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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후드티 소년 ㅣ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평점 :
말랑말랑한 이야기보다는 약간은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는 이병승 작가님과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이담 작가님의 조합만으로도 이 책은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다 읽고나서 잘 추천했다는 생각과 감동적이라는 느낌, 꼭 우리 딸에게도 읽혀야겠다는 의지가 들었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 단지 후드 티를 입은 흑인 소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명횡사한 마크 트레이본의 실화를 다룬 이 책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얼마나 많은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지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뿌리 깊은 차별 의식 때문에, "힘"이 없어서 죽어가는 마크들이 내 옆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통 당하는 마틴들을 보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분연히 일어서라고 일깨워 주는 참 감동적인 책이다.
제이는 한국에서 입양되어 미국의 양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제이는 학교에서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건 마틴 형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유도 바로 마틴이 흑인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언제나 의젓하고 무엇보다 생각이 깊은 마틴 형은 제이의 롤 모델이다. 제이가 하비 일당의 괴롬힘 때문에 해결책을 물어보자 마틴은 이렇게 말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가 아니라 " 눈에도 가슴, 이에도 가슴"이라고 말해 준다. 자신도 어릴 때 동네 친구들에게 많이 얻어 맞았지만 그때 똑같이 폭력으로 맞서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눈에도 가슴으로 대할 때에만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자신이 폭력으로 맞서지 않았기에 이 곳으로 이사올 때 자신을 때리던 그 친구의 눈에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고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간디처럼 살았던 형이 어느 날 주검으로 돌아온다. 죽은 이유는 더 끔찍하다. 마틴이 마약 중독자였으며, 술을 마신 상태로 상대방에게 먼저 폭력을 가하였고 짐머만이 정당방위로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는 것이다.
제이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마틴이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폭력을 그렇게 싫어한 형이 마약 중독에다, 먼저 폭력을 썼다니..... 제이와 니콜, 하비는 마틴 형의 죽음의 진실과 형 이름에 덧붙여진 오명을 벗겨주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간다. 어렵게 사건의 전말을 모두 목격한 이웃집 할머니를 만나고, 사건 당시 짐머만과 통화한 911담당자를 만나지만 그들은 제이 일행에게 "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 때를 기다리라"고만 할 뿐 증언을 해 주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동네 형의 억울함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힘든 여정을 선택했건만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어른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둘러대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결국 그들의 침묵은 혹시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두렵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웃집 할머니와 911담당자, 흑인 경찰관의 모습은 현재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매번 약한 자가 핍박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내가 아니니까, 내 가족이 아니니까 모르는 척, 외면하고 살아왔다. '더 나은 세상이 되면 괜찮아질 거야. 억울한 일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나서지 말고 조금 더 힘을 키워야 돼'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말이다. 그렇게 너도 나도 침묵한 결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마틴들이 고통 당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얼마나 많은 차별들이 자행되고 있는가?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학력 차별, 비정규직 차별, 빈곤층에 대한 차별 등등....곳곳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마틴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틴이 당한 억울한 일을 어른이 아닌 제이와 그 일행이 후드티를 입고 일인 시위를 하면서 마틴 사건은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 어른이 침묵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일을 연약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해 낸 것이다. 이 사건은 아직 미국에서 재판 중이라고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 보니 용기가 많이 없어진다. 가족, 직장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불의를 보고도 섣불리 저항을 하지 못 한다. 따지고 보면 그건 전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다. 아이들에게는 정의롭게 살라, 불의를 보면 참지 말라고 하면서 난 불의를 봐도 모르쇠로 일관한 적이 부지기수이다. 제이와 그 일행을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내가 비록 마틴을 이유없이 죽인 짐머만 같은 괴물은 아니지만 수많은 마틴의 고통을 모른 척한 죄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나만,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다되는 게 결코 아닌데 말이다. 부디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나서 나처럼 부끄러움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해서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하길 바란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으로 남지 않기를 결단하길 바란다. 후드티를 입고 시위를 하던 100만의 사람들처럼 불의한 일을 보면 숨지 말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런 진짜 어른들이 많이질 때 우리 어린이들도 남을 배려하고, 남의 처지를 이해하며,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일궈 가는 주역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