그림에는 여러 가지 상징들이 숨어 있다. 그걸 볼 수 있어야 한다" 는 강사님 말씀이었다.
선생님 강의 듣고
2학기 때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더 자주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동아리에서 인문학 서적도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학기에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선생님이 중요한 자료 공유 사이트를 알려 주셔서 우리 모두 환호를 질렀다.
10년 간 김해 그림책 읽어주기 동호회에서 만들어 온 자료를 공유해 주신 것이다.
이렇게 거저 받아도 될런지.....
선생님이 보여주신 그림책 중에서 집에 소장하지 않는 게 있어서
선배님과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몇 권을 사왔다.
조의래 선생님이 쓰신 책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검색이 안 되네!!!
어쩌면 강사님 한 분 한 분 다 열정이 많으시고, 경험이 많으시고, 강의를 잘하시며, 자극을 팍팍 주시는지
다음 날 강의가 기다려진다.
선생님이 읽어주신 그림책들!!!(그림동화책은 잘 못된 표현이란다. 꼭 그림책이라고 쓰시길)-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 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